【評 唱】
조주문투자趙州問投子 조주스님이 투자스님에게 물었다.
대사저인각활시여하大死底人卻活時如何
“완전히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났을 때는 어떠합니까?”
투자대타도投子對他道 투자가 말했다.
불허야행不許夜行 투명수도投明須到
“야간 통행하지 말고 날이 밝거든 가거라.”
차도시십마시절且道是什麼時節 말해보라, 이는 어떠한 시절인가를.
무공적당착전박판無孔笛撞著氈拍版
구멍 없는 피리에서 나는 소리가 방음 판에 부딪치는 것과 같다.
차위지험주문此謂之驗主問 이는 ‘주인을 시험하는 물음[驗主問]’이라고도 하며
역위지심행문亦謂之心行問 ‘수작을 거는 물음[心行問]’이라고도 한다.
투자조주投子趙州 제방개미지득일군지변諸方皆美之得逸群之辯
투자스님과 조주스님은 총림에서는 뛰어난 변재라고 찬미하였다.
이로수승사부동二老雖承嗣不同 간타기봉상투일선看他機鋒相投一船
두 노장들의 법사法嗣는 다르지만 그들의 기봉(禪의 직관력)은 한가지였다.
투자일일위조주投子一日為趙州 치다연상대置茶筵相待
하루는 투자스님이 조주스님을 위하여 찻 자리를 마련하여 마주하게 되었다.
자과증병여조주自過蒸餅與趙州 주불관州不管
손수 떡을 조주스님에게 건네주었으나 조주스님은 조금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투자령행자과호병여조주投子令行者過胡餅與趙州
투자스님이 행자를 시켜 조주스님에게 떡을 주도록 하자
주례행자삼배州禮行者三拜
조주스님은 행자를 향하여 세 차례 절을 하였다.
차도타의시여하且道他意是如何 말해보라, 그 뜻이 무엇인가를.
간타진시향근본상看他盡是向根本上 재차본분사위인提此本分事為人
그를 살펴보면 모두가 근본 자리에서 본분의 일을 들어 사람을 지도한 것이다.
유승문有僧問 어떤 스님이 투자스님에게 물었다.
여하시도如何是道 “무엇이 도道입니까?”
답운答云 도道 “도이니라.”
여하시불如何是佛 “무엇이 부처입니까?”
답운答云 불佛 “부처니라.”
우문又問 금쇄미개시여하金鎖未開時如何 “자물쇠가 열리지 않았을 때는 어떠합니까?”
답운答云 개開 “열려 있다.”
금계미명시여하金雞未鳴時如何
“천지가 아직 생기지 않았을 때[金鷄未鳴時 금 닭이 울지 않았을 때]는 어떠합니까?”
답운答云 무저개음향無這箇音響 “그런 소리는 없다.”
명후여하鳴後如何 “천지가 생긴 뒤에는 어떠합니까?”(울고 난 후는?)
답운答云 각자지시各自知時 “저마다 시간을 알겠지.”
투자평생문답총여차投子平生問答總如此
투자스님의 평소의 문답이 다 이와 같았다.
간조주문看趙州問 대사저인각활시여하大死底人卻活時如何
조주스님이 “완전히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났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고 묻자
타편도他便道 불허야행不許夜行 투명수도投明須到
“야간통행하지 말고 날이 밝거든 가거라.”라고 대답했다.
직하여격석화直下如擊石火 사섬전광似閃電光 환타향상인시득還他向上人始得
이는 마치 전광석화와 같으니 향상인向上人이어야 이처럼 할 수 있다.
대사저인大死底人 완전히 죽은 사람에게는
도무불법도리都無佛法道理 불법이라 할 것도
현묘득실玄妙得失 현묘이니 아니니 할 것도
시비장단是非長短 시비·장단도 전혀 없다.
도저리到這裏 지임마휴거只恁麼休去 여기에 이르러서는 그저 쉴 뿐이다.
고인위지古人謂之平 옛사람(운문)은 이를 일러 이렇게 말했다.
평지상사인무수地上死人無數 “아무것도 아닌 데서 죽은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
과득형극림시호수過得荊棘林是好手 가시덤불을 지날 수 있어야 만이 좋은 솜씨이다”
야수시투과나변시득也須是透過那邊始得 모름지기 ‘저곳’을 뚫고 지나가야 할 것이다.
수연여시雖然如是 여금인도저반전지如今人到這般田地 조시난득早是難得
그렇지만 요즈음 사람은 이런 상태에 이르러서는 뚫고 가기 어렵다.
혹약유의의유해회或若有依倚有解會 즉몰교섭則沒交涉
만일 의지하거나 알음알이로 이해한다면 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철화상위지견부정결哲和尚謂之見不淨潔
이를 위산철潙山喆스님은 “견해가 말쑥하지 못한 것”이라 하였고
오조선사五祖先師 위지명근부단謂之命根不斷
은사이신 오조五祖께서는 “명근命根이 끊어지지 않은 것”이라 하였다.
수시대사일번각활시득須是大死一番卻活始得
모름지기 완전히 한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
절중영광화상도浙中永光和尚道 절중浙中의 영광永光스님은 말했다.
언봉약차言鋒若差 “언어의 기봉이 조금만 어긋나도
향관만리鄉關萬里 고향 가는 길은 천리만리 멀어진다.
직수현애살수直須懸崖撒手 모름지기 깎아지른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만
자긍승당自肯承當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다.
절후재소絕後再甦 죽었다가 다시 소생하는 도리
기군부득欺君不得 그대를 속일 수 없고,
비상지지非常之旨 뛰어난 종지
인언수재人焉廋哉 뉘라서 숨길[廋]수 있겠는가?”
조주문의여차趙州問意如此 조주스님의 물음도 이와 같았으며
투자시작가投子是作家 투자스님은 작가로서
역불고부타소문亦不辜負他所問 그의 물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지시절정절적只是絕情絕迹 이는 정식情識과 자취를 끊어버린 것이니
불방난회不妨難會 참으로 알기 어렵다.
지로면전사자只露面前些子 그러나 이는 그저 눈앞에 조금만 내보인 것이다.
소이고인도所以古人道 그러므로 옛사람(首山省念 926-993)이 말했다.
욕득친절欲得親切 막장문래문莫將問來問 “간절하게 얻으려 한다면 묻지 말라.
문재답처問在答處 답재문처答在問處 물음은 답에 있고, 답은 물음에 있다”
약비투자若非投子 피조주일문被趙州一問 야대난수대也大難酬對
투자스님이 아니었다면 조주스님의 질문을 받고 응수하기 매우 난처했을 것이다.
지위타시작가한只為他是作家漢 거착편지락처舉著便知落處
그러나 그(투자)는 작가이기에 듣자마자 귀착점을 알았던 것이다.
송운頌云 송은 다음과 같다.
►전박판氈拍版=전박판氈拍板 박판拍板은 나무로 만든 타악기.
박판에 전氈(솜털로 만든 모직물)을 씌운 것이 전박판이다.
칠 때 소리가 나지 않는다.
옛날 야경夜警을 돌 때 딱딱 소리를 내며 치던(擊柝) `딱따기`도 拍板이라 했다.
박판拍版 일종락기야一種樂器也 조절음률적박판調節音律的薄版
박판은 일종의 악기니 음률을 조절하는 얇은 판임.
전박판氈拍版 이전과표적박판以氈裹表的拍版 당착무성야撞著無聲也
전박판은 전氈(毛氈)으로 표면을 싼 박판이니 두드려도 소리가 없음.
유지초월언구현묘기특적선법혹기봉喩指超越言句玄妙奇特的禪法或機鋒
언구를 초월한 현묘하고 기특한 선법 혹 기봉을 비유로 가리킴.
당당고로백운만當堂古路白雲漫 그때 옛길에는 흰 구름 흩어지는데
벽안황두상미암碧眼黃頭尙未諳 스님과 도사는 아직 잘 알지 못하네
무공적아전박판無孔笛兒氈拍板 구멍 없는 피리 곡조에 전박판 두드려
경경취파어가한輕輕吹破御街寒 대궐 길 추위를 가볍게 불어 헤치네
/정당명변正堂明辯(南宋 頌古 32首 其9)
無孔笛의 곡조에 氈拍板으로 가락(장단)을 맞춤은
서로 맞지 아니하니(不協和音) 당착撞着이자 모순矛盾이다.
선가禪家에서는 이를 `험주문驗主問 주인을 시험하는 물음`
또는 `심행문心行問 넌지시 마음을 떠보는 물음`이라 했다.
►심행문心行問=험주문驗主問
자신이 이미 체험한 바를 시험 삼아 상대에게 묻는 것.
학인이 비록 득오를 했지만 다시 스승에게 가르침을 묻는 것.
►행자行者 불도佛道를 닦는 사람.
산스크리트로는 아카린(Acarin)이라 한다.
처음에는 불도를 닦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으나
나중에는 절에 들어가 불도를 닦는 이를 뜻하게 되었다.
<석씨요람> 상권에는 수행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 하면서
'善男者가 출가하려 하나 의발衣鉢을 얻지 못하고 절에 거주하는 사람을
반두바라사畔頭波羅沙라 하고 행자라 번역한다'라고 씌어 있다.
선종에서는 방장을 돕는 上座를 이르기도 하고
중이 되기 전 속인으로 여러 방면의 일을 돕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또 불교성지를 돌아다니며 참배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내지관행자乃指觀行者
곧 관행觀行하는 자를 가리킴.
혹범지일반불도지수행자或泛指一般佛道之修行者
혹은 널리 일반一般의 불도佛道의 수행자를 가리킴.
우칭행인수행인又稱行人修行人
또 호칭이 행인行人ㆍ수행인임.
선림중禪林中 선림 중에서는
행자내지미출가이주어사내방망잡무자行者乃指未出家而住於寺內幇忙雜務者
행자는 곧 출가하지 않고 寺內에 거주하면서 바쁜 잡무를 도우는 자를 가리킴.
►평지상사인무수平地上死人無數
평탄한 길을 걷는 안이함 속에서 오히려 낭패를 보는 자가 많다.
►호수好手 名人. 수완가. 達人
►철화상喆和尙 진여모철眞如慕喆 생몰연대 미상.
►영광화상永光和尙 영광원진永光院眞 생몰연대 미상.
영광진永光眞. 당대조동종승唐代曹洞宗僧.
운거도응법사雲居道膺法嗣 주소주영광원住蘇州永光院
운거도응雲居道膺의 법사며 소주 영광원에 住했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20 련등회요聯燈會要25 오등회원五燈會元13
►‘숨길 수廋’ 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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