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3-14
3 술회述懷
14 담상유감潭上有感 못 위에서 느낀 바 있어서
봉상청풍천만지峯上青楓千萬枝 산 위에 청풍靑楓은 천만 가지 뻗었는데
상춘정서란여사傷春情緒亂如絲 애달픈 봄 심정은 산란하기 실 같구나
암화작작응무주巖花灼灼應無主 바위의 꽃 환하여도 주인은 응당 없을 것이며
호접쌍쌍역가비蝴蝶雙雙亦可悲 범나비 쌍쌍 날아들어도 역시 슬픈 일이네.
인사나능여수경人事那能如水鏡 사람의 일 어찌 능히 물과 같이 맑을 건가?
오추수부식자웅烏雛誰復識雌雄 까마귀 새끼 그 누가 암놈 숫놈 알아보리.
진갱한고개여차秦坑漢錮皆如此 진갱秦坑과 한고漢鋼는 모두 다 이 같으니
숙시진취숙절취孰是真吹孰竊吹 그 누가 진짜 누가 가짜 불어댄 걸 알 것이냐?
산 위에 푸른 단풍 천만 가지
애달픈 봄 심정은 실같이 어지럽다
활짝 핀 바위의 꽃에는 임자가 없으리니
쌍쌍이 나는 범나비도 슬퍼할 만하도다
사람의 일도 어찌 능히 물과 거울 같을까
까마귀 새끼를 그 누가 암수를 구별할 수 있나
진나라 선배 묻음과 한나라 선비 가둠은 다 이와 같아
그 누가 진짜 피리 불고 누가 가짜로 피리 불었겠는가
►작작灼灼 꽃이 핀 모양이 몹시 화려華麗하고 찬란燦爛(粲爛)함. 곱고 곱다.
요요작작夭夭灼灼 나이가 젊고 용모容貌가 꽃같이 아름다움.
‘불사를 작灼’ 불에 태워 없애다, 밝다. 명백明白하다
►5진갱秦坑
진시황秦始皇은 선비들이 쓸데없이 國政을 비명 한다하여 서적을 불사르고
선비 4백 60여 명을 생매장하였으며 思想을 탄압하였다.
►한고漢鋼
한漢의 영제靈帝는 선비 수백 명을 금고형禁鋼刑에 처하여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하였다.
►누가 알까?
제齊나라 선왕宣王이 음악을 좋아하여 악사樂士 수백 명을 두었는데
그 중에 우竿를 불지 못하는 사람이 부는 체하고 남을 따라 불면서
손가락을 대었다 떼었다 하였으나 워낙 여럿이 부는 것이므로
누구나 진짜로 부는 줄로 알았다 한다.
►못가에서
峯上靑楓千萬枝 산봉우리에는 가지마다 단풍도 푸르러서
傷春情緖亂如絲 봄 풍경 감상에 마음 가닥 실같이 어지럽네.
岩花灼灼應無主 바위 옆에 꽃들 활짝 펴도 응당 주장하는바 없고
胡蝶雙雙亦可悲 나비는 쌍쌍이 날지만 역시 서러워할 만하리라.
人事那能如水鏡 인간사 어찌 능히 물처럼 거울같이 투명케 하고
烏雛誰復識雄雌 까마귀 새끼 누가 다시 암수를 알게 하랴?
奏坑漢錮皆如此 진시황 구덩이와 한 나라 금고, 모두 다 이와 같은데(구덩이 갱坑, 가둘 고錮)
孰是眞吹孰竊吹 무엇이 참 바람이고 무엇이 몰래 부는 바람인가?(남몰래 절竊)
傷春은 봄의 화사한 풍경이 마음이 들뜨는 것, 그때의 감상적인 느낌을 말한다.
奏坑漢錮는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와 漢 환제桓帝의 당고지화黨錮之禍를 말한다.
진시황은 학자들의 정치적 비판을 막기 위하여 의약, 점복, 농업에 관한 것을 제외한
민간의 모든 서적을 불태우고 이듬해 유생들을 생매장하였으니 이것이 분서갱유이다.
後漢 환제桓帝 때에 환관의 전횡專橫이 심해지자
사례교위司隷校尉까지 지냈던 당시의 명사 이응李膺이
太學의 영수 곽태郭泰 등과 함께 환관의 폐해를 상주하니
환관들이 모함하여 이응과 그 일당 이백여명을 투옥하였다.
나중에 향리로 돌려보내면서 금고禁錮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관련자들은 모두 일체의 관직에 오를 수 없었으니
이러한 처분이 10여년 사이에 두 차례나 있었다.
이를 일러 당고지화黨錮之禍라 하며
秦의 분서갱유와 함께 儒家를 말살하는 정책의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늦봄에 연못가의 바위와 그 옆에 활짝 핀 봄꽃들.
멀리 산에는 초목들이 모두 싱그러운 녹색 잎들로 덮여 있으니
나비들도 가는 봄을 아쉬워하는 것 같다.
연못의 물에 환히 비치는 바위와 꽃 먼 산들의 그림자를 보다 보니
우리 인간사도 저처럼 환히 볼 수 있다면 어찌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까마귀새끼의 암수를 따지는 일은 하지 말자.
세조의 계유정난癸酉靖難으로 수많은 집현전 학사들이 투옥되고 처형된 일이 생각난다.
봄바람은 산들산들 불어오는데 어느 쪽에서 부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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