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2-2
매월당 시집 제4권 2-2
2 주야晝夜 낮과 밤
2 야심夜深 밤이 깊었다
야심산실월명초夜深山室月明初 밤이 깊어 산 집에는 달이 밝기 시작하는데
정좌도등독은서靜坐挑燈讀隱書 고요히 앉아 등불 돋우고 은서隱書를 읽는다.
호표망조상노후虎豹亡曹相怒吼 범과 표범 무리 잃고서 서로 노해 울부짖고
치효실반경가호鴟梟失伴競呵呼 소리개·올빼미 짝 잃어 다퉈가며 부르짖는다.
이생쟁사안오분頤生爭似安吾分 편히 삶이 어찌 내 분수에 안심함만 같으랴?
각로무여피세거却老無如避世居 늙는 것 막는 덴 세상 피해 삶과 같은 것 없다.
욕학련단신묘술欲學鍊丹神妙術 단약丹藥 만드는 신묘한 법 배우려 하거든
청래천석학용소請來泉石學慵疎 천석 좋은 데에 와서 게으른 것 소탈한 것 배우소.
밤 깊은 산속 방안을 달이 밝힐 때
고요히 앉아 등불 돋우며 은서를 읽는다
범과 표범은 무리 잃으면 서로에게 으르렁거리고
짝 잃은 솔개와 올빼미가 다투듯 울어대네.
양생하는 것이 어찌 자기 분수에 편안함만 하며
늙음 늦추는 것도 세상 피해 삶만 못하다네.
오래 사는 신묘한 도술을 배우고 싶으면
청하거니 자연을 찾아와서 게으르고 나태하게 사는 법부터 배우게.
►도등挑燈 심지를 돋워 불을 밝게 함.
►은서隱書 책 이름. 총 18篇.
<한서예문지漢書藝文志>는 반고班固가 지은 <漢書>의 총100권 가운데 30권에 속하는 것으로
그가 <한서예문지>의 서문序文에서 "지금 그 대략을 간추려 편적篇籍을 갖춘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 <한서예문지>는 유향劉向과 함께 비서祕書를 관장하면서
유향 아들인 유흠劉歆의 저작인 <칠략七略>을 그대로 인용한 것인데
그 <칠략七略>의 내용인 집략輯略, 육예략六藝略, 제자략諸子略, 시부략詩賦略,
병서략兵書略, 수술략數術略, 방기략方技略으로 구성하였다.
이 때문에 반고에 의해 한 대漢代 학술의 개략과 그 저자와 저서를 알도록 편집한 것이다.
제4편 시부략詩賦略(81) 잡부雜賦(12) 은서隱書 十八篇
사고왈師古曰 안사고顔師古가 말하였다.
유향별록운劉向別錄云 유향劉向의 <별록別錄>에서 이르기를
은서자隱書者 ‘은어隱語란
의기언이상문疑其言以相問 그 말하는 것이 서로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것으로
대자이려사지對者以慮思之 대답을 하는 사람이 깊이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가이무불유可以無不諭 이것을 알지 못하면 알아들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책은 은어隱語를 모은 것으로 보인다.
은어隱語는 수사廋辭(숨기는 말, 수수께끼) 유언謬言(그릇된 말) 유사謬辭 그릇된 말)라고도 했다.
말을 정면으로 하지 않고 일부러 비꼬거나 돌리고 틀어서 자신의 뜻을 나타내려고 하는 방법이다.
한대漢代에는 은隱이 해諧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신서新書> 잡사편雜事篇에 보이는
대조大鳥는 날지 않고 울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동방삭東方朔이 곽사인郭舍人과 더불어 서로 은어隱語를 나눈 이야기는
<은서隱書> 18편 중에 들어 있던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없어져 전하지 않는다./thddudgh77님의 블로그
►망조亡曹 무리를 잃다.
►가호呵呼 상대를 향해 울어댐
►이생頤生 제 편한 방식으로 살아감. 마음 편하게 살아감.
養生의 뜻으로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삶을 살아감'이다.
●우중민극雨中悶極 비 오는 날 답답한 마음이 들어/金時習
연공세우직여사連空細雨織如絲 베 짜는 실처럼 가느다란 궂은비가 내려
독좌요요유소사獨坐寥寥有所思 공허하게 홀로 앉으니 온갖 생각이 꼬리를 무네.
궁달종운천부여窮達縱云天賦與 세상사 막히고 뚫림은 비록 하늘이 돌봐준다지만
행장지재아선지行藏只在我先知 숨거나 나타나는 건 내가 먼저 알아서 할 바요.
비비맥롱추성급霏霏麥隴秋聲急 추적추적 비 내리는 보리밭엔 가을바람소리 드세고
막막도전만색지漠漠稻田晩色遲 쓸쓸한 들녘 논밭은 느지막한 석양이 비추네.
노대이생하사호老大頤生何事好 깨끗하게 나이 들어 오지게 살면 좋은 게 뭔가.
죽상량점사지이竹床凉簟乍支頤 시원한 대나무 평상 돗자리에 누워 잠시 턱 괴는 것이라네.
►각로却老 구기자枸杞子. 늙음을 막다. 늙지 않고 장수하다.
‘물리칠 각却’ 어조사語助辭. 반대로. 도리어. 뒤집다
►용소慵疏 게으르고 나태함
●산거山居 2首/서경덕徐敬德(1489-1546)
운암아복거雲巖我卜居 운암에 내가 살게 된 것은
단위성용소端爲性慵疏 단지 성질이 게으르고 나태함이네.
림좌붕유조林坐朋幽鳥 숲에 앉아 조용히 새와 벗하고
계행반희어溪行伴戲魚 시냇가에서 노니는 물고기와 짝 하네
한휘화오추閒揮花塢帚 한가로이 꽃 언덕을 빗자루로 쓸고
시하약휴서時荷藥畦鋤 때로 약초밭에 호미질 하네.
자외혼무사自外渾無事 스스로 세상 밖일 아무 관심 없으니
다여열고서茶餘閱古書 차 마신 뒤 옛글을 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