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詩/매월당집梅月堂集
매월당 시집 제4권 2-4
空空
2024. 1. 23. 07:41
매월당 시집 제4권 2-4
2 주야晝夜 낮과 밤
4 월야독보정중月夜獨步庭中 달밤에 홀로 뜰을 거닐며
만신풍로정처처滿身風露正凄凄 몸에 가득한 바람과 이슬 정히 처량한데
야반종잔두이서夜半鍾殘斗已西 야반夜半에 소리 없고 북두성 이미 서쪽으로 기울었다.
송학유기화월려松鶴有機和月唳 송학松鶴은 마음 있어 화한 달에 소리치고
초충견한향인제草虫牽恨向人啼 초충草蟲은 恨에 끌려 사람 향해 운다네.
반창고침등화락半窓孤枕燈花落 반창半窓에 홀로 누우니 등불 꽃이 떨어지고
유수일정렴영저幽樹一庭簾影低 그윽한 나무 한 뜰에 발그림자 나지막하다.
시자정면호불기侍者正眠呼不起 상좌 중 한참 자노라 불러도 일어나지 아니하여
호시음료편선제好詩吟了便旋題 좋은 시 읊고 나서 곧 다시 쓴다네.
달밤에 홀로 정원을 거닐다가
온몸을 적시는 이슬과 바람에 정녕 처량해지고
한밤중 산사의 쇠북소리 잦아들자 북두칠성이 서쪽으로 기우네.
소나무에 앉은 학은 달에 끌린 듯 울음으로 화답하고
풀벌레는 한 맺힌 듯 사람들에게 울음을 내지르네.
작은 창가에 홀로 누웠는데 등잔 불꽃이 떨어지고
뜨락 한편에 그윽이 서있는 나무는 주렴에 그림자 드리우네.
시중들던 사람은 깊은 잠에 빠져 불러도 일어나지 않고
괜찮은 시 한수 읊고는 마땅한 제목 찾느라 배회한다네.
►처처凄凄 쌀쌀함. 슬프고 처량함
►두斗 북두칠성北斗七星. 斗의 원래 뜻은 국자.
►유기有機 서로 연관되는 부분 혹은 이음매
►‘울 려(여)唳’ (학이)울다. 새가 울다. 새소리(새가 우는 소리)
►편선便旋 배회함. 이리저리 궁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