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4권 8-1
매월당 시집 제4권 8-1
8 누각樓閣
1 제원루題院樓 원루院樓에 쓰다 2首
1
옥산동반청풍원玉山東畔清風院 옥산玉山 동쪽 가의 청풍원淸風院 그 집에
충우등림일소류衝雨登臨一少留 비 맞으며 올라가서 잠시 한번 쉬다가
홀청석양강상적忽聽夕陽江上笛 석양의 강 위에 피리 소리 듣고서
백운향사야유유白雲鄉思也悠悠 흰 구름에 고향 생각 역시 유유히 떠오르네.
옥산 동쪽의 물가에 있는 청풍원 누각
비 오는 날에 올라가 잠시 쉰 적이 있다네.
비 개이자 노을이 깔린 강에서 피리소리 들리고
흰 구름 피어오르니 아득한 고향이 그리워
►제원루題院樓 역참 원루에 글을 남김.
►원루院樓 ‘院’은 역참驛站 사이에 출장 나온 관리들을 위해 지은 여관旅館.
‘院樓’는 旅館의 누각樓閣
►옥산玉山 전라남도 해남海南의 옛 이름. 사라향沙羅鄕이라고도 부름.
►청풍원淸風院 전남 靈巖郡 鶴松里에 있던 출장 관리들을 위해 朝鮮初에 설치한 旅館
►‘찌를 충, 뒤얽힐 종衝’ 찌르다, 치다. 부딪치다
►유유悠悠 아득하게 멂. 침착沈着하고 餘裕 있음.
2
사면계산옹소루四面溪山擁小樓 사면의 시내와 산이 작은 누각을 싸안았는데
청풍취골홀경추清風吹骨忽驚秋 맑은 바람 뼈에 붙어 가을임에 문득 놀랐네.
금귀환주인하처金龜換酒人何處 금거북으로 술 바꾸던 그 사람 어디 있나?
단우잔운자재수斷雨殘雲自在愁 끊긴 비와 남은 구름 그대로 근심일세.
사방에 개울이 흐르고 산봉우리가 작은 누각을 둘러싸
뼛속깊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문득 가을이 왔음에 놀란다네.
금 거북으로 술 바꿔 마신 이백과 하지장은 어디 있을까
비가 그쳐 남았던 먹구름이 내 근심을 몰아온다네.
►금귀金龜 금 거북. 관리의 직인, 직인주머니.
중국에서 관리들이 예복의 띠에 차는 주머니.
원래 물고기 모양이었으나 측천무후가 거북 모양으로 바꾸었다.
금귀는 唐代 3품 이상 관원의 패식佩飾.
당唐의 하지장賀知章(659-744)이 금귀金龜를 술과 바꾸어서 李白(701-762)과 즐겁게 놀았다는 故事.
●대주억하감對酒憶賀監 2首 술을 대하여 하지장을 생각하다/李白
1
당하지장唐賀知章 자계진字季眞 당唐나라 하지장賀知章은 자가 계진季眞이니
개원중開元中 개원연간開元年間에
천례시겸집현대학사遷禮侍兼集賢大學士 예부시랑 겸 집현태학사로 승진하였으며
천보중天寶中 걸위도사乞爲道士 천보연간天寶年間에 道士가 되어
이택위천추관以宅爲千秋觀 집을 천추관千秋觀으로 삼을 것을 청하자
여지거與之居 그에게 주어 살게 하였다.
사명유광객四明有狂客 사명산에 광객이 있으니
풍류하계진風流賀季眞 풍류객인 하계진이라
장안일상견長安一相見 장안에서 서로 한번 보고서
호아적선인呼我謫仙人 나를 귀향온 선인이라 하였네.
(지장재자극궁知章在紫極宮 일견호백위적선一見呼白爲謫仙
하지장이 자극궁에 있을 때에 한번 이백을 보고 적선이라 하였다.
적강야謫降也 적은 (인간 세상으로) 내려옴이다)
석호배중물昔好杯中物 옛날엔 잔속의 물건(술) 좋아하더니
금위송하진今爲松下塵 지금은 소나무 아래 먼지가 되었구나
금구환주처金龜換酒處 금귀 풀어 술 바꾸어 먹던 곳
각억누첨건却憶淚沾巾 돌이켜 생각하니 눈물이 수건을 적시는구나.
(금구환주처金龜換酒處
지장견리백知章見李白 하지장이 이백을 보고서
인해금구환주因解金龜換酒 진환이파盡歡而罷
금귀를 풀어서 술을 바꿔 먹고 실컷 즐기고 헤어졌다.)
2
광객귀사명狂客歸四明 광객이 사명산으로 돌아가니
산음도사영山陰道士迎 산음의 도사가 맞이하네
칙사경호수敕賜鏡湖水 칙명으로 경포호의 물을 하사하니
위군대소영爲君臺沼榮 그대 덕에 누대와 못이 영화로웠네
(칙사경호수敕賜鏡湖水
경호재산음鏡湖在山陰 경호(경포호)는 산음에 있다.
안하지장按賀知章 살펴보면 하지장이
자호사명광객自號四明狂客 스스로 사명광객이라 칭하고서
인청위도사因請爲道士 환향리還鄕里 도사가 되어 고향 마을로 돌아가기를 청하였는데
조사경호섬천일곡詔賜鏡湖剡川一曲 경포호 삼천 한 굽이를 하사하도록 명했다)
인망여고댁人亡餘故宅 사람은 죽고 옛 집만 남아서
공유하화생空有荷花生 부질없이 연꽃만 피었구나
념차묘여몽念此杳如夢 이를 생각하면 아득히 꿈만 같으니
처연상아정淒然傷我情 처량하게 내 마음만 아프네
이백의 시 <대주억하감對酒憶賀監 二首 병서竝書>에는
“직책이 태자빈객太子賓客인 하지장賀知章이 長安의 자극궁紫極宮에서
나를 한번 보고는 적선인謫仙人이라 부르고 금귀金龜를 풀어 술을 사서 즐겁게 마셨다.
서글픈 마음에 그리움이 일어 이 시를 짓는다.” 하였다.
●숙멸포원루宿滅浦院樓 멸포원의 누각에 묵으며
/쌍매당雙梅堂 이첨李詹(1345-1405 고려 충목왕1~조선 태종5)
장강곤곤향동류長江袞袞向東流 긴 낙동강은 넘실넘실 동쪽으로 흐르는데
야활산개천진두野闊山開天盡頭 넓은 들 트인 산 하늘 끝닿은 곳.
주즙기년인도수舟楫幾年人渡水 저 배들은 몇 년 동안 사람을 건네었을까?
풍진만리객등루風塵萬里客登樓 풍진 속 만리 밖에서 객이 누대에 올랐네.
연롱두자청회야煙籠杜子淸淮夜 연기 자욱하니 두목이 읊은 진회의 밤이요,
월소소선적벽추月小蘇仙赤壁秋 달이 작으니 소선이 적벽부 읊던 가을일세.
기로향남통거진岐路向南通巨鎭 갈림길은 남쪽 향해 절제사 진영으로 통하니
정참시도차중류征驂時到此中留 먼 길 오가는 관리들 이따금 와 예서 묵네.
►멸포滅浦 지금의 창녕보가 설치된 지역의 密浦 나루터.
경상남도 함안군 칠북면 이령리에 있는 속해 있으며 멸포蔑浦라고도 하였다.
이곳은 마산과 부산으로 통하는 중요한 나루터였다.
►원루院樓 院의 누각(별채).
院은 장사하거나 公務로 오가는 사람들을 묵을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여관이다.
►곤곤袞袞 넘실넘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모양. 권세가 대단한 모양.
►주즙舟楫 '배와 노'로 보통 '배'를 의미한다.
►연롱두자청회야煙籠杜子淸淮夜 두목杜牧의 칠언절구 〈박진회泊秦淮〉시
연롱한수월롱사煙籠寒水月籠沙 안개 자욱한 한수에 달빛은 모래사장 감싸는데
야박진회근주가夜泊秦淮近酒家 밤에 정박한 진회는 술집 가까운 곳 일세.
상녀부지망국한商女不知亡國恨 술집 여자는 망국의 한도 모르고
격강유창후정화隔江猶唱後庭花 강 너머에서 오히려 후정화를 부른다.
►월소소선적벽추月小蘇仙赤壁秋 소선蘇仙은 동파東坡 소식蘇軾을 신선에 비유한 것이다.
소식의 赤壁賦는 전, 후 2편이다.
前赤壁賦는 “임술지추칠월기망壬戌之秋七月旣望”으로 시작하고
후적벽부는 “시세십월지망是歲十月之望”으로 시작하니
모두 16일 또는 15일의 큰 달이 떴던 날이다.
따라서 月小는 둥근 달인데도 밤하늘에 높이 떠서 작게 보이는 달을 가리키는 것이다.
►거진巨鎭 절제사節制使•첨절제사僉節制使가 머무르고 있는 진영鎭營.
절도사가 있는 곳은 主鎭이라 하고 절제사•첨절제사가 있는 곳은 거진巨鎭이라 하며
동첨절제사•만호•도위가 있는 곳은 제진諸鎭이라 칭한다.
►정참征驂 정마征馬. 먼 길을 떠나는 말.
운률韻律상 정마征馬라 하지 못하고 정참征驂이라 한 것이다.
여기서는 公務로 오가는 官人을 가리킨다./블로그: 맑은 마음의 바로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