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錄/벽암록

벽암록 제2칙 평창評唱

空空 2024. 3. 19. 09:47

【評 唱】

 

조주화상심상거차화두趙州和尚尋常舉此話頭 지시유혐간택只是唯嫌揀擇

조주스님이 평소에 이 화두를 들어 말씀하시면서 “간택을 꺼려할 뿐이다”라고 하였다.

 

차시삼조신심명운此是三祖信心銘云 3조三祖스님의 <신심명信心銘>에 이르기를

지도무난至道無難 지극한 도는 어려울 게 없다.

유혐간택唯嫌揀擇 오직 간택을 하지 않으면 될 뿐이니

단막증애但莫憎愛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으면

통연명백洞然明白 아주 명백하니라.

 

재유시비纔有是非 시비가 있는 순간

시간택是揀擇 시명백是明白 간택에 떨어지거나 명백에 떨어진다고들 하는데

재임마회纔恁麼會 차과료야蹉過了也 이렇게 이해를 하면 잘못이다.

 

교정교점鉸釘膠粘 이렇게 쇠못을 박고 아교풀 칠을 한 것처럼 집착해서야

감작하용堪作何用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주운州云 시간택是揀擇 시명백是明白

조주스님이 “간택에 떨어지거나 명백에 떨어진다.” 했는데

 

여금참선문도如今參禪問道 요즈음 참선하여 도를 닦는 사람들은

부재간택중不在揀擇中 간택 속에 떨어져 있지 않으면

편좌재명백리便坐在明白裏 반대로 명백 속에 빠져 있다.

 

로승부재명백리老僧不在明白裏 “나는 명백 속에도 있지 않는데,

여등환호석야무汝等還護惜也無 그대들은 명백을 보호하고 아끼겠는가?”하였으니

 

여제인기부재명백리汝諸人既不在明白裏 차도且道

여러분들! 명백 속에 있지 않다면 말해보라,

 

조주재십마처趙州在什麼處 조주스님은 어느 곳에 있으며

위십마각교인호석為什麼卻教人護惜 무엇 때문에 사람들에게 보호하여 아끼게 하였는가를.

 

오조선사당설도五祖先師當說道 은사이신 오조五祖스님께서도 항상 말씀하시기를

수수래사과이垂手來似過爾 “(조주스님이) 손을 드리워 그대들을 이끌어주셨는데

이작마생회爾作麼生會 그대들은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라고 하였다.

차도且道 작마생시수수처作麼生是垂手處 말해보라, 무엇을 이끌어주셨는지를.

 

식취구두의識取鉤頭意 말하는 취지[鉤頭 대저울의 갈고리]를 알아차릴지언정

막인정반성莫認定盤星 언어문자[定盤星 저울 눈금]에 매이지 말라.

 

저승출래這僧出來 야부방기특也不妨奇特

스님이 와서 질문한 것은 제법 기특하다 할 만하다.

 

착조주공처捉趙州空處 편거찰타便去拶他

조주스님의 허술한 곳을 꼬집어 그에게 내질러 말하기를

 

기부재명백리既不在明白裏 호석개십마護惜箇什麼

“이미 명백한 속에도 있지 않다면 무엇을 보호하고 아끼겠습니까?”하니

 

조주갱불행방행할趙州更不行棒行喝 조주스님은 ‘몸뚱이’와 ‘할’소리를 전혀 쓰지 않고

지도只道 아역부지我亦不知 “나도 모른다.”라고 말했을 뿐이다.

 

약불시저로한若不是這老漢 만일 이 늙은이(조주스님)가 아니었다면

피타찰착被他拶著 왕왕망전실후往往忘前失後 내지름을 당하고는 반드시 쩔쩔맸을 것이지만

 

뢰시저로한賴是這老漢 다행히도 이 늙은이는

유전신자재처有轉身自在處 자유자재로 몸을 비낄 수 있어서

소이여차답타所以如此答他 이처럼 그에게 답변한 것이다.

 

여금선화자如今禪和子 문착야도問著也道 요즈음 선승들은 질문했다 하면

아역부지불회我亦不知不會 “나도 모른다. 몰라”라고들 하지만

쟁내동도부동철爭奈同途不同轍 조주스님과 길은 같아도 그 내용이 다른 걸 어찌하랴!

 

저승유기특처這僧有奇特處 방시회문方始會問 그 객승은 그래도 기특하여 대뜸 묻기를

화상기부지和尚既不知 “스님께서 모르신다면

 

위십마각도부재명백리為什麼卻道不在明白裏

무엇 때문에 ‘명백한 속에도 있지 않느니라.’고 말씀하십니까?”하니

갱호일찰更好一拶 보기 좋게 다시 콱 내지른 것이다.

 

약시별인若是別人 만일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왕왕분소불하往往分疏不下

반드시 이를 잘 받아 진행하지(분간하지) 못했을 것이다.

 

조주시작가趙州是作家 조주스님은 훌륭한 작가 선지식이라

지향타도只向他道 문사즉득問事即得 례배료퇴禮拜了退

스님에게 말하기를 “묻는 일이 끝났으면 절 올리고 물러가라”하니

 

저승의구무내저로한하這僧依舊無奈這老漢何 이 객스님도 역시 이 늙은이를 어찌하지 못하고

지득음기탄성只得飲氣吞聲 숨을 들이쉰 채 찍소리 못한 것이다.

 

차시대수종사此是大手宗師 그는 훌륭한 솜씨를 갖춘 종사宗師이시다.

불여이론현론묘不與爾論玄論妙 현묘한 말이나 상황[機緣]이나

론기론경論機論境 경계를 의논하지 않고

일향이본분사접인一向以本分事接人 한결같이 본분의 일로써 사람을 대했던 것이다.

 

소이도所以道 그러므로 말하였다.

상매요이접취相罵饒爾接嘴

“욕을 하려거든 해라.

욕하는 주둥이 모자라지 않게 입을 포개서 하라.

(새 주둥이까지 빌려다 달아주련다).

 

상타요이발수相唾饒爾潑水

침 뱉으려면 뱉어라.

침이 모자라지 않게 물까지 퍼다주리라.”

 

수부지저로한殊不知這老漢 이 늙은이를 몰랐을 것이다

평생불이방할접인平生不以棒喝接人 평소에 ‘몽둥이’와 ‘할’로써 교화하지 않고

지이평상언어只以平常言語 일상적인 말로 교화했다는 것을

지시천하인불내하只是天下人不奈何 그러니 세상 사람인들 어찌하랴!

 

개위타평생무허다계교蓋為他平生無許多計較 그는 평소에 잡다한 計較가 없었다.

소이횡념도용所以橫拈倒用 역행순행逆行順行 득대자재得大自在

그래서 종횡으로, 역행과 순행이 자유자재로웠다.

 

여금인불리회득如今人不理會得 요즈음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서

지관도只管道 조주부답화趙州不答話 불위인설不為人說

그저 “조주스님은 답하지 못했고 남을 교화하지도 않았다”고 말들을 하는데

 

수부지殊不知 당면차과當面蹉過 이는 아주 잘못됐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상常

저본작당底本作當 저본에 당當으로 지어졌음.

의타본개依他本改 타본에 의해 고쳤음.

 

►화두話頭

공안중대다유일개자혹일구화公案中大多有一個字或一句話

공안公案 중에 거의(大多) 一個字 혹은 一句話가 있어

 

공학인참구지용자供學人參究之用者 칭위화두稱爲話頭

학인學人에게 공급해 참구로 쓰이는 것을 화두라고 일컬음.

 

우화두동화又話頭同話 두頭 조사助詞 여념두如念頭

또 화두는 화話와 같나니 두頭는 조사助詞. 예컨대(如) 염두念頭.

 

►<신심명信心銘> 1卷 선종삼조감지선사승찬작禪宗三祖鑑智禪師僧璨作

위사언시체爲四言詩體 4언체四言體 시詩

 

범일백사십륙구凡一百四十六句 전문공오백팔십사자全文共五百八十四字

무릇 146구며 전문이 공히 584자임.

 

종지도무난유혐간택從至道無難唯嫌揀擇 지도무난 유혐간택으로부터

지언어도단비거래금이지至言語道斷非去來今而止 언어도단 비거래금에 이르러 그침.

 

►통연洞然

심투청석적양자深透淸晰的樣子 심투深透하여 청석淸晰(매우 淸楚)한 양자.

 

►교정교점鉸釘膠粘 집착執着과 구속拘束.

정釘으로 쪼아 만든 쇠붙이[鉸]와 아교로 붙인 장식용 물건[膠粘]

 

‘교정교점鉸釘膠粘’=교정타착鉸釘打著, 교고점착膠固粘著

교鉸를 못으로 때려 박고 아교로 견고하게 붙임.

 

유지집착언구지해喩指執著言句智解 언구와 지해智解에 집착함을 비유로 가리킴.

 

교鉸 금속장식金屬裝飾 집운集韻 교鉸 이금식기以金飾器

교鉸는 금속의 장식. 집운 교鉸 금으로 기물을 장식함이다.

 

►조재坐在 안주하다. 정착하다.

►설도說道=言道. 말하다. ‘道’ 접미사

►수수래사과이垂手來似過爾 가르침을 내려 그대에게 보여줬더라도,

‘垂手’ 가르침을 내리다. ‘來’ 동작이 대상을 향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어조사

‘似’ ~을 보이다[示] ‘過’ 동작의 시간·공간상의 경과를 나타내는 어조사

 

‘수수垂手’

선림중禪林中 사가접화학인시師家接化學人時 선림 중에서 사가師家가 학인을 접화接化할 때

립어향하문立於向下門(즉제이의문卽第二義門) 향하문向下門(第二義門)에 서서

친절은간親切殷懇 가이지도加以指導 친절하고 은근히 지도를 가하다.

 

일여부모수하쌍수무애유아一如父母垂下雙手撫愛幼兒 고칭수수故稱垂手

부모가 쌍수를 내려서(垂下) 유아를 어루만지며 사랑함과 같음이니 고로 수수라고 일컬음.

 

‘사과似過’

사似 상당우여相當于與 과過 급여給予 우후철又後綴

사似는 여與에 상당함. 과過는 급여給予며 또 후철後綴(접미사)임.

 

►구두鉤頭 낚싯바늘, ‘頭’ 어조사

►정반성定盤星=정반자동定盤子

정반위칭定盤爲秤 정반定盤은 칭秤(저울)이며

성위형상지목星爲衡上之目 성星은 저울대(衡) 위의 눈금(目)이니

정반성위칭기점지성定盤星爲秤起點之星 정반성은 저울의 기점起點의 눈금(星)이 됨.

 

어물지경중무관계於物之輕重無關係 물건의 경중에 관계가 없으므로

고어집착지의미여초월지의미용지야故於執著之意味與超越之意味用之也

고로 집착의 의미와 초월의 의미에 그것을 사용함.

 

►찰拶 一拶. 일격을 가하다.

►갱更 결코. 부정의 의미를 강조하는 말.

 

►망전실후忘前失後 당황하다

망각전면전제忘却前面前際 실각후면후제失却後面後際

전면과 전제前際를 망각하고 후면과 후제를 실각함.

 

►선화자禪和子=선화禪和. 선승, 선 수행자. ‘子’ 어미

‘화和’ 즉화상적간칭卽和尙的簡稱 화和는 곧 화상和의 간칭.

즉지일반선승卽指一般禪僧 곧 일반 선승을 가리킴.

 

►회會 령회領會 령오領悟

►동도부동철同途不同轍 가는 길은 같아도 가는 방향이 다르다.

►분소불하分疏不下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분소分疏’ 분변分辨 변해辨解

 

►작가作家 작자作者. 기용걸출적선가고수機用傑出的禪家高手

►의구依舊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무내無奈 ~하何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지득只得 부득이 ~할 수밖에 없다. ~할 수밖에 없다.

 

►음기탄성飮氣呑聲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다.

출기식부득出氣息不得 기식氣息을 냄을 얻지 못함.

 

비상공구지모非常恐懼之貌 비상非常의 공구恐懼의 모양.

기氣 호흡呼吸 기식氣息 기氣는 호흡. 기식氣息.

 

►대수大手 대수단大手段ㆍ대수안大手眼.

선가사장접인학인적고초수단禪家師匠接引學人的高超手段

선가의 사장師匠이 학인을 接引하는 고초高超의 수단手段.

 

►논기論機 눈을 깜박이거나 손을 들어 보이는 등의 동작을 통해 가르침을 전하는 것.

►논경論境 주장자를 들어 보이는 등의 어떤 장면이나 상황을 통해 가르침을 전하는 것.

►일향一向 오직[只管]

►본분사本分事 本來事. 선의 본래적인 입장.

‘본분本分’ 자기분내自己分內 자기 분한分限 안.

 

차지선가종장착안본분대사此指禪家宗匠著眼本分大事

여기에선 선가의 종장宗匠이 본분대사本分大事에 착안해

 

이채취적접인학인지수단而采取的接引學人之手段

채취한 학인을 접인하는 수단을 가리킴.

 

►상매요이접취相罵饒爾接嘴 상타요이발수相唾饒爾潑水

욕하든지 헐뜯든지 마음대로 하라. ‘남의 비판 따위엔 아예 신경응 쓰지 않는다.’

 

‘상매요이접취相罵饒爾接嘴’

량방쟁론이매도시兩方爭論而罵倒時 양방이 쟁론하면서 매도罵倒할 때

취파약단嘴巴若短 주둥이가 만약 짧다면

상가접취이조기세尙可接嘴以助其勢 오히려 가히 주둥이를 붙여 그 세력을 도움.

‘요饒’ 관용寬容 관서寬恕

 

‘상타요이발수相唾饒爾潑水’

량방쟁론이침봉상대兩方爭論而針鋒相對 구말횡비시口沫橫飛時

양방이 쟁론하며 침봉針鋒이 상대하면서 입의 침이 횡비橫飛(사방으로 날다)할 때

 

타액약부족唾液若不足 상가발수이조기세尙可潑水以助其勢

타액唾液이 만약 부족하댜면 오히려 가히 물을 뿌려 그 세를 도움.

 

►횡념도용橫拈倒用 사람을 가르치는 방법이 자유자재하다

►지관只管 一向. 오직

►당면차과當面蹉過 정면에서 빗나가 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