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제4칙 垂示
벽암록 제4칙 덕산협복문답德山挾複問答
【垂 示】
수시운垂示云 수시에 이르기를
청천백일靑天白日 푸른 하늘의 밝은 태양은
불가갱지동획서不可更指東劃西
동쪽을 가리키지도 서쪽을 선 긋지도 않고 모두를 끌어안고 밝게 비춘다.
시절인연時節因緣 그러나 시절인연에 따르려면
역수응병여락亦須應病與藥 마땅히 병에 따라 적당한 약을 주어야만 한다.
차도且道 말해 보아라.
방행호放行好 적극적으로 풀어 줄 것인가.
파정호把定好 아니면 절대적으로 침묵할 것인가.
시거간試擧看 본보기를 들어 보거라.
►청천백일靑天白日
유선법청초분명喩禪法淸楚分明 일체현성一切現成
선법이 청초淸楚하고 분명하며 일체에 현성現成했음에 비유.
<허당어록虛堂語錄>二
차사여청천백일此事如靑天白日 이 일은 청천백일과 같아서
무일사두허위장위애無一絲頭許爲障爲礙 일사두만큼도 위장위애(장애가 됨)가 없다.
<벽암록제碧巖錄第>4則
청천백일靑天白日 청천백일에
불가갱지동획서不可更指東劃西 가히 다시 지동획서하지 말아라.
시절인연時節因緣 시절인연도
역수응병여약亦須應病與藥 또한 모름지기 응병여약해야 하나니
차도且道 그래 말하라,
방행호放行好 방행放行이 좋으냐
파정호把定好 파정把定이 좋으냐.
►지동획서指東劃西=지동화서指東畫西
위선인구니우언사지해적종종작략謂禪人拘泥于言辭知解的種種作略
이르자면 선인이 언사와 지해에 拘泥(구애)되는 갖가지 작략이니
어함폄의語含貶義 말에 폄의貶義를 함유했음.
►방행放行 긍정의 입장
선가접화중하근기禪家接化中下根機 선가에서 중하근기를 접화하면서
자비위회慈悲爲懷 자비로 회포를 삼아
시이언구교설施以言句敎說 언구의 교설을 베풂이니
시방편법문是方便法門 이는 방편법문이다.
여파단파주파정상대與把斷把住把定相對
파단把斷ㆍ파주把住ㆍ파정把定과 상대된다.
<벽암록碧巖錄>31則
방행야와력생광放行也瓦礫生光 방행放行하매 와력瓦礫이 빛을 내고
파정야진김실색把定也眞金失色 파정把定하매 진금이 색을 잃는다.
<대혜어록大慧語錄>13
설유설무說有說無 유를 설하고 무를 설하고
설허설실說虛說實 허를 설하고 실을 설하고
설조설용說照說用 조照를 설하고 용用을 설하고
설빈설주說賓說主 빈을 설하고 주를 설함이
총유저리總由這裏 모두 이 속을 말미암는다.
차도且道 그래 말하라,
즉금방행호卽今放行好 즉금 방행放行이 좋은가
파주호把住好 파주把住가 좋은가.
►파정把定 파주把住. 부정의 입장
여파단파주동의與把斷把住同義 파단把斷ㆍ파주把住와 같은 뜻.
위절단언구교설지식정해謂截斷言句敎說知識情解
이르자면 언구ㆍ교설ㆍ지식ㆍ정해情解를 절단함이니
시선가본분시설是禪家本分施設 이는 선가의 본분시설.
여방행與放行(선가방편시설禪家方便施設)상대相對
방행放行(선가의 방편시설)과 상대됨.
‘파주把住’ ①조주抓住(움켜쥐어 머물게 함)/<임제어록臨濟語錄>
시유승출문時有僧出問 때에 어떤 중이 나와 묻되
여하시무위진인如何是無位眞人 무엇이 이 무위진인입니까?
사하선상파주운師下禪床把住云 스님이 선상에서 내려와 把住하고 이르되
도도道道 말하라, 말하라.
②파단把斷. 파정把定/<원오어록圓悟語錄>2
유시방행有時放行 어떤 때엔 방행하매
동피동차同彼同此 동피동차同彼同此하여
견수류신見隨類身 수류신隨類身을 보고
화광순물和光順物 화광순물和光順物하며
유시파주有時把住 어떤 때엔 파주把住하매
막도불안처불견莫道佛眼覷不見 불안으로 엿보아도 보지 못함을 말하지 말아라,
설사진대지초목設使盡大地草木 설사 온 대지초목이 모두
실변위천백억신悉變爲千百億身 천백억신千百億身으로 변화해
방무수광명放無數光明 무수한 광명을 방출하더라도
야조불착也照不著 또한 비추지 못한다.
‘방행파주放行把住’
방행여파주상대放行與把住相對 방행과 파주는 상대됨.
도시선기교봉都是禪機交鋒 혹접인학인시적시설或接引學人時的施設
모두 이 선기를 교봉하거나 혹 학인을 접인할 때의 시설이다.
방행의위放行意謂 방행은 뜻으로 이르자면
양대방유로가순讓對方有路可循 상대방에게 양보하여 가히 순환할 길이 있게 하고
급여입문방편給予入門方便 입문의 방편을 급여함이며
파주즉절단리로把住則截斷理路 파주는 곧 이로理路를 절단하여
사무가용심使無可用心 가히 용심하지 못하게 함이니
반영료선가시설적불동방식혹풍격反映了禪家施設的不同方式或風格
선가의 시설의 같지 아니한 방식 혹 풍격風格을 반영함이다.
<오등회원五燈會元>18 남악윤공南嶽允恭
념불자왈拈拂子曰 불자를 집어 가로되
정당금일正當今日 바로 금일에 당하여
불법진재저개불자두상佛法盡在這箇拂子頭上 불법이 모두 이 불자의 두상에 있나니
방행파주放行把住 일체림시一切臨時 방행하거나 파주하거나 일체가 임시다.
<원오어록圓悟語錄>2
당인수처견성當人隨處見成 당인當人이 따르는 곳마다 현성見成했고
개개정문유안箇箇頂門有眼 개개가 정문頂門에 눈이 있다.
약편임마승당득거若便恁麽承當得去 만약 바로 이렇게 승당承當해 얻는다면
방행파주전불유타放行把住全不由他 방행파주가 전부 타인을 말미암지 않고
출몰종횡갱비외물出沒縱橫更非外物 출몰종횡이 다시 바깥 물건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