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錄/벽암록

벽암록 5칙 頌 評唱

空空 2024. 3. 21. 14:36

【評 唱】

설두자연견타고인雪竇自然見他古人

설두스님은 애시 당초부터 저 옛사람의 뜻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지소거타명맥상일차只消去他命脈上一劄 여타송출與他頌出

대뜸 그의 급소를 한번 찌르고서 송을 지었다.

 

우두몰마두회牛頭沒馬頭回 “소머리 귀신이 죽으니 말머리 귀신이 되돌아왔다”하니

차도설개십마且道說箇什麼 말해보라, 무엇을 말했는가를.

 

견득투저見得透底 여조조끽죽如早朝喫粥 투철히 알아차린 놈에게는 아침에 죽 먹고

제시끽반상사齋時喫飯相似 지시심상只是尋常 점심 때 밥을 먹는 것처럼 일상적인 일일뿐이다.

 

설두자비雪竇慈悲 당두일추격쇄當頭一鎚擊碎

설두스님은 자비로워 그 자리에서 한 망치로 쳐부수고

 

일구절단一句截斷 지시부방고준只是不妨孤峻

한 구절로 끝내버렸으니 참으로 고준孤峻하다 하겠다.

 

여격석화사섬전광如擊石火似閃電光 불로봉망무이주박처不露鋒鋩無爾湊泊處

마치 번뜩이는 번갯불빛[電光石火]처럼 칼끝을 드러내지 않아 접근할 수가 없다.

 

차도향의근하모색득마且道向意根下摸索得麼 말해보라, 의근意根으로 헤아려서 알 수 있을까?

차양구일시도진료야此兩句一時道盡了也 이 두 구절로써 단번에 다 말해버렸구나.

 

설두제삼구雪竇第三句 설두스님이 3번째 구절에서는

각통일선도卻通一線道 가느다란 (방편의) 길을 터놓고

략로사풍규略露些風規 풍규風規를 조금 드러내 보였으니

조시락초早是落草 벌써 이는 낙초落草(비천한 지위에 떨어짐을 비유함)이며

제사구第四句 직하갱시락초直下更是落草 네 번째 구절 또한 그대로 낙초이다.

 

약향언상생언若向言上生言 만일 말 위에다 말을 보태고

구상생구句上生句 구절 위에다 구절을 보태고

의상생의意上生意 의근意根 위에다 의근을 내어

작해작회作解作會 헤아려서 이해하려 한다면

 

불유대루노승不唯帶累老僧 노승(원오 자신)에게 누를 끼칠 뿐 아니라

역내고부설두亦乃辜負雪竇 설두스님 뜻도 져버리는 것이다.

 

고인구수여차古人句雖如此 의불여차意不如此

옛사람의 언구는 비록 이와 같으나 그 의도는 이와 같지 않으니,

 

종부작도리계박인終不作道理繫縛人

끝내 이러쿵저러쿵하는 말로써 사람을 얽어 묶지는 않는다.

 

조계경리절진애曹溪鏡裏絕塵埃 “조계의 거울 속에 티끌이 없다”했는데

다소인도多少人道 사람들이 더러는

정심편시경靜心便是鏡 “고요한 마음이 바로 거울이다”라고 하나

차희몰교섭且喜沒交涉 좋아하시네! 전혀 관계가 없다.

 

지관작계교도리只管作計較道理 유십마료기有什麼了期

이는 다만 말로 이리저리 따졌을 뿐이니 어찌 끝마칠 기약이 있겠는가?

 

저개시본분설화這箇是本分說話 산승불감불의본분山僧不敢不依本分

이는 본분本分의 말이므로 산승(나)인들 감히 본분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우두몰마두회牛頭沒馬頭回 “소머리 귀신이 죽으니 말머리 귀신이 되돌아온다.”고

설두분명설료야雪竇分明說了也 설두스님은 분명히 말하였는데도

자시인불견自是人不見 사람들이 스스로 보질 못하였다.

 

소이설두여차랑당송도所以雪竇如此郎當頌道

그 때문에 설두스님이 이처럼 어줍잖게 송하여 말하기를

 

타고간래군불견打鼓看來君不見 “북을 쳐보아도 그대는 보질 못하네”라고 한 것이다.

치인환견마癡人還見麼 어리석은 사람이 보겠는가?

 

갱향이도更向爾道 백화춘지위수개百花春至為誰開

다시 그대에게 말하기를 “봄날의 온갖 꽃 누굴 위해 피었느냐?”고 하니

 

가위활개호유可謂豁開戶牖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여이일시팔자타개료야與爾一時八字打開了也 그대에게 일시에 분명하게 내보여준 것이다.

 

급호춘래及乎春來 유곡야간幽谷野澗 봄이 되어 깊은 골짜기와 들녘 시냇물,

내지무인처乃至無人處 백화경발百花競發 나아가 인적 없는 곳까지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니

이차도갱위수개爾且道更為誰開 그대는 말해보라. 참으로 누구를 위하여 꽃피는가?

 

 

►우두몰마두회牛頭沒馬頭回 신출귀몰의 절묘한 동작.

주고[與, 放行] 뺏기[奪, 把住]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

 

순간출현우순간소실적사상瞬間出現又瞬間消失的事相

순간에 출현했다가 또 순간에 소실消失하는 사상事相이니

 

비유선기극위신질比喩禪機極爲迅疾 초종즉서稍縱卽逝

선기가 극히 신질迅疾하여 조금이라도 놓치면 곧 떠남에 비유함.

 

►재시齋時 공양시간.

재식지시齋食之時 즉자천명지정오지간卽自天明至正午之間

재식齋食의 시각이니 곧 천명天明(동틀 무렵)에서 정오의 사이에 이르기까지.

 

재자위불과중식齋者謂不過中食 정오이전소작지식사야正午以前所作之食事也

재齋란 것은 이르자면 불과중식不過中食이니 정오 이전에 짓는 바의 식사임.

 

계률상戒律上 어식분시비시於食分時非時 계율상 식사를 시時와 비시非時로 구분하며

정오이전위정시正午以前爲正時 정오 이전은 정시正時가 되고

이후위비시以後爲非時 이후는 비시非時가 되며

 

시자의식時者宜食 비시자불의식非時者不宜食 시時엔 마땅히 먹고 비시非時엔 마땅히 먹지 않음.

인이시중지식위재식因而時中之食爲齋食 이로 인해 시중時中의 식을 재식齋食이라 함.

 

►당두當頭=당면當面, 당하當下. 두頭는 후철後綴. 즉석에서, 눈앞에서, 처음, 최초

►의근意根

륙근지일六根之一 근위능생지의根爲能生之義

6근의 하나로 근根은 능생能生의 뜻이 됨.

 

륙근중지전오근六根中之前五根 6근 중의 전 5근이

소대지경위사대소형성지색법所對之境爲四大所形成之色法

소대所對하는 경계는 4대大로 형성된 바의 색법이며

 

의근소대지경칙위심법意根所對之境則爲心法 의근이 소대하는 바의 경계는 곧 심법이 됨.

대법경즉산생의식對法境卽産生意識 법경法境을 대하면 곧 의식意識이 산생産生됨.

 

►통일선도通一線道 하나의 암시를 주다

‘一線道’

형용극소적거리혹공간形容極小的距離或空間 극소의 거리距離나 혹 공간을 형용.

 

►고부辜負 고孤=부負. 남의 호의好意나 기대期待 따위를 저버림.

마음에 거슬림. 생각대로 되지 않음. 그 본의가 기대에 어긋나는 짓을 함.

 

고辜 통고通孤 고孤 가차위고假借爲辜

고辜는 고孤와 통하며 고孤는 가차하여 고辜라 함.

 

<이아爾雅>

고辜=벽辟(물리칠 벽) 려戾(어그러질 려)

 

►약로略露 약간 드러내다

►풍규風規 본문, 문제의 핵심

 

►팔자타개八字打開

팔자八字 모양으로 확 연다는 뜻으로 아주 명백하게 밝혀서 해명한다는 의미.

 

팔자형상八字形狀 량변분개兩邊分開 팔자八字 형상으로 양변에 분개分開함이니

형용사가직시현지形容師家直示玄旨 사가師家가 현지玄旨를 직시直示하여

극기명백極其明白 호무차폐毫無遮蔽 극히 그 명백하고 터럭만큼의 차폐遮蔽도 없음을 형용함.

/2014-07-02 22:5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