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錄/벽암록

벽암록 8칙 垂示

空空 2024. 3. 23. 15:29

벽암록碧巖錄 8칙 취암미모翠巖眉毛

【垂 示】

수시운垂示云 수시垂示하여 이르되

 

회즉도중수용會則途中受用 알았다면 세속에서도 자유자재[受用]하여

여룡득수如龍得水 마치 용이 물을 얻고

사호고산似虎靠山 범이 산을 의지한 것과 같겠지만

 

불회즉세제류포不會則世諦流布 알지 못하면 세속의 이치[世諦]에 끌려 다니니

저영촉번羝羊觸藩 마치 어린 염소의 뿔이 울타리에 걸려 꼼짝하지 못하고

수주대토守株待免 말뚝을 지키며 토끼를 기다리는[守株待兎]것과 같다.

 

유시일구有時一句 여거지사자如踞地獅子 때로는 ‘한 구절’이 땅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사자와 같고

유시일구有時一句 여금강왕보검如金剛王寶劍 때로는 ‘한 구절’이 금강왕의 보검과 같으며

 

유시일구有時一句 좌단천하인설두坐斷天下人舌頭

때로는 ‘한 구절’이 천하 사람들의 혀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하며

 

유시일구有時一句 수파축랑隨波逐浪 때로는 ‘한 구절’이 파도와 물결을 따르게도 한다.

 

약야도중수용若也途中受用 만일 세속 속에서도 자유자재하면

우지음별기의遇知音別機宜 지음知音(知己)을 만나 기연의 마땅함을 구별하고

식휴구상공증명識休咎相共證明 길흉을 알아 서로가 서로를 증명한다.

 

약야세제류포若也世諦流布 그러나 만일 세속의 이치에 끌려 다닐 경우

구일척안具一隻眼 진리를 보는 외쪽 눈[一隻眼]을 갖추면

가이좌단시방可以坐斷十方 시방十方에 틀어박혀

벽립천인壁立千仞 천 길의 벼랑 위에 우뚝 설 수 있게 된다.

 

소이도所以道 그러므로 말하노라

대용현전大用現前 부존궤칙不存軌則

“대용大用이 눈앞에 나타나니 일정한 준칙이 있지 않다”고

 

유시장일경초有時將一莖草 때로는 한 줄기의 풀로

작장륙금신용作丈六金身用 장육금신丈六金身의 작용을 내기도 하며

유시장장륙금신有時將丈六金身 때로는 장육금신으로

작일경초용作一莖草用 한 줄기 풀의 작용을 내기도 한다.

 

차도且道 말해보라,

빙개십마도리憑箇什麽道理 무슨 도리에 의한 것인가를?

환위실마還委悉麽 분명히 알았느냐?

시거간試擧看 시험 삼아 들어보아라.

 

 

►도중수용途中受用 깨달음으로 가는 도중에서 깨달음의 희열을 미리 맛보는 것.

‘途中’ 구극究極의 증오證俉에 달하는 과정의 수행단계.

그러나 본래 그 수증修證은 내재內在한다는 ‘修證一等’의 실천을 스스로 수용하는 상태를 말한다.

마조馬祖는 ‘항상 가지만 머무는 일 없으며 항상 머물러도 가지 않는 일 없다’/<대혜어록>

여기서 ‘머무는 일’이란 구극의 경지에 달한 것.

행行과 주住가 같다는 취지.

 

►여룡득수如龍得水 사호고산似虎靠山

용이 물을 얻은 것과 같고 호랑이가 산을 의지한 것과 같다.

​‘물을 얻고 산을 의지하다’

 

비유참선자용맹정진比喩參禪者勇猛精進 득기소이得其所以

참선자가 용맹 정진하여 그 소이所以를 얻음에 비유함.

 

시노력돈오후적체험是努力頓悟後的體驗

이는 노력하여 돈오한 후의 체험임.

 

►세제世諦 상대적인 진리. 분별심의 차원. ‘諦’ 진리

대진제지칭對眞諦之稱 진제眞諦를 상대한 일컬음임.

 

세자세간세속世者世間世俗 세世란 것은 세간ㆍ세속이며

제자사실우도리諦者事實又道理 제諦란 것은 사실이며 또 도리임.

 

세간지사실世間之事實 우세속인소지지도리又世俗人所知之道理 謂之世諦

세간의 사실, 또 세속인이 아는 바의 도리를 세제라고 이르며

 

우왈속제又曰俗諦 세속제世俗諦 복속제등覆俗諦等

또 가로되 속제ㆍ세속제ㆍ부속제覆俗諦 등임.

 

<열반경涅槃經>14

선남자善男子 세제자즉제일의제世諦者卽第一義諦 선남자여, 세제世諦란 것은 곧 제일의제니라.

세존世尊 약이자즉무이제若爾者則無二諦 세존이시여, 만약 그러하다면 곧 2제諦가 없습니까?

 

불언佛言 불타가 말씀하시되

선남자善男子 유선방편有善方便 수순중생隨順衆生 설유이제說有二諦

선남자여, 좋은 방편이 있어 중생을 수순隨順하므로 2제의 있음을 설한다.

 

►저양촉번羝羊觸藩 進退兩難. ‘저양羝羊’ 숫양.

<周易 대장괘大壯卦>上六)

저양촉번羝羊觸藩 불능진不能進 불능퇴不能退 무유익無攸益

숫양이 울타리를 들이받아 물러가지도 못하고 나아가지도 못하여 이로운 바가 없다.

 

하찮은 제 용기만 믿고 저돌적으로 돌진했다가 進退兩難에 빠짐의 비유.

 

►거지사자踞地獅子=거지사자同踞地師子

땅에 웅크리고서 먹이를 노리는 사자獅子. 힘의 권화權化.

 

임제사갈지臨濟四喝之一 임제 4할喝의 하나.

림제어록운臨濟語錄云 임제어록에 이르되

유시일갈여거지금모사자有時一喝如踞地金毛師子

어떤 때의 1喝은 땅에 웅크린(踞地) 금모사자와 같다.

 

<인천안목人天眼目>2

거지사자자踞地師子者 거지사자踞地師子란 것은

발언토기發言吐氣 발언하고 토기吐氣하매

위세진립威勢振立 위세로 떨치며 서는지라

백수공송百獸恐悚 백수가 두려워하고

중마뇌렬衆魔腦裂 중마衆魔의 뇌가 찢어진다.

 

►수파축랑隨波逐浪 운문 3句의 하나.

파도를 따라 흐름을 같이한다.

곧 수행자의 소질이나 능력에 따라 자유자재로 지도한다는 뜻.

 

시운문종접인학인적일종원칙是雲門宗接引學人的一種原則

이는 운문종에서 학인을 접인接引하는 1종의 원칙이니

 

즉수연접물卽隨緣接物 곧 수연접물隨緣接物(인연 따라 사람을 접인)하고

응병여약應病與藥 응병여약應病與藥(병에 응해 약을 줌)함임.

 

►지음知音 소리를 알아듣는다는 뜻으로 자기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어출렬자탕문제語出列子湯問第5 말이 <열자> 탕문湯問 제5에 나옴.

 

운云 백아선금伯牙善琴 자기선어청子期善於聽

이르되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했고 자기子期는 듣기를 잘했다.

 

백아지재고산伯牙志在高山 백아의 뜻이 고산高山에 있으면

자기왈子期曰 아아혜약태산峩峩兮若太山

자기가 가로되 아아峩峩(峩는 높을 아)함이여 태산과 같구나.

 

지재류수志在流水 뜻이 유수流水에 있으면

양양혜약강하洋洋兮若江河 양양洋洋함이여 강하와 같구나.

백아소념伯牙所念 자기필득지子期必得之 백아가 생각하는 바를 자기가 반드시 얻었다.

 

백아유태산지음伯牙游太山之陰 백아가 태산의 음陰(北)에 노닐다가

봉폭우逢暴雨 지어암하止於巖下 폭우를 만나 바위 아래 쉬는데

심비내고금心悲乃鼓琴 마음이 슬퍼서 곧 거문고를 탔다.

 

작림우지조作淋雨之操 임우淋雨의 가락(操)을 짓다가

갱조붕산지음更造崩山之音 다시 붕산崩山의 음을 지었는데

 

매주每奏 자기첩궁기취子期輒窮其趣

매번 탄주할 적마다 자기가 문득 그 지취를 궁진窮盡했다.

 

백아사금이탄왈伯牙捨琴而嘆曰 백아가 거문고를 놓고 탄식하며 가로되

선재善哉 선재善哉로다.

자청지상상어오심子聽志想像於吾心 자네의 청지聽志로 나의 마음을 상상想像하니

오하도성재吾何逃聲哉 내가 어찌 소리를 도주하겠는가.

 

►기의機宜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할 적당한 시기

중생유선근지기衆生有善根之機 이의어포교자而宜於布敎者

중생이 선근의 기機가 있어 포교하기에 마땅한 자.

 

►휴구休咎 흉凶, 善惡

선악善惡 휴休 선善 구咎 악惡 휴구즉선악시비화복등의休咎卽善惡是非禍福等義

선악이니 휴休는 선이며 구咎는 악. 휴구는 곧 선악ㆍ시비ㆍ화복 등의 뜻.

 

►일척안一隻眼 제 3의 눈, 깨달음의 눈

►벽립천인壁立千仞=벽립만인壁立萬仞

암벽이 천 길이나 높이 솟아 있는 모양으로 선비의 높은 기상.

 

벽壁 척초적산애陟峭的山崖 벽壁은 아주 높고 가파른 산애山崖니

여현애초벽如懸崖峭壁 현애초벽(아득한 낭떠러지와 가파른 벽)과 같다.

 

벽립천인자壁立千仞者 벽립천인壁立千仞이란 것은

형용선오자명견자심形容禪悟者明見自心 선오자禪悟者가 自心을 환히 보아

자아위주自我爲主 자아自我를 위주爲主로 하여

 

절무의의絶無依倚 절대絶對로 의의依倚함이 없이

초탈진속적기개여경계超脫塵俗的氣槪與境界

진속塵俗을 초탈超脫한 기개氣槪와 경계境界를 형용形容함.

 

►환위실마還委悉麽 알겠는가.

‘委悉’ 지도知道(알다. 이해하다). 지효知曉(알아서 깨달음. 또는 환히 앎).

‘위委’ 확지確知 ‘실悉’ 지도知道, 료해了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