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錄/벽암록

벽암록 8칙 本則 評唱

空空 2024. 3. 23. 17:11

【評 唱】

고인유신참모청古人有晨參暮請

옛사람은 새벽에는 참례하고 저녁에는 법문을 청하였다.

 

취암지하말翠嵒至夏末 취암스님이 여름 안거 끝에

각임마시중卻恁麼示眾 이처럼 대중 설법을 하였으니

연이불방고준然而不妨孤峻 참으로 고고하기 그지없고

불방경천동지不妨驚天動地 하늘을 놀라게 하며 땅을 뒤흔들었다.

 

차도且道 말해보라.

일대장교一大藏教 오천사십팔권五千四十八卷 일대장교의 5천 48권에는

 

불면설심설성不免說心說性 설돈설점說頓說漸

마음[心]과 성품[性], 돈오[頓]와 점오[漸]의 말들이 결코 없는데,

 

환유저개소식마還有這箇消息麼 어디에 이러한 소식이 있더냐?

 

일등시임마시절一等是恁麼時節 취암취중기특翠嵒就中奇特

같은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취암스님이 그 가운데서도 기특하다.

 

간타임마도看他恁麼道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을 살펴보건대

차도且道 말해보라,

타의락재십마처他意落在什麼處 그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

 

고인수일구古人垂一鉤 옛사람은 한번 낚시를 던질 때는

종불허설終不虛設 끝내 헛되이 하지 않고

수시유개도리위인須是有箇道理為人 모름지기 학인을 제접하는 도리가 있었다.

 

인다착회도人多錯會道 그러나 사람들은 흔히 이를 잘못 이해하고서

백일청천설무향당화白日青天說無向當話 무사생사無事生事

“밝은 대낮에 당치 않는 말들을 지껄이며 없는 일을 만들어내다가

 

하말선자설과夏末先自說過 여름 안거 끝에 먼저 스스로 말하며

선자점검先自點檢 먼저 자신을 점검하여

면득별인점검타免得別人點檢他 다른 사람이 그를 점검하지 못하도록 하였다”고들 말하지만

차희몰교섭且喜沒交涉 좋아하시네! 무슨 관계가 있는가.

 

저반견해這般見解 이러한 견해를

위지멸호종족謂之滅胡種族 일러 부처 종족을 없애는 것이라 말한다.

 

력대종사출세歷代宗師出世 대대로 큰스님이 세상에 나와

약불수시어인若不垂示於人 사람들에게 설법하지 않았더라면

도무리익都無利益 아무런 도움이 없었을 것이다.

 

도개십마圖箇什麼 무엇을 하려는가?

도저리견득투到這裏見得透 여기에 이르러 투철하게 알아차린다면

 

방지고인유구경부지우方知古人有驅耕夫之牛 옛사람들에게는 바야흐로 농부의 소를 빼앗고

탈기인지식수단奪飢人之食手段 굶주린 자의 밥을 빼앗는 솜씨가 있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여금인문착如今人問著 편향언구하교작便向言句下咬嚼 요즈음 사람에게 물으면 말을 되씹고

미모상작활계眉毛上作活計 눈썹 위에서 살림살이를 하고 있다.

 

간타옥리인看他屋裏人 그러나 저 집안사람들(운문·보복·장경스님)을 살펴보면

자연지타행리처自然知他行履處

그들은 너무나도 그(취암스님)의 수행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천변만화千變萬化 절각오와節角聱訛 마디마디 얽힌 어려운 대서도 온갖 변화로써

착착유출신지로著著有出身之路 뚜렷이 벗어날 방법을 갖추었다.

 

편능여차여타수창便能如此與他酬唱

그래서 이와 같이 서로가 주고받을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어약무기특此語若無奇特 그(취암스님)의 말에 기특함이 없었다면

운문보복장경삼인雲門保福長慶三人 운문·보복·장경 세 사람이

 

잡잡지여타수창작십마咂咂地與他酬唱作什麼

시끄럽게 서로 주고받으며 지껄인들 무엇 하겠는가?

 

보복운保福云 보복스님의

작적인심허作賊人心虛 지인차어只因此語 야득적래설허다정해惹得適來說許多情解

“도둑질하는 놈은 늘 근심한다.”고 한 말로 인하여 앞에서 많은 알음알이를 지껄였다.

 

차도보복의작마생且道保福意作麼生 말해보라, 보복스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절기향구하멱타고인切忌向句下覓他古人 언어문자로써 그 어른을 절대 이해하려 하지 말라.

 

이약생정기념爾若生情起念 즉환이안정則換爾眼睛

그대가 만일 뜻을 내고 생각을 일으키면 그대의 눈알을 뒤바꿔놓겠다.

 

수부지殊不知 보복하일전어保福下一轉語 절단취암각근截斷翠嵒腳跟

그래서는 보복스님이 한 한 토막의 이야기가 취암스님의 발목을 부러뜨렸음을 알지 못한다.

 

장경운長慶云 생야生也 인다도人多道

장경스님이 “솟아났다”는 말에 대하여 사람들은 흔히

 

장경수취암각근전長慶隨翠嵒腳跟轉 소이도생야所以道生也

“장경스님이 취암스님에 좌지우지되었으므로 솟아났다”라고들 말들 하지만

 

차득몰교섭且得沒交涉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부지장경자출타견해도생야不知長慶自出他見解道生也

이는 장경스님이 스스로 취암스님의 견해를 뛰어넘어서 ‘솟아났다’라고 말한 줄을 모르는 것이다.

 

각유출신처各有出身處 아차문이我且問爾 서로에게 각각 뛰어넘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시십마처시생처是什麼處是生處 그대에게 묻노니 무엇이 솟아난 것이냐?

 

일사작가면전一似作家面前 금강왕보검金剛王寶劍 직하편용直下便用

이는 마치 작가 선지식 앞에서 금강왕 보검을 대뜸 사용한 것과 같은 것이다.

 

약능타파상류견해若能打破常流見解 상류常流(凡夫)의 견해를 타파하고

절단득실시비截斷得失是非 득실과 시비를 끊어버려야 만이

 

방견장경여타수창처方見長慶與他酬唱處

비로소 장경스님이 그들과 주고받은 뜻을 알 수 있다.

 

운문운雲門云 관關 불방기특不妨奇特 운문스님이 “관문이다”하니 참으로 기특하다.

지시난참只是難參 이는 참구하기 어려운 경지이다.

 

운문대사雲門大師 다이일자선시인多以一字禪示人

운문스님은 한 글자로 선을 말하여 학인을 제접한 경우가 많다.

 

수일자중雖一字中 수구삼구須具三句

비록 한 글자이나 그 속에는 세 구절이 갖춰져 있다.

 

간타고인看他古人 림기수창臨機酬唱

저 옛사람들이 상대방에 적절하게 주고받은 말들을 살펴보면

 

자연여금시인형별自然與今時人迥別 자연 요즈음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데

차내하구저양자此乃下句底樣子 (중요한 것은) 즉 한마디 해 붙일 때의 모양이다.

 

타수여차도他雖如此道 의결부재나리意決不在那裏

그가 이처럼 말했지만 그 뜻은 결코 그곳에 있지 않다.

 

기부재나리既不在那裏 차도재십마처且道在什麼處

그곳에 있지 않는 이상, 말해보라, 어느 곳에 있는가?

 

야수자세자참시득也須子細自參始得

그것은 모름지기 자세하게 스스로 참구해야 만이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약시명안인若是明眼人 눈 밝은 사람이라면

유조천조지저수각有照天照地底手腳 하늘과 땅을 비춰 볼 수 있는 솜씨가 있어

직하팔면령롱直下八面玲瓏 대뜸 팔방으로 영롱하리라.

 

설두위타일개관자雪竇為他一箇關字 설두스님은 운문스님이 “관문이다”라고 했기 때문에

화타삼개和他三箇 천작일관송출穿作一串頌出 나머지 3개 까지도 하나로 꿰어 송을 하였다.

 

 

►환유還有 ~마麼 이 있느냐?

►신참모청晨參暮請 수행승이 아침저녁으로 스승을 찾아뵙고 가르침을 청함.

 

지승도우조신황혼指僧徒于早晨黃昏 승도僧徒가 조신早晨(이른 새벽)과 황혼에

향방장화상참배청익向方丈和尙參拜請益 방장화상을 향해 참배하고 청익 함을 가리킴.

 

내사원일상청규乃寺院日常淸規 곧 사원의 일상 청규임.

역작조참모청亦作朝參暮請 또한 조참모청朝參暮請으로 씀.

 

►일대장교一大藏敎 경율론 삼장의 가르침

위석가불소설지경률론삼장교법謂釋迦佛所說之經律論三藏敎法

이르자면 석가불이 설한 바의 경률론 삼장교법.

 

►오천사십팔권五千四十八卷

<불조력대통재佛祖歷代通載>13

시세是歲(722) 사문지승沙門智昇

이 해(722) 사문 지승智昇이

 

상석교경률론목록범이십권上釋敎經律論目錄凡二十卷

석교경률론목록釋敎經律論目錄 무릇 20권을 올렸는데

 

전차대장경전급성현론선銓次大藏經典及聖賢論譔

대장경전 및 성현논찬聖賢論譔을 전차銓次(次序를 編排)하였다.

 

범오천사십팔권凡五千四十八卷 자시수위정수自是遂爲定數

무릇 5천48권이니 이로부터 드디어 定數가 되었다.

 

►무향당화無向當話 황당무계한 말.

언무도리가당화야言無道理可當話也

말하자면 가당可當한 도리가 없는 이야기

/벽암록碧巖錄 8則 종전초種電鈔

 

►옥리인屋裏人 같은 사장師匠 밑에서 참선參禪하는 사람.

‘집 안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나면서부터 갖추고 있는 ‘佛性’을 이르는 말.

 

위참학동일사가지인謂參學同一師家之人 이르자면 동일한 사가師家에게 참학한 사람.

보복장경운문동사설봉保福長慶雲門同嗣雪峰 보복ㆍ장경ㆍ운문은 한가지로 설봉을 이었음.

 

►착착유출신지노著著有出身之路 ‘한 수(한걸음) 한 수 해탈의 길이 있다’

‘著’ 바둑의 한 수

출신지로出身之路=출신활로出身活路. 출로出路. 해탈의 길

 

출신지출어생사지신出身指出於生死之身

출신出身은 생사를 벗어나는 몸을 가리킴.

 

비유불체어미오이변比喩不滯於迷悟二邊 미오迷悟 2변邊에 체재하지 않고

료달활달무애지작용了達闊達無礙之作用 활달闊達하고 무애한 작용을 요달了達함에 비유.

 

►수창酬唱=수창詶唱=창수唱酬. 시가詩歌를 서로 불러 주고받음.

지기어응대指機語應對 기어機語의 응대를 가리킴.

 

►잡잡지咂咂地 잡잡지匝匝地. ‘地’ 어조사.

다언모多言貌 말이 많은 모양. 이러니저러니 쓸데없이 잔소리하는 것.

 

►일전어一轉語 미혹한 마음을 싹 바꿔 깨달음에 들게 하는 간단명료한 한 마디 말.

일구혹일칙기어一句或一則機語 1구 혹은 1칙의 기어機語.

다지응대어多指應對語 다분히 응대어를 가리킴.

전轉은 양사니 회回ㆍ차次에 상당함.

 

►방견方見 비로소 ~을 알 것이다.

►천작일관穿作一串 한 꼬챙이에 꿰다. 하나로 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