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14칙 本則 評唱
【評 唱】
선가류禪家流 욕지불성의欲知佛性義 당관시절인연當觀時節因緣
선禪에서 불성佛性의 뜻을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시절인연을 살펴보아야 한다.
위지교외별전謂之教外別傳 이는 교밖에 따로 전하고
단전심인單傳心印 오로지 마음의 도장을 전하고
직지인심直指人心 사람의 마음을 바로 가리키고
견성성불見性成佛 성품을 보아 성불케 함이라 한다.
석가로자釋迦老子 사십구년주세四十九年住世 삼백륙십회三百六十會
석가 노인이 49년간 세상에 머무르시면서 360회에 걸쳐
개담돈점권실開談頓漸權實 위지일대시교謂之一代時教
돈교頓敎·漸敎·權敎·實敎를 말씀하셨는데 이를 일러 一代時敎라 한다.
저승념래문운這僧拈來問云 여하시일대시교如何是一代時教
이 스님이 이를 들어 묻기를 “무엇이 일대시교입니까?”하나
운문하불여타분분해설雲門何不與他紛紛解說
운문스님은 무엇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해설해주지 않고
각향타도개대일설卻向他道箇對一說
도리어 그에게 “상황에 따라 말씀하신 것이다”라고 말했을까?
운문심상일구중雲門尋常一句中 수구삼구須具三句
운문스님은 평소 한 구절 속에 반드시 세 구절을 갖추어 놓았는데
위지함개건곤구謂之函蓋乾坤句 이를 하늘을 덮고 땅을 싸버린 구절
수파축랑구隨波逐浪句 파도를 따르고 물결을 쫓는 구절
절단중류구截斷眾流句 많은 흐름을 끊는 구절이라고 한다.
방거수래放去收來 자연기특自然奇特
놓아주기도 하고 잡아들이기도 하여 자연히 기특하다.
여참정절철如斬釘截鐵 이는 마치 못을 자르고 무쇠를 끊은 것과 같아서
교인의해복탁타저부득教人義解卜度他底不得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을’ 이치로 이해하거나 헤아리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일대장교一大藏教 지소삼개자只消三箇字
일대시교를 단 세 글자(對一說)를 사용했을 뿐이니
사방팔면四方八面 무이천착처無爾穿鑿處
어떤 방법을 쓴다 해도 여기에 의미를 붙이고 해설할 길이 없다.
인다착회人多錯會 그런데도 사람들은 대부분 잘 못 알고는 이렇게 말한다.
각도대일시기의지사卻道對一時機宜之事 고설故說
“상대의 수준에 맞춰 구체적으로(事)으로 말씀하신 까닭에 이런 식으로 말했다.”
우도又道 또는 이렇게 말한다.
삼라급만상森羅及萬象 개시일법지소인皆是一法之所印 위지대일설謂之對一說
“삼라만상이 모두 같은 근원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對一說이라고 말한 것이다.”
갱유도更有道 어떤 이는 또 이렇게도 말한다.
지시설나개일법只是說那箇一法 “다만 저 근원(一法)을 말한 것이다.”
유십마교섭有什麼交涉 그러나 이런 식의 견해들은 본 뜻에 전혀 맞지 않는다.
비유불회非唯不會 이런 식의 견해는 본칙공안의 참 뜻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갱입지옥여전更入地獄如箭 쏜 화살보다도 더 빨리 지옥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수부지殊不知 고인의불여차古人意不如此
이는 옛사람의 뜻이 이 같지 않았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소이도所以道 그러므로 영가대사가 말했었다.
분골쇄신미족수粉骨碎身未足酬 “뼈가 가루되고 몸이 부서져도 은혜를 다 갚지 못하나
일구료연초백억一句了然超百億 한 구절을 밝게 깨치면 그 공덕 백억 배나 뛰어 넘는다”
불방기특不妨奇特 참으로 기특하기도 하다.
여하시일대시교如何是一代時教 “무엇이 일대시교입니까?”라 하자
지소도개대일설只消道箇對一說 단지 그저 “상황에 맞게 말씀하신 것이다”고 말했을 뿐이다.
약당두천득若當頭薦得 편가귀가온좌便可歸家穩坐
만약 대뜸 깨치면 곧(본래의 자기) 집에 돌아가 편히 앉아 쉬겠지만
약천부득若薦不得 차복청처분且伏聽處分
깨닫지 못하면 다시 엎드려 판결을 받아야 한다.
►선가류禪家流
대선종승인적범칭對禪宗僧人的泛稱 선종 승인에 대한 범칭泛稱.
►욕지불성의欲知佛性義
<열반경涅槃經>28云
유중유락乳中有酪 중생불성역부여시衆生佛性亦復如是
유중乳中에 낙酪이 있나니 중생의 불성도 또한 다시 이와 같다.
욕견불성欲見佛性 응당관찰시절형색應當觀察時節形色
불성을 보고자 한다면 응당 시절의 형색을 관찰하라.
‘불성佛性’
불자각오야佛者覺悟也 불佛이란 것은 각오覺悟임.
일체중생개유각오지성一切衆生皆有覺悟之性 명위불성名爲佛性
일체중생이 모두 각오의 성이 있음을 이름 해 불성임.
성자불개지의야性者不改之義也 통인과이불개자체시운성通因果而不改自體是云性
성性이란 것은 불개不改의 뜻이니 인과에 통하되 자체를 고치지 않나니 이를 이르되 性임.
►교외별전敎外別傳
선종禪宗에서 말이나 문자를 쓰지 않고 따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진리를 전하는 일.
달마達磨에 의해 중국에 전해진 조사선祖師禪에서는
불교의 진수는 어떤 경전의 문구에도 의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직접 체험에 의해서만 전해진다고 말한다.
이는 불립문자不立文字, 직지인심直指人心과 함께 선의 입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이다.
석가가 언어로써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 교내敎內의 법이라면
교외敎外의 법은 석가의 마음을 직접 다른 사람의 마음에 전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표월지標月指(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의 비유에 잘 나타나 있다.
즉 진리를 달에 비유한다면 교敎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지나지 않으며
이에 반해 선禪은 달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다른 종파宗派가 모두 교내의 법을 가르침에 반하여
선종에서만은 교외의 법을 주장하는 것이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불의문자어언不依文字語言 문자와 어언에 의하지 않고
직오불타소오지경계直悟佛陀所悟之境界 바로 불타가 깨친 바의 경계를 깨침을
즉칭위교외별전卽稱爲敎外別傳 곧 일컬어 교외별전이라 함.
우칭단전又稱單傳 또 명칭이 단전單傳이다.
차교외별전지선법此敎外別傳之禪法 이 교외별전의 선법은
역즉보리달마소전지조사선亦卽菩提達磨所傳之祖師禪
또한 곧 보리달마가 전한 바의 조사선이다.
►석가로자釋迦老子
지석가모니불指釋迦牟尼佛 로자老子 로한老漢 자子 후철後綴
석가모니불을 가리킴. 노자老子는 노한老漢. 자子는 후철後綴.
►49年 위세존전법謂世尊轉法輪49年(一說45年)
이르자면 세존이 49년(일설에 45년) 동안 전법륜 했음.
►360會
전설석가모니불재세시傳說釋迦牟尼佛在世時 증집회설법차曾集會說法360次 고칭故稱
전설에 석가모니불이 재세할 때 일찍이 집회하여 360차 설법한지라 고로 일컬음.
►돈점권실頓漸權實
부처의 가르침을 그 성질상으로 4가지로 묶음.
①돈頓, 돈교頓敎. 단도직입적으로 본성에 대하여 언급한 것(화엄경)
②점漸, 점교漸敎. 우회적인 방법을 써서 점진적으로 본성에 대하여 언급한 것(아함부 경전들)
③권權, 권교權敎. 비유와 방편(편법)을 통하여 본성을 깨우치게 하는 가르침(기타 대승경전들)
④실實, 실교實敎. 본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언급한 것(법화경)
‘돈점頓漸’
불의차제不依次第 쾌속도달각오지교법快速到達覺悟之敎法 칭위돈교稱爲頓敎
차제에 의하지 않고 각오覺悟의 교법에 쾌속히 도달함을 일컬어 돈교頓敎라 하며
의순서점진依順序漸進 경장시간수행이각오자經長時間修行而覺悟者 칭위점교稱爲漸敎
순서에 의해 점차 나아가 장시간 수행을 겪어서 각오하는 것을 일컬어 점교漸敎라 함.
약이교법형식관지若以敎法形式觀之 개시즉강설심오지내용開始卽講說深奧之內容 칭위돈교稱爲頓敎
만약 교법의 형식으로써 이를 관觀한다면 개시하자 곧 심오한 내용을 강설함을 일컬어 돈교라 하고
이자천현내용차제강설진입심오내용자而自淺顯內容次第講說進入深奧內容者 칭위점교稱爲漸敎
얕음으로부터 내용을 나타내어 차제로 강설하여 심오한 내용에 진입함을 일컬어 점교라 함.
상술위일반교판지표준上述爲一般敎判之標準
위에선 일반적인 교판敎判의 표준을 서술하였음.
우남북조제사지돈점이교판중又南北朝諸師之頓漸二敎判中
또 남북조의 여러 스님들의 돈점頓漸의 두 교판敎判 중에
이천태지돈점비밀불정등사교以天台之頓漸祕密不定等四敎
천태의 돈頓ㆍ점漸ㆍ비밀祕密ㆍ부정不定 등의 4교敎와
급화엄오교판지제사최위저명及華嚴五敎判之第四最爲著名
및 화엄의 5교판敎判의 제4가 가장 저명함.
차외此外 선종남북이계禪宗南北二系 남방혜능계南方慧能系 세칭남돈世稱南頓
이 밖에 선종의 남북 두 계통에 남방의 혜능계慧能系를 세칭 남돈南頓이며
북방신수계北方神秀系 세칭북점世稱北漸 차즉선종지돈점이교此卽禪宗之頓漸二敎
북방의 신수계神秀系를 세칭 북점北漸이니 이것은 즉 선종의 돈점이교頓漸二敎임.
►권실權實
적어일시기의지법명위권適於一時機宜之法名爲權 구경불변지법명위실究竟不變之法名爲實
일시의 기의機宜의 법에 적합함을 이름 해 권權이며 구경에 변하지 않는 법을 이름 해 실實임.
►삼구三句
<조정사원祖庭事苑>1 삼구三句
1. 절단중류一截斷衆流 2. 함개건곤二函蓋乾坤 3. 수파축랑三隨波逐浪
립차삼구立此三句 자덕산원명대사시야自德山圓明大師始也
이 3구를 세움은 덕산원명德山圓明(德山緣密이니 운문의 法嗣) 대사로부터 시작하였다.
금개위운문삼구자今皆謂雲門三句者 여금如今에 다 이르기를 운문의 3구라 하는 것은
개참심지불심야蓋參尋之不審也 대개로 참심參尋(연구할 참參 곧 연구하여 찾음)의 상세하지 못함.
연덕산즉운문지사然德山卽雲門之嗣 유차삼구이有此三句爾
그러나 덕산은 곧 운문의 법사인지라 이 3구가 있다.
►함개函蓋
본의위갑자여갑개本義爲匣子與匣蓋 본래 뜻은 갑자匣子(상자)와 갑개匣蓋가 됨.
인신위접납申爲接納 포용包容 인신引申(轉義)하여 접납接納, 포용.
►참정절철斬釘截鐵=일도양단一刀兩斷. 아주 과단성이 있다.
못과 쇠를 자르듯 일을 단행함.
전혀 의심 없이 딱 결단하여 처리함/朱子全書
선가용래우견결과단지禪家用來于堅決果斷地 절단망상잡념截斷妄想雜念
선가에서 견결堅決하고 과단지果斷地에서 망상과 잡념을 절단함에 사용함.
►일대장교一大藏敎 경율론經律論 3장의 가르침.
위석가불소설지경률론삼장교법謂釋迦佛所說之經律論三藏敎法
이르자면 석가불이 설한 바의 경률론 3藏의 교법.
►입지옥여전入地獄如箭
부과단교수扶過斷橋水 주장자에 의지해 다리 끊어진 물을 건너고
반귀무월촌伴歸無月村 주장자와 함께 캄캄한 밤에 마을로 돌아온다.
야환작주장若喚作拄杖 만약 이것을 주장자라고 부른다면
입지옥여전入地獄如箭 화살같이 지옥에 들어가리라.
/<無門關> 파초주장芭蕉拄杖 무문혜개 頌
입지옥여전사入地獄如箭射 위사후신속타입지옥謂死後迅速墮入地獄
입지옥여전사니 이르자면 사후에 신속히 지옥에 떨어져 들어감.
사대불계선기자적척책어斯對不契禪機者的斥責語
이는 선기禪機에 계합하지 못한 자에 대한 척책어斥責語임.
►천薦 영회領會, 영오領悟를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