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錄/벽암록

벽암록 20칙 垂示

空空 2024. 3. 31. 17:36

벽암록碧巖錄 20칙 취미선판翠微禪板

【垂 示】

수시운垂示云 수시에 이르기를

 

퇴산적악堆山積嶽 당장개벽撞牆磕壁 온 산 봉우리에도 담장의 돌 위에도 참 진리 가득하다.

저사정기佇思停機 일장고굴一場苦屈 망설이거나 우두커니 꾸물대면 정녕 헛수고일 뿐이다.

 

혹유개한출래흔번대해或有箇漢出來掀翻大海 혹 개중에 썩 나서서 바다를 뒤집고

척도수미踢倒須彌 갈산백운喝散白雲 수미산을 걷어차며 할로 흰 구름 걷어내고

 

타파허공打破虛空 직하향일기일경直下向一機一境 허공을 쳐부수며 당장에 어떤 때 어떤 곳에서도

좌단천하인설두坐斷天下人舌頭 모든 사람의 말문을 막고

무이근방처無爾近傍處 그 누구도 가까이 하기 어렵게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차도且道 자, 말해 보아라.

종상래從上來 시십마인是什麽人 증임마曾恁麽 옛부터 어떤 사람이 그러할 수 있었는지를

시거간試擧看 시험 삼아 들어 보아라.

 

 

산이 첩첩하고 멧부리가 쌓인 듯이 (질문을 품고)

담장에 부딪치고 벽을 들이받듯이(수행하고)

가만히 생각하고 기연을 쉰다 하더라도 한바탕 괴롭고 굴욕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혹 어떤 자가 나와 큰 바다를 번쩍 들어 뒤집어버리며

수미산을 차서 거꾸러뜨리며, 벽력같은 소리로 흰 구름을 흩어버리며

허공을 쳐부숴, 당장에 한 기틀,

한 경계에서 천하 사람들의 혀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하면

그대들이 가까이할 수 없을 것이다.

 

말해보라,

예로부터 어떤 사람이 일찍이 이렇게 했는가를.

거량해 보리라.

 

 

►퇴산적악堆山積嶽 만 겹의 산들. 넘으려 해도 넘을 수 없는 것.

‘조사서래의로 가득 찼다’의 뜻임

 

►당장개벽撞牆磕壁 담에 부딪고 벽에 걸리다. ‘조사서래의가 도처에 가득하다’

►저사정기佇思停機 분별심을 일으키다.

의위함어분별사량이난이신속당기립단意謂陷於分別思量而難以迅速當機立斷

뜻으로 이르자면 분별과 사량에 빠져 신속한 당기當機로 바로 단절하기 어려움.

 

►고굴苦屈 ‘苦’ 곤고困苦, ‘屈’ 굴욕. 지독한 수치를 받는 것.

비탄悲嘆의 뜻.

 

►직하直下 대번에

►종상래從上來 예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