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錄/벽암록

벽암록 28칙 本則 評唱

空空 2024. 4. 4. 17:42

【評 唱】

도저리到這裏 여기에 이르러서는

야불소즉심불즉심也不消即心不即心 마음이니 마음이 아니니 할 필요도 없고

 

불소비심불비심不消非心不非心

마음이 아니라느니 마음이 아님이 아니라느니 할 필요가 없다.

 

직하종정지족直下從頂至足 곧 바로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미모일경야무眉毛一莖也無 털끝만큼의 (사량분별이)없어야 만이

유교사자猶較些子 그래도 조금은 나은 편이다.

 

즉심비심即心非心 마음이니 마음이 아니니 하는 것은

수선사壽禪師 위지표전차전謂之表詮遮詮

영명연수延壽(904-975)선사가 말한 표전表詮·차전遮詮의 논법이다.

 

차시열반화상此是涅槃和尚 법정선사야法正禪師也

여기에 나오는 (백장)열반스님은 법정法正선사이다.

 

석시재백장昔時在百丈 작서당作西堂 개전설대의자開田說大義者

지난날 백장산에서 서당을 지냈는데 心田을 열고 큰 진리를 설법한 분이다.

 

시시남전是時南泉 이견마조료已見馬祖了 이때 남전스님은 마조馬祖스님을 참방한 뒤에

지시왕제방결택只是往諸方決擇 여러 곳을 다니면서 자신의 깨달음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

 

백장치차일문百丈致此一問 야대난수也大難酬

백장열반스님의 이 물음에 이르렀으니 대답하기가 몹시 어려웠었다.

 

운종상제성云從上諸聖 환유불위인설저법마還有不為人說底法麼

“예로부터 많은 성인이 남에게 설하지 않은 법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약시산승若是山僧 산승(원오)이 그 경우였다면

엄이이출掩耳而出 간저로한일장마라看這老漢一場懡㦬

귀를 막고 뛰쳐나와 이 늙은이가 한바탕 부끄러워하는 꼴을 보았을 것이다.

 

(부끄러울 마懡 부끄럽다. 성기다(관계가 깊지 않고 서먹하다)

(부끄러울 라(나)/드물 라(나)㦬 부끄럽다. 부끄러워하다. 드물다)

 

약시작가若是作家 남전스님이 작가 선지식이었다면

견타임마문見他恁麼問 이처럼 묻는 말을 듣고서

편식파득타便識破得他 곧 그를 간파했어야 했는데

 

남전지거타소견南泉只據他所見 남전스님은 자기의 소견에 따라서

편도유便道有 “있다”고 말하였다.

야시맹팔랑也是孟八郎 참으로 어리석은 놈이라 하겠다.

 

백장편장착취착百丈便將錯就錯

그런데 백장 열반스님은 곧 잘못을 가지고 더더욱 잘못을 저질러

 

수후도隨後道 작마생시불위인설저법作麼生是不為人說底法

“어떤 것이 남에게 설명하지 않은 법이냐?”고 하자

 

전운泉云 불시심不是心 불시불不是佛 불시물不是物

남전은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요 外物도 아니다”하였는데

 

저한탐관천상월這漢貪觀天上月 실각장중주失卻掌中珠

이 친구가 하늘의 달을 탐하다가 그만 손바닥 안의 구슬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장운丈云 설료야說了也 백장은 “다 말했는가.”라고 했으니

가석허可惜許 여타주파與他注破

애석하게도 그만 남전에게 너무 많이 설명해주고 말았다.

 

당시단벽척편봉當時但劈脊便棒 교타지통양教他知痛痒

그때 다짜고짜 등줄기를 냅다 후려쳐 남전으로 하여금 아픔을 맛보도록 했어야 했다.

 

수연여시雖然如是 이차도십마처시설처爾且道什麼處是說處

그렇긴 하지만 그대는 말해보라, 무엇을 말했다는 것인가?

 

거남전견처據南泉見處 남전의 견처에 근거하여 살펴보면

불시심불시불불시물不是心不是佛不是物 부증설착不曾說著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요 외물外物도 아니며 일찍이 말한 것도 아니다.

 

차문이제인且問爾諸人 그대에게 묻노라.

인십마각도因什麼卻道 설료야說了也 무엇 때문에 “말해버렸다”고 했을까?

타어하우무종적他語下又無蹤跡 그의 말에는 전혀 자취마저도 없다.

 

약도타불설若道他不說 백장위십마각임마도百丈為什麼卻恁麼道

만일 그가 설하지 않았다면 백장 열반스님은 무엇 때문에 이처럼 말했을까?

 

남전시변통저인南泉是變通底人 남전스님은 상황에 딱 맞게 대처할 줄 아은 사람이어서

편수후일찰운便隨後一拶云 바로 뒤이어 대뜸 내질러 묻기를

모갑지임마某甲只恁麼 화상우작마생和尚又作麼生

“저는 이렇습니다만 스님은 어떠하십니까?”라고 했다.

 

약시별인若是別人 미면분소불하未免分疏不下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를 대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쟁내백장시작가爭柰百丈是作家 백장 열반스님은 작가였으니 어찌 하리오,

답처불방기특答處不妨奇特 대답 또한 기특하였다.

 

편도便道 아우불시대선지식我又不是大善知識 쟁지유설불설爭知有說不說

그는 대뜸 “나는 큰 선지식이 아니다. (남에게) 할 말이 있는지 없는지를 어찌 알리요”라고 했다.

 

남전편도개불회南泉便道箇不會 남전스님은 바로 “저도 모르겠습니다.”고 했는데

시거과회래도불회是渠果會來道不會 이는 그가 과연 알면서도 모르겠다고 말한 것일까

막시진개불회莫是真箇不會 아니면 참으로 몰라서 모른다고 한 것일까?

 

백장운百丈云 아태쇄위이설료야我太殺為爾說了也

백장 열반스님은 “내가 그대에게 너무 많이 말해버렸다”고 하였다.

 

차도십마처시설처且道什麼處是說處 말해보라, 무엇을 말했는가?

 

약시롱니단한시若是弄泥團漢時 양개굴굴순순兩箇淈淈𣸩𣸩

만일 진흙덩이나 가지고 노는 놈이었다면 둘 다 애매모호하게 했을 것이고

 

약시이구작가시若是二俱作家時 여명경당대如明鏡當臺

만일 둘 다 작가였다면 밝은 거울이 경대에 걸려 있는 듯 하였을 것이다.

 

기실전두이구작가其實前頭二俱作家 후두이구방과後頭二俱放過

실로 앞에서는 둘 다 작가였으며 뒤에서는 둘 다 한 수 물러났던 것이다.

 

약시구안한若是具眼漢 분명험취分明驗取 안목을 갖춘 자라면 이를 분명히 증험할 것이다.

차도작마생험타且道作麼生驗他 말해보라, 어떻게 증험할 수 있는가를.

간설두송출운看雪竇頌出云 설두의 송을 살펴보라.

 

 

►불소不消 불용不用. ~할 필요가 없다

►수선사壽禪師 영명연수永明延壽禪師(904-975)

송대승宋代僧. 정토종淨土宗 6祖. 법안종法眼宗 3祖.

전당인錢塘人(今浙江杭州) 속성왕俗姓王. 자중현字仲玄. 호포일자號抱一子.

 

초위리初爲吏 삼십세의룡책사취암령참선사출가三十歲依龍冊寺翠巖令參禪師出家

처음엔 관리가 되었다가 30세에 용책사 취암영참선사에게 의지해 출가했다.

 

후왕천태산참덕소국사後往天台山參德韶國師 초습선정初習禪定 득기현지得其玄旨

뒤에 천태산으로 가서 덕소국사를 참알參謁하고 처음으로 禪定을 익혀 그 玄旨를 얻었다.

 

후어국청사행법화참後於國淸寺行法華懺 파유감오頗有感悟

후에 국청사에서 법화참法華懺을 행했으며 자못 감오感悟가 있었다.

 

어시조방제생류於是朝放諸生類 이에 아침엔 여러 生類를 놓아주고

석시식귀신夕施食鬼神 저녁엔 귀신에게 시식施食하면서

독송법화경讀誦法華經 법화경을 독송했으며

우정수정업又精修淨業 또 정업淨業을 精修했다.

 

후주명주설두산전법後住明州雪竇山傳法 법석심성法席甚盛

후에 명주明州 설두산雪竇山에 머물며 법을 전했으며 법석이 매우 성했다.

 

병부흥항주령은사竝復興杭州靈隱寺

아울러 항주杭州 영은사靈隱寺를 부흥했다.

 

건륭이년建隆2年(962) 응오월왕전숙지청應吳越王錢俶之請 천영명대도량遷永明大道場

건륭建隆 2년(961) 오월왕吳越王 전숙錢俶의 청에 응해 영명대도량으로 옮겨

 

접화대중接化大衆 고세칭영명대사故世稱永明大師

대중을 접화接化한지라 고로 세칭 영명대사永明大師임.

 

사창선정쌍수지도師倡禪淨雙修之道 지심위종指心爲宗 사중흠복四衆欽服

스님은 선정쌍수의 도를 노래 불러 마음을 가리켜 종宗을 삼았으며 4衆이 흠복했다.

 

주영명십오년住永明十五年 시인호자씨하생時人號慈氏下生

영명에 머문지 15년이었으며 당시의 사람이 호하되 慈氏(미륵)가 하생했다 했음.

 

사증소집자은師曾召集慈恩 현수賢首 천태삼종승인天台三宗僧人

스님이 일찍이 자은慈恩ㆍ현수賢首ㆍ천태天台 3종宗의 승인僧人을 소집해

 

집록인도중국성현이백인지저서輯錄印度中國聖賢二百人之著書

인도와 중국의 聖賢 200인의 저서를 집록해

 

광수박람廣蒐博覽 호상질의互相質疑 널리 모으고 널리 열람하며 互相 질의하여

이성종경록일백권而成宗鏡錄一百卷 종경록宗鏡錄 100권을 만들었다.

 

대당시각종파간지종지분기 對當時各宗派間之宗旨分歧 지조화지태도持調和之態度

당시의 각 종파 간의 종지宗旨와 분기分歧에 대해서 조화의 태도를 유지했다.

 

고려왕견차서高麗王見此書 고려왕이 이 책을 보고

내견사서제자지례乃遣使敘弟子之禮 이에 使者를 파견해 제자의 禮를 펴고

 

병파국승삼십륙인전래학법竝派國僧三十六人前來學法

아울러 國僧 36인을 파견해 앞에 와서 법을 배우게 했다.

 

법안지선풍수성행어해동法眼之禪風遂盛行於海東

법안法眼의 선풍禪風이 드디어 해동에서 성행했다.

 

개보팔년시적開寶八年示寂 수壽72 사호지각선사賜號智覺禪師

개보 8년 시적示寂했으니 나이는 72며 사호賜號가 지각선사智覺禪師.

 

저유著有에 종경록宗鏡錄100卷 만선동귀집萬善同歸集6卷

신서안양부神棲安養賦1卷 유심결일권등唯心訣一卷等60餘部가 있다

/송고승전宋高僧傳28 전등록傳燈錄26 전법정종기傳法正宗記8

종문통요속집宗門統要續集20 불조통기佛祖統紀

 

►표전차전表詮遮詮

표시구덕왈表示具德曰 표전表詮

구덕具德을 표시함을 가로되 표전表詮이며

 

차지과비왈차전遮止過非曰遮詮

과비過非를 차지遮止함을 가로되 차전遮詮임.

 

‘表詮’ 긍정적인 표현. 적극정니 표현

‘遮詮’ 부정적인 표현. 상식을 초월한 격외의 표현

 

►서당西堂 선원에는 東堂과 서당西堂이 있다(10칙을 보라)

여기서는 ‘다른 곳에서 와서 잠시 머물고 있는 고승’

 

►개전설대의開田說大義

<종감법림宗鑑法林>16 백장열반선사百丈涅槃禪師

일일위중왈一日謂衆曰 어느 날 대중에게 일러 가로되

여등여아개전료汝等與我開田了 너희 등이 나에게 개전開田하여 준다면

아위여설대의我爲汝說大義 내가 너희를 위해 대의大義를 설하리라.

 

승개전료僧開田了 중이 개전開田하여 마치고

청화상설대의請和尙說大義 화상에게 대의를 설하기를 청하자

사전량수시지師展兩手示之 스님이 두 손을 펴서 그들에게 보였다.

 

►결택決擇 도리道理의 옳고 그름을 판단判斷하여 결정決定함.

① 산스크리트어 nirvedha 결단하고 가려서 사유한다는 뜻.

번뇌가 없는 지혜로써 모든 의심을 끊고 사제四諦를 사유하는 성자의 경지를 말함.

 

② 논쟁에서 어느 것이 바른 말인가를 확정함.

③ 가장 뛰어난 것을 선택함.

 

거제의혹祛除疑惑 구명도법究明道法

의혹을 거제祛除(제거)하고 도법을 구명究明함.

 

►일장마라一場懡㦬 부끄러운 한 장면

►롱니단한弄泥團漢 진흙덩이를 주무르는 녀석. 어리석은 짓을 하는 녀석

 

비유선가시기응기比喩禪家示機應機 선가의 시기응기示機應機에 비유함이니

약함입언구정식若陷入言句情識 만약 언구와 정식情識에 빠져들면

척지위롱니단한斥之爲弄泥團漢 이를 가리켜 농니단한弄泥團漢이라 함.

 

►굴굴순순淈淈𣸩𣸩 진흙과 물이 서로 범벅이 된 상태. ‘탈속하지 못한 상태’ 무지몽매한 것.

매우 호도糊塗(적당히 속임. 애매모호曖昧模糊하게 덮어 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