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29칙 頌과 着語
【頌과 着語】
겁화광중립문단劫火光中立問端 활활 타는 겁화 속에서 질문을 던진 셈
납승유체량중관衲僧猶滯兩重關 이 스님 아직도 이중 관문에 걸려 있네.
가련일구수타어可憐一句隨他語 그의 말에 끌려 다니다니 가련하구나.
만리구구독왕환萬里區區獨往還 대수는 드넓은 세상 홀로 노닐고 있는데
겁화광중립문단劫火光中立問端 겁화의 불빛 속에 질문을 던지니
도십마道什麼 무슨 말을 하느냐?
이시착료야已是錯了也 벌써 잘못 돼버렸다.
납승유체량중관衲僧猶滯兩重關 납승이 오히려 두 겹 관문에 막혀버렸구나.
좌단차인坐斷此人 이 사람을 꼼짝달싹 못 하게 했군.
여하구득如何救得 어떻게 구제할 수 있을까?
백잡천중百匝千重 백겹천겹이구나.
야유각두각저也有腳頭腳底 그렇지만 아직도 이리저리 돌아다닐 발이 있구나.
가련일구수타어可憐一句隨他語 가엾다. ‘그를 따라가리라!’라는 한 구절이여!
천하납승작저반계교天下衲僧作這般計較 천하의 납승들이 이처럼 계교를 하는군.
천구만구야불소득千句萬句也不消得 천 구절 만 구절 할 필요가 없다.
유십마난절단타각근처有什麼難截斷他腳跟處 그의 다리를 끊어버리기가 무엇이 어렵겠는가?
만리구구독왕환萬里區區獨往還 만리 밖에 홀로 애써 왔다 갔다 하는군.
업식망망業識茫茫 업식業識이 꽉 차 있구먼.
차과야부지蹉過也不知 마주 지나쳤는데도 모르는구나.
자시타답파초혜自是他踏破草鞋 이는 괜스레 짚신만 떨어뜨리는 짓이지.
►문단問端 문제점. 물음의 단서.
►가련可憐 훌륭한, 멋진. 29칙에서는 ‘불쌍하다’
►구구區區 근근勤勤. 부산한 모양. 바쁘게 다니는 모양.
분주로록奔走勞碌
분주奔走하며 노록勞碌(게을리 하거나 쉬지 아니하고 꾸준히 힘을 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