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30칙 本則 評唱
【評 唱】
저승야시개구참저這僧也是箇久參底 이 스님은 오랫동안 참구한 선객으로서
문중불방유안問中不妨有眼 물음 가운데 안목이 있긴 하나
쟁내조주시작가爭奈趙州是作家 조주스님은 작가 선지식인 걸 어찌하랴.
편답타도便答他道 곧 그에게 답해 말하되
진주출대라복두鎮州出大蘿蔔頭 “진주에 큰 무가 나느니라.”하니
가위무미지담可謂無味之談 가위可謂 맛없는 말로써
색단인구塞斷人口 사람의 입을 막아버렸다.
저로한這老漢 이 늙은이(조주스님)은
대사개백념적상사大似箇白拈賊相似 너무나 날강도와 닮아서
니재개구你纔開口 입을 벌리기만 하면
편환각니안정便換卻你眼睛 상대의 눈알을 뒤바꿔버린다.
약시특달영령저한若是特達英靈底漢 유별나게 뛰어난 놈이라면
직하향격석화리直下向擊石火裏 곧바로 돌을 치는 불 속과
섬전광중閃電光中 번쩍하는 번갯빛 가운데를 향하여
재문거착纔聞舉著 겨우 듣기만 하여도
척기편행剔起便行 눈썹을 치켜세우고 바로 떠나가 버릴 것이다.
구혹저사정기苟或佇思停機 그러나 우물쭈물 사량분별 했다가는
불면상신실명不免喪身失命 목숨을 잃을 것이다.
강서징산성江西澄散聖 강서江西 지방의 늑담영징泐潭靈澄스님은 격을 뛰어넘은 성인인데
판위지동문서답判謂之東問西答 그는 이를 “동문서답이다”고 판정하고서
환작부답화喚作不答話 “(조주스님은)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불상타권회不上他圈繢 그의 올가미에 걸리지도 않았다”고 했다.
약임마회쟁득若恁麼會爭得 그러나 이렇게 이해해서야 되겠는가?
원록공운遠錄公云 원록공(浮山法遠 991-1067)은
차시방별어此是傍瞥語 “이는 곁에서 슬쩍해본 말이다” 했는데
수재구대중收在九帶中 이 말은 <구대집九帶集>에 수록되어 있다.
약임마회若恁麼會 그러나 이처럼 이해한다면
몽야미몽견재夢也未夢見在 꿈속에서도 보지 못할 뿐 아니라
갱대루조주거更帶累趙州去 또한 조주스님에게도 누를 끼치는 일이다.
유자도有者道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진주종래출대라복두鎮州從來出大蘿蔔頭 천하인개지天下人皆知
“진주에는 원래부터 큰 무가 많이 생산되어온 것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으며
조주종래참견남전趙州從來參見南泉 천하인개지天下人皆知
조주스님이 원래 남전스님을 참견했다는 것도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일이므로
저승각갱문도這僧卻更問道 승문화상친견남전承聞和尚親見南泉 시부是否
스님이 다시 ‘스님께서 남전스님을 친견했다고 하는데 그렇습니까?’라고 묻자
소이주향타도所以州向他道 진주출대라복두鎮州出大蘿蔔頭
조주스님은 ‘진주에 큰 무가 난다’고 말한 것이다”고 한다.
차득몰교섭且得沒交涉 그러나 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도불임마회都不恁麼會 절대로 이처럼 이해해서는 안 된다면
필경작마생회畢竟作麼生會 결국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타가자유통소로他家自有通霄路 그에게는 하늘(깨달음)로 통하는 길이 있다.
불견不見 듣지 못하였느냐?
승문구봉僧問九峰 어떤 스님이 구봉九峰스님에게 물은 말을.
승문화상친견연수래承聞和尚親見延壽來 시부是否
“듣자오니 스님께서는 연수스님을 친견하였다고 하는데 그렇습니까?”
봉운峰云 산전맥숙야미山前麥熟也未 “앞산에 보리가 익었느냐?”
정대득조주답차승화正對得趙州答此僧話 이는 조주스님이 스님에게 대답한 말과 같으며
혼사량개무공철추渾似兩箇無孔鐵鎚 두 개의 구멍 없는 철추가 너무나 같다고 하겠다.
조주로한趙州老漢 시개무사저인是箇無事底人 조주스님은 할 일 없는 사람이다.
니경경문착你輕輕問著 그대들이 가벼이 물었다 하면
편환각니안정便換卻你眼睛 곧바로 눈알을 바꿔버린다.
약시지유저인若是知有底人 그 말에 무엇인가 있는 줄을 아는 사람이라면
세작래연細嚼來嚥 잘 씹어서 삼키겠지만
약시부지유저인若是不知有底人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일사혼륜탄개조一似渾崙吞箇棗 대추를 통째로 삼키는 것과 같으리라.
►백념적白拈賊 략칭백념略稱白拈. 날강도.\
백白 공무지의空無之義 념拈 이지취물以指取物
백白은 비어서 없음의 뜻이며 념拈은 손가락으로 물건을 취함임.
즉수불지인등지물卽手不持刃等之物 손에 칼 등의 물건을 가지지 않고
이이지첨도념而以指尖盜拈 손가락 끝으로 훔쳐 집어내면서
갱불류도지형적更不留盜之形跡 다시 훔침의 형적을 남기지 않음을
칭위백념적稱爲白拈賊 일컬어 백념적.
지적수지최교자指賊手之最巧者 적수賊手의 가장 교묘한 자를 가리킴.
일설一說 백위백주지의白爲白晝之意 일설엔 백白은 백주의 뜻이 되며
즉재대백천卽在大白天 곧 대백천大白天(백주 대낮)에
중목규지하衆目睽之下 중인의 눈이 노려보는 아래에서
기교신첩機巧迅捷 기교機巧가 신첩迅捷(빠름)하여
도취물품盜取物品 물품을 훔침이니
역지적수지교亦指賊手之巧 또한 적수賊手의 교묘함을 가리킴.
어선림중於禪林中 선림 중에선
전지종사가접인학인시지기교신첩轉指宗師家接引學人時之機巧迅捷
전轉하여 종사가가 학인을 접인할 때의 기교가 신첩함을 가리킴.
►척기편행剔起便行 땅을 박차고 일어나 가버리다.
‘척剔’ 도挑(돋우다. 들다). 발동撥動(轉動).
미모척기편행적간생어眉毛剔起便行的簡省語
미모척기편행眉毛剔起便行의 간생어簡省語.
비유령회선의比喩領會禪義 응접선기십분신첩應接禪機十分迅捷
선의를 領會하고 선기를 응접함이 십분 신첩迅捷함에 비유함.
►저사정기佇思停機
의위함어분별사량이난이신속당기립단意謂陷於分別思量而難以迅速當機立斷
뜻으로 이르자면 분별과 사량에 빠져 신속한 당기當機로 바로 단절하기 어려움.
►징산성澄散聖 늑담영징泐潭靈澄
‘散聖’ 형체에 구애 받지 않는 자유인.
오대운문종승륵담령징산성五代雲門宗僧泐潭靈澄散聖 사파릉호감嗣巴陵顥鑒
오대 운문종승 늑담泐潭 영징산성靈澄散聖이니 파릉호감巴陵顥鑒을 이었음
/오등회원五燈會元15
►권회圈繢 올가미. 덫. 함정. 술책.
►원록공遠錄公 부산법원浮山法遠(991-1067)
►방별어傍瞥語 략칭방별略稱傍瞥. 옆에서 곁눈질하는 말.
‘살짝 곁눈질해서 상대방을 송두리째 간파해 버린 말’
사가접화학인시師家接化學人時 약칭이 방별傍瞥이니 師家가 학인을 接化할 때
불이정면제시지방법不以正面提示之方法 정면으로 제시하는 방법이 아니라
이유측면용언어而由側面用言語 측면으로 말미암아 언어를 쓰면서
략가투로지요略加透露旨要 조금 투로透露(넌지시 드러내다)의 지요旨要를 가하므로
고칭방별어故稱傍瞥語 고로 명칭이 방별어임.
►구대九帶 부산법원浮山法遠이 지은 <佛禪宗敎義九帶集>100권
부산구대浮山九帶니 송대림제종승宋代臨濟宗僧 부산법원浮山法遠(991-1067)이
학인學人에게 제시提示한 종문어구宗門語句
유학인편집지由學人編集之 학인이 이를 편집함으로 말미암았으며
명위불선종교의구대집名爲佛禪宗敎義九帶集 략칭부산구대略稱浮山九帶
이름하여 불선종교의구대집佛禪宗敎義九帶集이니 약칭이 부산구대임.
►통소로通霄路 하늘[깨달음]로 통하는 길
►구봉九峰 구봉도전九峰道詮(930-985)
송대승宋代僧 안복安福(금속강서今屬江西)류씨劉氏 동
자시사사사사치락童子時師事思師薙落 수구受具
동자 때 사사思師를 사사師事하여 치락薙落하고 수구受具했다.
문연수혜륜도망聞延壽慧輪道望 참기좌하사법參其座下嗣法
연수의 도망道望을 듣고 그 좌하에 참하여 법을 이었다.
륜몰輪歿 환려산還廬山 암어우수봉하庵於牛首峰下
혜륜이 죽자 여산으로 돌아가 우수봉 아래 암자를 세웠다.
개보오년開寶五年(972) 주구봉住九峰 수사호대사문受賜號大沙門
개보 5년 구봉에 거주했고 대사문이란 賜號를 받았다.
태평흥국구년太平興國九年(984) 남강목장남금청거귀종南康牧張南金請居歸宗
태평흥국 9년(984) 남강목南康牧 장남금의 청으로 귀종에 거주했음
/전등록傳燈錄24 오등회원五燈會元8
►연수혜륜延壽慧輪(?-?) 오대후당승五代後唐僧
사보복종전嗣保福從展 출거담주出居潭州(湖南長沙)연수사延壽寺
보복종전을 이었고 출세해 담주(지금의 호남 장사) 연수사延壽寺에 거주했음
/전등록傳燈錄22 오등회원五燈會元8
►혼륜탄개조渾崙呑箇棗
혼륜渾崙=혼륜渾侖 혼륜渾淪 혼륜混淪 골륜鶻侖 혼륜渾圇 홀륜囫圇
비유무하등지미比喩無何等之味 하등의 맛도 없음에 비유함.
원지천지미형성전原指天地未形成前 원래原來는 천지가 형성되지 아니한 때,
음양미분陰陽未分 음양이 나뉘지 않음,
암흑불명暗黑不明 암흑이라 분명하지 않음,
일단미몽혼탁지상태一團迷濛混濁之狀態
한 덩어리의 미몽迷濛과 혼탁의 상태狀態를 가리킴.
선림중禪林中 전지불분명轉指不分明 혼연일편渾然一片 혹물지불가분或物之不可分
선림 중에선 전轉하여 불분명, 혼연일편渾然一片, 혹은 사물의 不可分을 가리킴.
우지무차별이평등지진성又指無差別而平等之眞性
또 무차별無差別)여 평등한 진성眞性을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