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錄/벽암록

벽암록 32칙 本則 評唱

空空 2024. 4. 8. 08:21

【評 唱】

간타임마직출직입看他恁麼直出直入 직왕직래直往直來

그(임제)가 이처럼 곧바로 출입하고 왕래한 것을 살펴보라.

 

내시림제정종乃是臨濟正宗 유임마작용有恁麼作用

임제의 정종正宗이었기에 이렇게 할 수 있었다.

 

약투득거若透得去 이를 깨칠 수 있다면

편가번천작지便可翻天作地 하늘을 훌쩍 뒤집어 대지를 만들고

자득수용自得受用 스스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좌시저반한定上座是這般漢 정상좌는 이러한 사람이었다.

피림제일장被臨濟一掌 례배기래禮拜起來 편지락처便知落處

임제스님에게 한 차례 따귀를 얻어맞고 절을 하다가 대뜸 귀착점을 알았다.

 

타시향북인他是向北人 최박직最朴直

그는 북방의 사람으로 기질이 아주 순박하고 강직했다.

 

기득지후既得之後 갱불출세更不出世

법을 얻은 이후로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고

 

후래전용림제기後來全用臨濟機 야부방영탈也不妨穎脫

그 후 임제스님의 대기大機를 활용하였는데 아주 독보적인 존재였다.

 

일일一日 로봉암두路逢巖頭 설봉雪峰 흠산삼인欽山三人 암두내문巖頭乃問

하루는 길에서 암두ㆍ설봉ㆍ흠산 세 스님을 만났는데 암두스님이 물었다.

 

심처래甚處來 “어디에서 오시오?”

정운定云 림제臨濟 정상좌는 말하였다. “임제에서 옵니다.”

 

두운頭云 화상만복和尚萬福 “화상(임제스님)께서는 안녕하십니까?”

정운定云 이순세료야已順世了也 “이미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두운頭云 암두가 말했다.

모등삼인某等三人 특거례배特去禮拜 “우리 세 사람이 일부러 찾아가 뵈올려고 하였더니만

복연천박福緣淺薄 우치귀적又值歸寂 복이 없어 이미 돌아가시고야 말았구려.

 

미심화상재일未審和尚在日 유하언구有何言句

도대체 스님께서 살아계실 때 무슨 말씀이 있었습니까?

 

청상좌거일량칙간請上座舉一兩則看

상좌께서는 한두 칙則만 거량해 주십시오.”

 

정수거定遂舉 정상좌는 마침내 다음과 같이 거량하였다.

림제일일시중운臨濟一日示眾云 임제스님이 하루는 대중 설법을 하셨다.

 

적육단상赤肉團上 유일무위진인有一無位真人

“여러분의 몸뚱이 속에 한 무위진인無位眞人이 있다.

 

상종여제인면문출입常從汝諸人面門出入 미증거자간간未證據者看看

그는 항상 그대들의 얼굴을 통해 출입하고 있으니 아직 깨닫지 못한 자는 살펴보아라.”

 

시유승출문時有僧出問 여하시무위진인如何是無位真人

그때 어떤 스님이 나와서 물었다. “무엇이 무위진인입니까?”

 

제편금주운濟便擒住云 임제스님은 대뜸 스님의 멱살을 잡고서 말하기를

도도道道 승의의僧擬議 제편탁개운濟便托開云

“말해보라, 말해봐.”하였는데 스님이 머뭇거리자 밀어 제쳐버리고

 

무위진인無位真人 시십마건시궐是什麼乾屎橛 편귀방장便歸方丈

“무위진인이 이 무슨 마른 똥 덩어리냐?”하고 곧 방장실로 되돌아가버렸다.

 

암두불각토설巖頭不覺吐舌

이에 암두스님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혀를 쑥 빼물었다.

 

흠산운欽山云 하부도비무위진인何不道非無位真人

흠산이 말하였다. “왜 무위진인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피정금주운被定擒住云 정상좌는 그의 멱살을 움켜잡고서

무위진인여비무위진인無位真人與非無位真人 상거다소相去多少

“무위진인과 무위진인이 아닌 것은 얼마나 차이가 있느냐?

 

속도속도速道速道 빨리 말해라, 빨리!" 하니

산무어山無語 직득면황면청直得面黃面青

흠산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만 누르락푸르락 하였다.

 

암두설봉巖頭雪峰 근전례배운近前禮拜云

암두스님과 설봉스님은 가까이 앞으로 다가서서 절을 올리고 말하였다.

 

저신계這新戒 불식호오不識好惡

“이 수계한 지 얼마 안 되는 중이 좋음과 나쁨을 모르고서

 

촉오상좌觸忤上座 망자비차방과望慈悲且放過

상좌의 비위를 거슬렀으니 자비로써 용서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정운定云 정상좌가 말했다.

약불시저량개로한若不是這兩箇老漢 축살저뇨상귀자𡎺殺這尿床鬼子

“만일 두 노장만 아니었다면 오줌도 가릴 줄 모르는 이놈을 쳐 죽여 버렸을 것이다.”

 

우재진주又在鎮州 재회齋回

또 한 번은 진주鎭州에 있을 때 재齋를 끝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도교상헐到橋上歇 봉삼인좌주逢三人座主

다리 위에서 쉬다가 좌주座主(강사) 세 사람을 만났는데

 

일인문一人問 그중 한 사람이 물었다.

여하시선하심처如何是禪河深處 수궁저須窮底

“선하禪河의 깊은 곳은 모름지기 밑바닥까지 궁구해야만 한다 하는데 무슨 뜻입니까?”

 

정금주定擒住 의포향교하擬拋向橋下

정상좌가 느닷없이 멱살을 잡고서 다리 아래로 던져버리려고 하자

 

시이좌주時二座主 련망구운連忙救云

그때 두 좌주座主가 허둥지둥 말리면서 말했다.

 

휴휴休休 “제발 그만두십시오.

시이촉오상좌是伊觸忤上座 차망자비且望慈悲

이 사람이 상좌의 비위를 거슬렀으니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정운定云 정상좌가 말했다.

약불시이좌若不是二座 주종타궁도저거主從他窮到底去

“두 좌주스님만 아니었다면 강바닥까지 처박아 넣었을 것을…”

 

간타임마수단看他恁麼手段 전시림제작용全是臨濟作用

그의 이러한 솜씨를 살펴보면 모두가 임제스님의 솜씨가 있었다.

 

갱간설두송출更看雪竇頌出 그럼 설두스님의 송을 살펴보자.

 

 

►만복滿福 안녕하십니까?

►순세順世=순화順化, 순적順寂.

지승지서세指僧之逝世 승인의 서세逝世를 가리킴.

 

취기순세도이사화시멸지의取其順世道而死化示滅之義

그가 세도世道에 순응해 사화死化하고 시멸示滅함의 뜻을 취했음.

 

안석씨요람하按釋氏要覽下 불문중칭사위열반佛門中稱死爲涅槃

석씨요람하를 안험컨대 불문佛門 중에서 죽음을 일컬어

 

원적圓寂 귀진歸眞 귀적歸寂 멸도滅度 천화遷化 순세등順世等 기의의개동其意義皆同

열반ㆍ원적ㆍ귀진ㆍ귀적ㆍ멸도ㆍ천화ㆍ순세 등으로 짓는데 그 의의가 모두 같다.

 

►귀적歸寂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평온한 상태로 돌아간다, 승려의 죽음.

위승려지사謂僧侶之死 우칭원적又稱圓寂 시적示寂 입적등入寂等

이르자면 승려의 죽음임. 또 명칭이 원적ㆍ시적ㆍ입적 등.

 

►적육단赤肉團 심장.

협의지심장狹義指心臟 좁은 뜻으로는 심장을 가리키며

광의칙지육체廣義則指肉體 넓은 뜻으론 곧 육체를 가리킴.

적육즉동물적육赤肉卽動物的肉 적육은 곧 동물의 살(肉)임.

 

►무위진인無位眞人 도를 닦는 마음이 뛰어나서 차별差別이 없는 자리에 있는 진인眞人.

지철견본래면목자指徹見本來面目者 본래면목을 철저히 본 자를 가리킴.

 

즉불타어보살卽不墮於菩薩42位 52위등품위位等品位

곧 보살의 42위位와 52위 등의 품위品位에 떨어지지 않고

 

병초월범성미오竝超越凡聖迷悟 상하귀천등분별上下貴賤等分別

아울러 범성과 미오, 상하와 귀천 등의 분별을 초월하여

 

이무소체애而無所滯礙 이득해탈지인已得解脫之人

체애滯礙하는 바가 없으며 이미 해탈을 얻은 사람임.

 

어선림於禪林 전지인인본구지진여불성轉指人人本具之眞如佛性

선림에선 전轉하여 사람마다 본래 구족한 진여불성을 가리킴.

 

►면문面門 눈, 귀, 코, 입

►불각토설不覺吐舌 대경모大驚貌 크게 놀라는 모양.

‘吐舌’ 놀랐을 때 혀를 쑥 내밀고 있는 모습.

 

►상거다소相去多少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 어떻게 다른가?

‘去’ 거距(떨어지다).

 

►면황면청面黃面靑 당황해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다

안색변작청황顔色變作靑黃 형용수치모形容羞恥貌 경공모驚恐貌

안색이 청황으로 변함이니 수치스런 모양ㆍ경공驚恐하는 모양을 형용.

 

►신계新戒 신출내기

지신근수계지승指新近受戒之僧 새로 최근에 수계한 승인을 가리킴.

 

역지수사미계위일상천지유년승亦指受沙彌戒爲日尙淺之幼年僧

또한 사미계를 받은 날이 아직 짧은 유년승幼年僧을 가리킴

/백장청규증의기百丈淸規證義記 7上 상기전칭호류象器箋稱呼類

 

►촉오觸忤 촉범觸犯. 촉노觸怒. 대들다. 말대꾸하다.

웃어른의 마음을 거슬려서 성을 내게 하다.

 

►축살𡎺殺 압살壓殺. 박살내다.

►뇨상귀자尿床鬼子 오줌싸개 녀석. 젊은 중을 얕잡아 이르는 말.

통매인지칭痛罵人之稱 통렬히 사람을 욕하는 명칭임.

유언소변지아귀야猶言小便之餓鬼也 소변의 아귀라고 말함과 같음.

 

우대우언행황당가소자적척매어又對于言行荒唐可笑者的斥罵語 자子 후철後綴

또 언행이 황당하여 가소로운 자에 대한 척매어斥罵語(가리키며 욕하는 말). 자는 후철.

 

►련망連忙 몹시 당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