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錄/벽암록

벽암록 34칙 本則 評唱

空空 2024. 4. 8. 18:48

【評 唱】

험인단적처驗人端的處 하구편지음下口便知音

사람을 시험하는 핵심이 되는 곳은 입만 열면 바로 알게 된다.

 

고인도古人道 고인(운문스님)은 말하였다.

몰량대인沒量大人 향어맥리전각向語脈裏轉卻

“한량없이 도량이 큰 사람은 말의 이면에서 알아차린다.”

 

약시정문구안若是頂門具眼 거저편지락처舉著便知落處

정수리에 안목을 갖췄다면 듣자마자 귀결점을 알 것이다.

 

간타일문일답看他一問一答 력력분명歷歷分明

그들의 일문일답을 살펴보면 분명하고 또렷하다.

 

운문위십마각도雲門為什麼卻道 운문스님은 무엇 때문에

차어개위자비지고此語皆為慈悲之故 유락초지담有落草之談

“이 말씀은 모두가 자비로움 때문에 한 차원 내려서 말씀을 하신 것이라” 하였을까?

 

고인도저리古人到這裏 옛사람은 여기에 이르러

여명경당대如明鏡當臺 밝은 거울이 경대에 걸리고

명주재장明珠在掌 밝은 구슬이 손아귀에 있는 듯하여

 

호래호현胡來胡現 오랑캐가 오면 오랑캐가 비치고

한래한현漢來漢現 한족이 오면 한족이 나타나며

일개승자一箇蠅子 파리 한 마리도

야과타감부득也過他鑑不得 거울을 도망갈 수 없다고 하였다.

 

차도작마생且道作麼生 시자비지고是慈悲之故 유락초지담有落草之談

말해보라, 무엇이 자비로움 때문에 한 차원 내려서 말씀하신 것인가?

 

야부방험준也不妨險峻 이는 험준하다 하겠다.

 

도저전지到這田地 야수시개한시가제철也須是箇漢始可提掇

이러한 경지에 이르러서는 모름지기 이런 자라야만 비로소 말할 수 있다.

 

운문념운雲門拈云 운문스님이 염拈하여 말했다.

저승친종려산래這僧親從廬山來 “이 스님이 몸소 여산에서 왔는데

 

인십마각도因什麼卻道 사리부증유산闍黎不曾遊山

무엇 때문에 ‘화상아! 아직도 산놀이를 못했구나.’고 말했을까?”

 

위산일일문앙산운溈山一日問仰山云 하루는 위산스님이 앙산스님에게 물었다.

제방약유승래諸方若有僧來 여장십마험타汝將什麼驗他

“여러 총림에서 어느 스님이 찾아온다면 무얼 가지고 시험하려느냐?”

 

앙산운仰山云 모갑유험처某甲有驗處 “제게 시험하는 수가 있습니다.”

위산운溈山云 자시거간子試舉看 “그대는 말해보아라.”

 

앙운仰云 모갑심상견승래某甲尋常見僧來 “저는 평소 스님이 찾아오면

 

지거불자향이도只舉拂子向伊道 제방환유저개마諸方還有這箇麼

불자拂子를 들고서 그에게 ‘다른 곳에도 이것이 있더냐?’라고 묻습니다.

 

대이유어지향이도待伊有語只向伊道 저개즉차치這箇即且置 나개여하那箇如何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가 다시 ‘이것은 그만두고 저것은 어떠냐?’고 말합니다.”

 

위산운溈山云 차시향상인아조此是向上人牙爪 “이는 향상인向上人의 수단이다.”

 

기불견마조문백장豈不見馬祖問百丈

듣지도 못하였느냐? 마조스님이 백장스님에게 다음과 같이 물은 것을.

 

십마처래什麼處來 “어디에서 오느냐?”

장운丈云 산하래山下來 “산 아래에서 옵니다.”

 

조운祖云 로상환봉착일인마路上還逢著一人麼 “오는 길에 ‘한 사람’을 만났느냐?”

장운丈云 부증不曾 “못 만났습니다.”

 

조운祖云 위십마부증봉착為什麼不曾逢著 “왜 못 만났느냐?”

장운丈云 약봉착若逢著 즉거사화상即舉似和尚 “만났다면 스님께 바로 말씀드렸을 것입니다.”

 

조운祖云 나리득저소식래那裏得這消息來 “어디에서 이런 소식을 얻었느냐?”

장운丈云 모갑죄과某甲罪過 “제가 잘못했습니다.”

조운祖云 각시로승죄과卻是老僧罪過 “내가 잘못했다.”

 

앙산문승仰山問僧 정상류차正相類此

앙산스님이 이 스님에게 물은 것도 바로 이와 같은 것이다.

 

당시대타도當時待他道 증도오로봉마曾到五老峰麼

“일찍이 오로봉에 가봤느냐?”고 말하였을 때

 

저승약시개한這僧若是箇漢 이 스님이 영리한 스님이었다면

단운화사但云禍事 “큰일났습니다.”라고 말했어야 할 것을

각도부증도卻道不曾到 도리어 “아직 가보지 않았다”고 하였다.

 

저승기부작가這僧既不作家 스님은 작가가 아니었는데

앙산하불거령이행仰山何不據令而行 면견후면허다갈등免見後面許多葛藤

앙산스님은 무엇 때문에 법대로 시행하여 많은 언어 갈등을 없애지 못하고

 

각운卻云 사리부증유산闍黎不曾遊山

도리어 “화상아! 아직도 산놀이를 못 했구나”라고 말하였을까?

 

소이운문도所以雲門道 그러므로 운문스님은

차어개위자비지고此語皆為慈悲之故 유락초지담有落草之談

“이 말씀은 모두 자비로움 때문에 한 단계 낮추어서 말씀을 하신 것이다” 하였다.

 

약시출초지담若是出草之談 즉불임마則不恁麼

만일 한 단계 낮추지 않고 말을 하였다면 이와 같이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력력歷歷 모든 것이 환히 알 수 있게 똑똑함.

심분명모甚分明貌 력歷 분명야分明也

매우 분명한 모양. 력歷은 분명.

 

►승자蠅子 파리.

즉창승卽蒼蠅 자子 후철後綴

곧 창승蒼蠅(쉬파리)이니 자子는 후철後綴

 

►향상인아조向上人牙爪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의 후예

►화사禍事 큰일나다.

►제철提掇 문제를 제기하고 평하다

 

►출초出草 한 차원 높임 말[向上]

위입초락초지대칭爲入草落草之對稱

입향상초入草와 낙초落草의 대칭임.

 

초草 비유세간속중比喩世間俗衆 초출세속超出世俗 칭위출초稱爲出草

초草는 세간과 속중俗衆에 비유함. 세속을 초출함을 출초라고 일컬음.

 

선설초출세속지종지오의宣說超出世俗之宗旨奧義

세속을 초출하는 종지의 그윽한 뜻을 선설宣說하거나

 

혹제시불법제일의或提示佛法第一義 즉칭위출초담卽稱爲出草談

혹은 불법의 제일의를 제시提示함을 곧 출초의 얘기라고 일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