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錄/벽암록

벽암록 35칙 本則 評唱

空空 2024. 4. 9. 21:49

【評 唱】

무착유오대無著遊五臺 지중로황벽처至中路荒僻處

무착이 오대산을 유람하는 도중 황량하고 외딴 곳에 이르렀다.

 

문수화일사文殊化一寺 접타숙接他宿

문수는 하나의 절을 화현化現시켜 그를 맞이하여 자고 가도록 했다.

 

수문遂問 근리심처近離甚處 그리고서는 이렇게 물었다. “요즈음 어디에 있다 왔느냐?”

착운著云 남방南方 “남방에서 왔습니다.”

 

수운殊云 남방불법南方佛法 여하주지如何住持 “남방에서는 불법을 어떻게 수행하더냐?”

착운著云 말법비구末法比丘 소봉계률少奉戒律 “말법시대의 비구가 계율을 조금 받드는 정도입니다.”

 

수운殊云 다소중多少眾 “대중은 얼마나 되는가?”

착운著云 혹삼백혹오백或三百或五百 “삼백 명 또는 오백 명 정도입니다.”

 

무착각문문수無著卻問文殊 무착이 도리어 문수에게 물었다.

차간여하주지此間如何住持 “여기에서는 불법을 어떻게 수행하는지요?”

수운殊云 범성동거룡사혼잡凡聖同居龍蛇混雜 “범부와 성인이 함께 있고 용과 뱀이 뒤섞여 있다.”

 

착운著云 다소중多少眾 “대중이 얼마나 됩니까?”

수운殊云 전삼삼후삼삼前三三後三三 “앞도 삼삼, 뒤도 삼삼이지.”

 

각끽다卻喫茶 문수거기파리잔자운文殊舉起玻璃盞子云

(그 뒤) 차를 마신 후 문수는 파리玻璃 찻잔을 들고서 말하였다.

 

남방환유저개마南方還有這箇麼 “남방에서도 이런 물건이 있느냐?”

착운著云 무無 “없습니다.”

 

수운殊云 심상장십마끽다尋常將什麼喫茶 “평소 무엇으로 차를 마시느냐?”

착무어著無語 무착이 아무 말도 못했다.

 

수사거遂辭去 그리고는 하직하고 떠나려 했다.

문수령균제동자文殊令均提童子 송출문수送出門首

문수는 균제동자均提童子에게 문 밖까지 전송해주도록 하였다.

 

무착문동자운無著問童子云 무착은 동자에게 물었다.

적래도전삼삼후삼삼適來道前三三後三三 시다소是多少

“조금 전에 ‘앞도 삼삼, 뒤도 삼삼’이라고 말하였는데 얼마나 되는가?”

 

동자운童子云 대덕착응야大德著應喏 동자가 “대덕이여.”하고 부르고 무착이 대답을 하자

동자운童子云 시다소是多少 동자는 물었다. “‘이것’은 얼마나 됩니까?”

 

우문차시하사又問此是何寺 무착은 또 물었다. “여기가 무슨 절인가?”

동자지금강후면童子指金剛後面 동자가 금강역사金剛力士의 뒤를 가리켰다.

 

착회수著回首 화사동자化寺童子

무착이 머리를 돌리는 찰나에 동자와 화현으로 나타난 절까지

실은불견悉隱不見 지시공곡只是空谷

하나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텅 빈 산골짜기만 있을 뿐이었다.

 

피처후래위지금강굴彼處後來謂之金剛窟 그곳을 후세에 금강굴金剛窟이라고 불렀다.

후유승문풍혈後有僧問風穴 그 후 어떤 스님이 풍혈風穴스님에게 물었다.

 

여하시청량산중주如何是清涼山中主

“누가 청량산淸凉山(오대산의 別稱)의 진짜 주인입니까?”

 

혈운穴云 풍혈스님이 말했다.

일구불황무착문一句不遑無著問 흘금유작야반승迄今猶作野盤僧

“무착의 질문에 한마디도 대답 못하고 지금껏 노숙露宿하며 떠도는 땡중이다.”

 

약요참투若要參透 평평실실平平實實 각답실지腳踏實地

투철히 참구하여 무심하게 실제의 경지를 밟고자 한다면

 

향무착언하천득向無著言下薦得

무착의 언구言句에서 알아야 한다.

 

자연거확탕로탄중自然居鑊湯爐炭中 역불문열亦不聞熱

그러면 자연히 확탕鑊湯·노탄爐炭의 지옥에서도 뜨겁지 않고

 

거한빙상居寒冰上 역불문랭亦不聞冷

차가운 얼음 위에서도 추위를 느끼지 않는다.

 

약요참투若要參透 사고위초준使孤危峭峻

만일 투철히 참구해 홀로 높이

 

여금강왕보검如金剛王寶劍 향문수언하천취向文殊言下薦取

금강왕 보검처럼 준엄하려면 문수의 말에서 알아야 한다.

 

자연수쇄불착自然水灑不著 풍취불입風吹不入

그러면 자연히 물로 떠내려 보내지도 못하고 바람으로 날려 보내지도 못한다.

 

불견장주지장不見漳州地藏

듣지 못하였느냐? 장주漳州의 지장地藏이 어떤 스님에게 물은 말을.

 

문승問僧 근리심처近離甚處 “요즈음 어디에 있다 왔느냐?”

승운僧云 남방南方 “남방에서 왔습니다.”

 

장운藏云 피중불법여하彼中佛法如何 “그곳의 불법은 어떠한가?”

승운僧云 상량호호지商量浩浩地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장운藏云 쟁사아저리종전박반끽爭似我這裏種田博飯喫

“내가 여기에서 밭에 씨앗을 뿌리며 주먹밥을 먹는 것만 하겠느냐?”

 

차도여문수답처且道與文殊答處 시동시별是同是別

말해보라, 이는 문수가 대답했던 곳과 같을까, 다를까?

 

유저도有底道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무착답처불시無著答處不是 “무착의 대답은 옳지 않고

문수답처文殊答處 문수의 대답에는

야유룡유사也有龍有蛇 용도 있고 뱀도 있으며

유범유성有凡有聖 범부도 있고 성인도 있다”

유십마교섭有什麼交涉 그러나 이런 말이 본 뜻과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환변명득전삼삼후삼삼마還辨明得前三三後三三麼

또한 “앞도 삼삼, 뒤도 삼삼”을 분명하게 알 수 있겠는가?

 

전전유경후전심前箭猶輕後箭深

앞에 쏜 화살은 그래도 가벼운 편인데 뒤에 쏜 화살은 깊숙이 박혔다.

 

차도시다소且道是多少 말해보라, 얼마나 많은 것인가?

약향저리투득若向這裏透得 천구만구千句萬句 지시일구只是一句

여기에서 깨칠 수 있다면 천 구절, 만 구절이 다만 한 구절일 뿐이다.

 

약향차일구하절득단若向此一句下截得斷 이 한 구절 속에서 끊어버리고

파득주把得住 잡아둘 수 있다면

상차간도저경계相次間到這境界 잠깐 사이에 이러한 경계에 이를 것이다.

 

 

►오대五臺 오대산. 중국불교의 성지로 문수보살이 상주해 있다고 한다.

►파리잔자玻璃盞子 유리로 만든 찻잔.

‘파리玻璃’ 파리頗梨(梵 sphaṭika) 칠보지일 七寶之一 7보의 하나.

 

<금강경주해金剛經註解>2

소초운疏鈔云 칠보자七寶者 소초疏鈔에 이르되 7보寶란 것은

금金 은銀 류리琉璃 산호珊瑚 마노瑪瑙 적진주赤眞珠 파리玻璃

 

‘잔자盞子’ 즉잔卽盞이니 자子는 후철後綴

 

►균제동자均提童子

문수지시자명文殊之侍者名 문수의 시자 이름.

 

►금강金剛 금강력사. 수호신장

차지천명此指天名 지금강저지력사持金剛杵之力士 위지금강謂之金剛

여기에선 천명天名 가리킴이니 금강저를 가진 역사를 일컬어 금강이라 함.

 

집금강지략명執金剛之略名 집금강執金剛의 약명略名이니

사원중사원중지사천왕상四天王像 속칭위사대금강俗稱爲四大金剛

사원 중의 사천왕상을 속칭 사대금강이라 함.

 

<행종기行宗記>2上

금강자金剛者 즉시종력사卽侍從力士 수지금강저手持金剛杵 인이위명因以爲名

금강이란 것은 곧 시종하는 역사니 손에 금강저를 가진지라 인하여 이름 한다.

 

►청량산淸涼山 산서오대산지별칭山西五臺山之別稱

차산세적견빙此山歲積堅冰 이 산은 해마다 견고한 얼음이 쌓여

하잉비설夏仍飛雪 여름에도 그대로 눈이 날리면서

무염서無炎暑 고칭청량故稱淸涼 염서炎暑가 없는지라 고로 명칭이 청량임.

 

►흘금迄今 지금에 이르기까지

►야반승野盤僧 행각승. 떠돌이 중

지도처유방指到處遊方 분주우각지사원적행각승奔走于各地寺院的行脚僧

도처에 유방遊方하면서 각지의 사원으로 분주하는 행각승을 가리킴.

 

야반野盤 반선초야지의盤旋草野之意

야반野盤은 초야에 반선盤旋(徘徊)함의 뜻.

 

►평평실실平平實實 아주 진지하다

►장주지장漳州地藏 나한계침(지장계침地藏桂琛 867-928)

오대승五代僧 상산인常山人(位於浙江) 속성리俗姓李

 

숙유출진지지夙有出塵之志 일찍이 出塵(俗塵을 벗어남)의 뜻이 있었으며

의만세사무상대사체발수계依萬歲寺無相大師剃髮受戒

만세사 무상대사에게 의지해 머리 깎고 수계했다.

 

전학비니專學毘尼 비니毘尼(律)를 오로지 배웠는데

연이지계속신비해탈지도然以持戒束身非解脫之道

그러나 지계持戒는 몸을 구속하고 해탈의 도가 아니라 하여

 

내전지유방乃轉志遊方 참방남종제사參訪南宗諸師

이에 뜻을 돌려 유방遊方하면서 남종南宗의 여러 스님을 참방했다.

 

선알설봉의존先謁雪峰義存 참신선요參訊禪要 석무소견惜無所見

먼저 설봉의존을 참알하여 禪要를 참신(參問)했으나 아깝게도 보는 바가 없었다.

 

지복주현사사비좌하至福州玄沙師備座下

복주의 현사사비玄沙師備의 좌하座下에 이르러

 

득일언계발得一言啓發 곽이탈락중혹廓爾脫落衆惑

1언의 계발啓發을 얻자 휑하게 온갖 의혹을 탈락脫落했다.

 

시장주주목어민성서방석산건지장원時漳州州牧於閩城西方石山建地藏院

때에 漳州의 州牧이 민성의 서쪽 방석산에 地藏院을 건립하고

 

청사연법請師演法 스님에게 청하여 법을 연설케 했음.

 

주석십팔년駐錫十八年 학도집자이백여인學徒集者二百餘人

주석하기 18년에 학도로 모인 자가 2백여 사람이었다.

 

후주장주라한원後住漳州羅漢院 대천현요大闡玄要

후에 장주 라한원羅漢院에 주지하면서 현요玄要를 크게 열자

 

남북참도진주南北參徒臻湊 남북의 참도參徒가 진주臻湊(이르러 모임)하여

계기개오자부지기수契機開悟者不知其數 계기하여 開悟한 자는 그 수를 알지 못함.

 

세인존이라한계침지호世人尊以羅漢桂琛之號

세인이 라한계침羅漢桂琛의 호로써 존경했다.

 

당천성삼년추시질唐天成三年秋示疾 안좌수일고종安坐數日告終

당 天成 3년 가을에 질환을 보이더니 安坐하기 며칠 만에 종말을 고했다.

 

향년享年62 승랍僧臘40 시호진응선사諡號眞應禪師

향년은 62며 승랍은 40이며 시호는 진응선사.

 

제자유청량문익弟子有淸涼文益 룡제소수등다수龍濟紹修等多數

제자에 청량문익ㆍ용제소수 등 다수가 있음

/오등회원五燈會元8 송고승전宋高僧傳13

 

►호호지浩浩地 넓다. 많다. ‘地’ 어조사

►쟁사爭似 어찌 ~하는 것만 같겠는가. ~에는 미치지 못하다.

►종전박반種田博飯 밭에 씨를 뿌리고 밥을 먹다.

박반博飯 박博은 환換 교환交換 또 토취討取 모구謀求

 

►상차간相次間 순간적으로, 즉시. 아경俄頃(조금 있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