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36칙 頌 評唱
【評 唱】
차도저공안且道這公案 말해보라,
이 공안이 앙산스님이(제34칙의 본칙에서) 어느 스님과 주고받았던 것과 같은가 다른가를.
여앙산문승與仰山問僧 근리심처近離甚處 앙산이 승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 길인가?”
승운僧云 려산廬山 “여산에서 오는 길입니다.”
앙운仰云 증도오로봉마曾到五老峰麼 “오로봉을 가 보았는가?”
승운僧云 부증도不曾到 “아직 못 가 봤습니다.”
앙운仰云 사리부증유산闍黎不曾遊山 “스님은 아직 산을 유람하지 못했군.”
변치소간辨緇素看 시동시별是同是別
(본칙과 이 공안의)흑백을 분별해보아라. 이는 같은가 다른가?
도저리到這裏 수시기관진의식망須是機關盡意識忘
여기에 이르러서는 모름지기 알음알이[機關]를 다하고 의식意識을 망각하여
산하대지山河大地 초개인축草芥人畜 무사자삼루無些子滲漏
산하대지와 풀과 지푸라기와 사람과 축생마저도 조금치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약불여차若不如此 고인위지유재승묘경계古人謂之猶在勝妙境界
그렇지 못하면 옛사람이 말한 “아직도 승묘경계勝妙境界에 있다”는 데 해당된다.
불견운문도不見雲門道 듣지 못하였느냐, 운문스님의 말을.
직득산하대지直得山河大地 무섬호과환無纖毫過患 유위전물猶為轉物
“설령 산하대지와 실오라기만큼의 잘못이 없다 해도 오히려 대상에 얽매인 말이다.
불견일체색不見一切色 시시반제始是半提
모든 色을 보지 않는다 해도 겨우 반절쯤 밖에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갱수지유전제시절향상일규更須知有全提時節向上一竅
반드시 온전히 설명해내는 시절과 향상向上 관문이 있는 줄을 알아야 만이
시해온좌始解穩坐
비로소 편안히 앉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약투득若透得 의구산시산수시수依舊山是山水是水
만약 이를 뛰어넘을 수 있다면 그대로 산은 산, 물은 물이다.
각주자위各住自位 각각 제자리에 안주하며
각당본체各當本體 각각 본체에 해당하여
여대박맹인상사如大拍盲人相似
(경계에 현혹되지 않는) 완전히 눈먼 장님과 같을 것이다.
조주도趙州道 조주스님이 <12時歌>에서 읊었다.
계명축雞鳴丑 첫 닭이 울면 축시丑時라.
수견기래환루두愁見起來還漏逗 근심스러이 일어나 보니 그저 허물투성이
군자편삼개야무裙子褊衫箇也無 저고리와 장삼(승려다운 몸가짐)은 하나도 없고
가사형상사사유袈裟形相些些有 가사袈娑의 그림자만 조금 남아 있구나.
곤무당고무구裩無襠褲無口 잠방이에 속곳이 없고, 바지는 발 넣을 곳 없으니
두상청회삼오두頭上青灰三五斗 머리 위 흰머리는 너덧 말이라.
본위수행리제인本為修行利濟人 본디 수행할 때는 중생을 제도코자 하였는데
수지번성부즉류誰知翻成不唧𠺕 그 누가 알았으랴, 이토록 멍청한 놈이 될 줄을.
약득진실도저경계若得真實到這境界 참으로 이러한 경계에 이르면
하인안불개何人眼不開 어느 사람인들 눈을 뜨지 않으랴.
일임칠전팔도一任七顛八倒 마음대로 엎어지고 나자빠지는 대로 두어도
일체처도시저경계一切處都是這境界 모든 곳이 다 ‘이 경계’이며
도시저시절都是這時節 다 ‘이 시절’이다.
시방무벽락十方無壁落 시방세계에 창문[壁落]도 없고
사면역무문四面亦無門 사방에도 문이 없다.
소이도所以道 그러므로 장사는 말한 것이다.
시수방초거始隨芳草去 우축락화회又逐落花回
“처음 향기로운 풀을 따라갔다가 다시 지는 꽃을 따라서 돌아왔다”고
설두부방교雪竇不妨巧 설두스님의 문장은 매우 교묘하고 솜씨가 좋다.
지거타좌변只去他左邊 첩일구貼一句
그 좌측에(始隨芳草去) 한 구절(羸鶴翹寒木)을 붙이고
우변첩일구右邊貼一句 일사일수시상사一似一首詩相似
우측(又逐落花回)에도 한 구절(狂猿嘯古臺)을 붙여 마치 한 수의 시처럼 이루어놓은 것이다.
리학교한목羸鶴翹寒木 “파리한 학은 차가운 나무 위에서 발돋움하고
광원소고대狂猿嘯古臺 미친 원숭이는 옛 누대에서 휘파람 분다.” 했으니
설두인도저리雪竇引到這裏 자각루두自覺漏逗 맥운驀云
설두스님은 이에 이르러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얼른 말하였다.
장사무한의長沙無限意 돌咄 “장사의 한없는 뜻이여, 쯧쯧!”하고 외쳤으니
여작몽각성상사如作夢卻醒相似 이는 마치 깊은 꿈을 꾸다가 깨어난 것과도 같다.
설두수하일갈雪竇雖下一喝 미득초절未得勦絕
설두스님이 일할一喝을 했지만 아직은 철저히 끊어버리지 못한 것이다.
약시산승즉불연若是山僧即不然 만일 산승이었다면 이렇게 말하질 않고
장사무한의長沙無限意 “장사의 한없는 뜻이여!
굴지경심매掘地更深埋 땅을 파 더욱 깊이 묻어버리리라”고 했을 것이다.
►직득直得 비록 ~라 해도, ~는 결과가 되다
►전구轉句 한시漢詩 절구絕句의 제삼구第三句. 이 구句로 뜻을 바꿈.
저본작전물底本作轉物 저본에 전물轉物로 지어졌으나
제선록개작전구諸禪錄皆作轉句 여러 선록에 모두 전구轉句로 지어졌음.
의타본개전구依他本改轉句 타본에 의해 전구轉句로 고쳤음.
►반제半提 절반 정도의 제시
비완전철저적선법제시非完全徹底的禪法提示 완전하고 철저한 선법의 제시提示가 아님.
상대우전제이언相對于全提而言 전제全提를 상대로 말함임.
►전제全提 전면적인 제시
►향상일규向上一竅=향상일착向上一著=향상일로向上一路.
제3의 눈. 깨달은 눈
지언절의단지정진대도指言絶意斷之正眞大道
말이 끊기고 뜻이 끊어진 정진正眞의 대도大道를 가리킴.
시천성부전지묘도是千聖不傳之妙道 이것은 천성千聖이라도 전하지 못하는 묘도妙道니
내석가소불설乃釋迦所不說 곧 석가도 설하지 못하는 것이며
달마소부전저達摩所不傳底 달마도 전하지 못하는 바의 것이다.
►대박맹인大拍盲人 듣고 본 것에 구애를 받지 않는 無心道人
►군자裙子 바지. 아래에 입는 치마같이 생긴 옷
여단언군자동與單言裙者同 간단한 말로 군裙이라 하는 것과 같음.
자자조자子者助字 자는 조자助字임.
석명釋名 군裙 하상야下裳也
석명 군裙은 아래의 의상이다.
군裙 군야羣也 련접군폭야聯接羣幅也
裙은 군羣이니 연접한 군폭羣幅이다.
‘치마 군裙’ 치마. 속옷
군裙 산스크리트어 nivāsana 수행승이 허리에 둘러 입는 치마 같은 옷.
►편삼褊衫=편삼偏衫=편삼徧衫. 저고리. 길이가 짧은 두루마기
남산구률가지설南山舊律家之說 남산구율가南山舊律家의 설은
삼의지하복어좌견지편의운기지三衣之下覆於左肩之片衣云祇支
3의衣의 아래 좌견左肩을 덮는 편의片衣를 일러 기지祇支라 하고
복어우견지편의운복견의覆於右肩之片衣云覆肩衣
우견右肩을 덮는 편의片衣를 일러 부견의覆肩衣라 함
(의정신률가위義淨新律家謂 기지복견祇支覆肩 위범한량어이일물야爲梵漢兩語而一物也)
(義淨新律家는 이르되 祇支는 어깨를 덮으며 梵漢 兩語가 되면서 一物이다).
위대봉합차이물명지위편삼魏代縫合此二物名之爲偏衫
魏代에 이 두 물건을 봉합해 이름하여 偏衫이라 했는데
절령개거截領開裾 유존본상야猶存本相也
옷깃을 자르고 자락(裾)을 열었으나 오히려 본래의 형상을 존치했음
/비구6물도比丘六物圖 승사략상僧史略上 석씨요람상釋氏要覽上 백장청규百丈淸規5
►잠방이 곤裩(=곤褌) 가랑이가 짧은 내의內衣. 속옷
잠방이(가랑이가 무릎까지 내려오도록 짧게 만든 홑바지)
►벽락壁落 울타리. 담. 절벽. 요새
벽리壁籬(벽 울타리)임. 설문說文 이杝(울타리) 락落이다.
시방무벽락十方無壁落 온 누리 툭 트여 막힌 데 없고
사면역무문四面亦無門 사면에는 여닫는 문이 없네
불조행부도佛祖行不到 부처와 조사도 올 수 없는 곳
한면와백운閑眠臥白雲 흰 구름에 누워서 잠이나 잘까
/고려高麗 태고太古 보우普愚(1301-1382)
►미득초절未得勦絕 언어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 버리지는 못했다.
‘勦絕’ 끊음. 절멸시키다.
/2014-09-04 11:3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