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41칙 頌과 着語
【頌과 着語】
활중유안환동사活中有眼還同死
살아 있는 가운데 안목을 갖추었건만 도리어 죽은 것과 같고
량불상지兩不相知 둘이 서로 모른다.
번래복거翻來覆去 엎치락뒤치락 하는구나.
약불온자若不蘊藉 쟁변득저한치소爭辨得這漢緇素
만일 마음이 넓지 못하다면 어떻게 흰지 검은지를 분별하겠는가?
약기하수감작가藥忌何須鑒作家
함께 먹어서는 안 될 약으로 어찌 작가를 감별鑑別하려 하느냐?
약불험과若不驗過 쟁변단적爭辨端的
시험해보지 않았다면 분명한 것을 어떻게 가려냈겠느냐?
우저시여일감遇著試與一鑒 우차하방又且何妨
시험 삼아 감별해 보는 것이 나쁠 게 있느냐?
야요문과也要問過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고불상언회미도古佛尚言會未到 옛 부처도 오히려 이르지 못했다고 하는데
뢰시유반賴是有伴 다행히도 짝이 있었기 망정이지.
천성야부전千聖也不傳 모든 성인도 전하지 못했고
산승역부지山僧亦不知 산승도 모르는 일이다.
부지수해살진사不知誰解撒塵沙 어느 누가 티끌 모래를 뿌리는가?
즉금야불소即今也不少 지금도 적지 않다.
개안야착開眼也著 합안야착合眼也著 눈을 떠도 집착, 감아도 집착이다.
사리임마거闍黎恁麼舉 락재십마처落在什麼處(사리闍黎=도려)
스님이 이처럼 거량하였는데 귀착점이 어디에 있을까?
►번래복거翻來覆去 같은 일을 여러 번 되풀이하다.
죽고 사는 것[死活]을 자유자재로 반복하다.
<송주선자送周禪者 주납자를 전송함>
부기방도扶起放倒 붙잡아 일으키면 쓰러지고
번래복거翻來覆去 뒤집으면 엎어지는구나.
수가수진隨假隨眞 세속[假]을 따르고 진제[眞]를 따르며
환이가수還伊價數 그것에게 값을 되돌려주라
사자빈신師子嚬呻 사자는 기지개를 켜고
상왕회고象王廻顧 코끼리왕은 되돌아보며
적일광중赤日光中 붉게 타오르는 햇빛 속에
등운기무騰雲起霧 구름은 날고 안개는 일어난다.
좌단천차坐斷千差 천차만별을 앉은 자리에서 끊고
밀개요로密開要路 가만히 요로要路를 여니
대장부한大丈夫漢 대장부라면
막타사토莫打死兎 죽은 토끼는 잡지 말라.
/楊岐錄·黃龍錄 偈頌
►온자蘊藉 마음이 넓고 조용함.
교양敎養이 있고 도량度量이 크며 얌전함.
함이불로含而不露 머금어 드러내지 않음.
다형용군자기질多形容君子氣質 다분히 군자의 기질을 형용함.
야지언어문자신정등함축이불현로也指言語文字神情等含蓄而不顯露
또 언어ㆍ문자ㆍ신정神情 등이 함축되어 현로顯露하지 않음
/백도사전百度詞典
►약기藥忌 약을 먹을 때 일시적으로 금해야 할 음식.
활중유안환동사活中有眼還同死 살아난 사람의 눈도 도리어 죽은 것과 같으니
약기하수감작가藥忌何須鑑作家 약기로 어찌 작가를 감정하리오.
고불상언증미도古佛尙言曾未到 옛 부처도 일찍이 아직 이르지 못했다고 하거늘
부지수해철진사不知誰解撒塵沙 누가 모래 먼지를 치울 줄 안다고 했는가.
/41칙
약기藥忌는 약을 먹을 때 일시적으로 금해야 할 음식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방편을 뜻한다.
방편은 설사 죽었다 다시 깨어났다고 해도 아직 문밖이다.
어찌 방편으로 투자를 시험할 수 있겠는가.
설두는 투자의 뜻을 밝힌다.
다만 마음을 쉴 뿐이니 누가 번뇌를 쓸어내는 법으로 부처 자리에 이른다고 했는가.
이 모두 밤길을 걷는 일이다.
<조당집>에 따르면 조주는 투자의 답변을 듣자 곧장 뒤로 달아났다고 전한다.
참고로 조주록에는 위 조당집의 기록이 없다.
조주가 다소 투자에게 밀린 인상이 있어서가 아닌가.
이는 후세 門人들이 고의로 누락한 것이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조주는 다만 투자의 말을 인정하는 뜻으로 뒤로 달아나는 모양을 보인 것이다.
조주에게 안목이 없었다면 이렇게 행동할 수 없을 터이다.
►하수何須 하필이면 ~할 필요가 있는가. 하필이면 ~하려 하는가.
►문과問過 따지고 캐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