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錄/벽암록

벽암록 42칙 本則 評唱

空空 2024. 4. 16. 19:09

【評 唱】

방거사참마龐居士參馬祖 석두량처유송石頭兩處有頌

방거사는 마조스님과 석두스님의 두 처소를 참방한 후 지은 송이 뒤에 나온다.

 

초견석두初見石頭 편문便問 처음 석두스님을 뵙고 대뜸 물었다.

불여만법위려시십마인不與萬法為侶是什麼人

“만법과 짝하지 않으니 이는 어떤 사람입니까?”

 

성미단聲未斷 말이 끝나기도 전에

피석두엄각구被石頭掩卻口 석두스님이 입을 틀어막는 바람에

유개성처有箇省處 약간 깨친 바 있었다.

작송도作頌道 그래서 송을 지었다.

 

일용사무별日用事無別 날마다 하는 일이 다른 것이 없어

유오자우해唯吾自偶諧 나 스스로 마주칠 뿐이네.

두두비취사頭頭非取捨 사물마다 취하고 버림이 없고

처처몰장괴處處沒張乖 곳곳마다 펴고 오무릴 것이 없나니

 

주자수위호朱紫誰為號 붉은 빛 자줏빛을 뉘라서 분별하리.

청산절점애青山絕點埃 청산에 한 점 티끌마저도 끊겼노라.

신통병묘용神通并妙用 신통과 묘용이란

운수급반시運水及搬柴 물 긷고 나무하는 것이구나.

 

후참마조後參馬祖 우문又問 그 뒤에 마조스님을 참방하고 또 물었다.

불여만법위려시십마인不與萬法為侶是什麼人

“만법과 짝하지(모든 존재와 동일한 차원) 않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조운祖云 대니일구흡진서강수待你一口吸盡西江水 즉향여도即向汝道

“그대가 西江의 물을 한입에 다 마셨을 때 그대에게 말해주겠네.”

 

사활연대오士豁然大悟 작송운作頌云 거사는 크게 깨치고 송을 하였다.

 

시방동취회十方同聚會 사방으로부터 함께 모여와서

개개학무위箇箇學無為 모두 하염없는 법을 배운다.

차시선불장此是選佛場 여기가 바로 부처를 뽑는 시험장이니

심공급제귀心空及第歸 마음을 비워야 급제하여 고향에 가리

 

위타시작가為佗是作家 그는 작가 선지식이었기에

후렬찰상망後列剎相望 많은 총림에서 서로 우러러 바라고

소지경예所至競譽 이르는 곳마다 다투어 칭찬하였다.

 

도약산반환기구到藥山盤桓既久 수사약산遂辭藥山

약산에 이르러 머문 지 오래되어 마침내 약산스님을 하직하니

 

산지중타山至重他 약산스님은 그를 존경하여

명십인선객상송命十人禪客相送 선객 열 사람으로 하여금 그를 전송하도록 하였다.

 

시시치설하是時值雪下 거사지설운居士指雪云

이때 마침 눈이 내리자 거사는 눈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호설편편好雪片片 “멋진 눈! 송이송이

불락별처不落別處 딴 곳으로 떨어지지 않는구나.”

 

전선객운全禪客云 이어 선객들이 일제히 말하였다.

락재십마처落在什麼處 “어느 곳으로 떨어집니까?”

사편장士便掌 거사는 대뜸 그의 따귀를 후려쳤다.

 

전선객全禪客 기불능행령既不能行令 거사령행일반居士令行一半

이는 선객들이 이미 법령을 시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거사가 반쯤 시행한 것이다.

 

령수행令雖行 비록 지금 법령을 시행하긴 했지만

전선객임마수대全禪客恁麼酬對 모든 선객이 이처럼 응수한 것은

야불시타부지락처也不是他不知落處 (방거사) 의도를 몰라서 그랬던 것이 아니다.

 

각유기봉各有機鋒 각자의 기봉이 있어서

권서부동卷舒不同

말아 들임(卷 把住 부정, 방거사 입장)과 폄(舒 方行 긍정, 선객입장)이 다를 뿐이다.

 

연유부도거사처然有不到居士處 그러나 거사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기에

소이락타가하所以落他架下 난출타구중難出他彀中

그의 기합소리에 얼어서 그의 보살핌을 벗어나기 어려웠던 것이다.

 

거사타료居士打了 갱여설도리운更與說道理云

거사는 그의 따귀를 후려친 후 다시 말하였다.

 

안견여맹眼見如盲 구설여아口說如啞

“눈을 뜨더라도 장님처럼 하고 입을 벌리더라도 벙어리처럼 한다.”

 

설두별전어운雪竇別前語云 설두스님은 이 말에 대해 다른 측면에서 논평을 했다.

초문처初問處 단악설단편타但握雪團便打 “처음 물었을 때 눈덩이를 뭉쳐 바로 후려쳤어야지.”

 

설두임마雪竇恁麼 설두의 비평이

요불고타문단要不辜他問端 방거사가 한 질문의 핵심을 저버리지 않고저 함이었으나

지시기지只是機遲 기봉이 방거사의 기봉에 미치지 못했다.

 

경장주도慶藏主道 본칙 공안에 대해 경장주慶藏主가 말했다.

거사기여체전居士機如掣電 “거사의 기봉은 번갯불 치듯 하는데

등니악설단도기시等你握雪團到幾時 그대가 눈덩이를 뭉치려고 한다면 어느 시절에 되겠는가!

 

화성편응화성타和聲便應和聲打 말하자마자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하고

방시초절方始勦絕 말하자마자 바로 쳐버렸어야 끊어버릴 수 있다”

 

그(설두)의 눈덩이 움켜쥠을 기다린다면

어느 때에 이르러 소리에 화답해 곧 응하며

소리에 화답해 때리리오 하니

비로소(方始) 초절勦絕(絶滅)이다.

 

설두자송타타처雪竇自頌佗打處 운云

설두스님 스스로가 방거사가 때렸던 행위를 송하였다.

 

 

►우해偶諧 잘 조화를 이루다.

우偶 상대相對 투합投合 해諧 화해和諧 배우配偶

우偶는 상대, 투합이며 해諧는 화해和諧, 배우配偶니

 

우해즉상대이화해지의偶諧卽相對而和諧之義

우해는 곧 상대하여 화해和諧함의 뜻.

 

►장괴張乖=괴장乖張. 내 뜻에 맞는 것[張]과 거슬리는 것[乖]

위배지의違背之義 위배違背의 뜻.

 

►주자朱紫 唐나라 관리의 복장인 朱衣와 紫衣. 42칙에서는 ‘관료’의 뜻

1. 붉은빛과 자줏빛을 아울러 이르는 말.

2. 바른 것과 바르지 못한 것. 또는 善한 사람과 惡한 사람.

3. 예전에 붉은빛과 자줏빛(紫朱)의 옷과 인끈(印)을 착용着用)하는 높은 벼슬아치를 이르던 말.

 

►급제及第

지과거고시응시중선指科擧考試應試中選 과거고시 응시 중에 뽑힘을 가리킴.

 

인방상제명유갑을차제因榜上題名有甲乙次第 고명故名

방상榜上의 제명題名에 갑ㆍ을의 차제가 있음으로 인하여 고로 이름 함.

 

수당지용어고중진사隋唐只用於考中進士

수ㆍ당은 다만 고시 중의 진사에만 사용했고

 

명청전시지일갑삼명明淸殿試之一甲三名 칭사진사급제稱賜進士及第

명ㆍ청은 전시殿試의 1갑甲 3명을 진사급제로 호칭해 주었음.

 

역생칭급제亦省稱及第 또한 생칭省稱이 급제임.

 

령외야분별유상원급제另外也分別有狀元及第

방안급제榜眼及第 탐화급제적칭위探花及第的稱謂

 

따로 이외에 또 분별하여 장원급제狀元及第ㆍ

방안급제榜眼及第ㆍ탐화급(探花及第의 칭위稱謂(일컬음)가 있었음

/백도백과百度百科

 

►렬찰列刹 중국 전역의 선원 사찰.

렬자렬차지의列者列次之義 찰자불토혹사원지총칭刹者佛土或寺院之總稱

렬列이란 것은 열차列次의 뜻이며 찰刹이란 것은 불토 혹 사원의 총칭.

 

►반환盤桓 여기에서는 ‘머물다’

차지배회此指徘徊 체류滯留 여기에선 배회徘徊. 체류滯留를 가리킴.

 

►일반一半 절반. 1/2

►가하架下 상식적인 틀. 여기에서는 ‘방거사의 손아귀’

 

►구중彀中 화살의 사정권. 올가미.

구중사유예彀中謝遊豫 구중에서 즐겨 놀기를 사양하고

물외득소요物外得逍遙 세속 밖을 거니는 즐거움을 얻네.

/강희맹姜希孟 <신참의말주귀래정수미음申參議末舟歸來亭首尾吟>

 

►전어前語 앞의 말

락재십마처지어落在什麽處之語 떨어져 어느 곳에 있는가? 라고 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