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錄/벽암록

벽암록 45칙 垂示

空空 2024. 4. 29. 15:20

벽암록碧巖錄 45칙 조주만법귀일趙州萬法歸一

【垂 示】

수시운垂示云 수시에 이르기를

 

요도편도要道便道 말하고자 하면 바로 말을 하나니

거세무쌍舉世無雙 온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이오.

당행즉행當行即行 행하려면 곧 행하려니

전기불양全機不讓 전기를 휘두름에 남에게 사양하지 않는다.

 

여격석화如擊石火 사섬전광似閃電光 이는 마치 전광석화와 같아

질염과풍疾焰過風 기염보다도 빠르고 바람보다도 빨라

분류도인奔流度刃 세찬 물살을 칼로 것과도 같다.

 

념기향상겸추拈起向上鉗鎚 향상의 겸추를 들더라도

미면망봉결설未免亡鋒結舌 칼이 소용없고 혀가 묶이는 것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방일선도放一線道 하지만 한 차원 낮추노니[方行]

시거간試舉看 시험 삼아 거론 해보자.

 

 

수시垂示하여 이르되

서슴없이 제 생각을 말하면 세상에 따를 자가 없고

망설이지 않고 실행하면 무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솜씨를 발휘한다.

마치 부싯돌이 반짝하고 번갯불이 번쩍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또 타오르는 불길, 휘몰아치는 바람, 사나운 격류, 번뜩이는 칼날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아무리 비상수단이라도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

그래도 여기 길을 하나 터 놓았다.

시험 삼아 들어 보아라.

 

 

►만법귀일萬法歸一 모든 것이 필경에는 한군데로 돌아감.

萬法卽眞如 由不變故 眞如卽萬法 隨緣故/유마경維摩經

 

►요도편도要道便道 말하고 싶으면 서슴없이 그 생각을 말함.

►당행즉행當行即行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망설임 없이 실행함.

 

►전기불양全機不讓 실행자의 전기全機(全手脘)는 남에게 뒤지지 않음.

어느 누구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음.

 

►질염과풍疾焰過風 ‘疾焰’ 타 오르는 불길. ‘過風’ 휘몰아치는 바람.

►분류도인奔流度刃 ‘奔流’=激流. ‘度刃’ 칼날을 건넘. 度=渡

 

►념기향상겸추拈起向上鉗鎚 미면망봉결설未免亡鋒結舌

아무리 대단한 솜씨를 부려도 어떻게 손을 대 볼 수가 없다.

 

‘향상겸추向上鉗鎚’ 지극한 活手段.

‘鉗’ 부젓가락. 집게, ‘鎚’ 망치.

禪門은 제자 훈련을 대장간에서 쇠를 다루는 일에 비유함.

따라서 向上鉗鎚는 최고의 단련수단이다.

 

‘망봉결설亡鋒結舌’ 설봉舌鋒이 무뎌져서 혀가 굳음. 아무 말도 못함.

 

위아구무언謂啞口無言 이르자면 입이 벙어리가 되어 말이 없음이니

무유령회선기無有領會禪機 선기를 영회領會(깨달아 앎)함이 있지 않음.

 

►방일선도放一線道 제2義로 내려가 수행자가 지나가기 쉬운 하나의 길을 뚫어 주다.

‘放’=開. ‘一線道’=一線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