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錄/벽암록

벽암록 49칙 本則 着語

空空 2024. 5. 3. 17:42

【本則과 着語】

거舉 거론하다.

 

삼성문설봉三聖問雪峰 삼성三聖이 설봉雪峰에게 물었다.

투망금린透網金鱗 미심이하위식未審以何為食

“그물을 뚫고 나온 황금빛 물고기는 무엇을 미끼로 해서 잡을까요?

 

불방종횡자재妨縱橫自在 종횡으로 자재하구나.

차문태고생此問太高生 물음이 몹시 건방지군.

니합지자지你合只自知 하필경문何必更問 그대 스스로가 알아야지. 왜 이를 다시 묻는가?

 

봉운峰云 대여출망래待汝出網來 향여도向汝道 “그대가 그물에서 빠져나오거든 말해주겠다.”

감인다소성가減人多少聲價 남의 위신을 되게 깎아내리는구나.

작가종사천연자재作家宗師天然自在 작가 종사는 천연스레 자재하다.

 

성운聖云 일천오백인선지식一千五百人善知識 화두야불식話頭也不識

삼성스님이 말했다. “1천 5백 인이나 거느리는 선지식이 화두도 모르는구나.”

 

신뢰벽력가살경군迅雷霹靂可殺驚群 뇌성벽력이 치니 뭇사람을 놀라게 하는군.

일임발도一任勃跳 멋대로 날뛰도록 냅둬라.

 

봉운峰云 로승주지사번老僧住持事繁 “노승은 주지의 일이 바쁘다네.”

부재승부不在勝負 승부에 놀아나지 않는군.

방과일착放過一著 한 수 늦었다.

차어최독此語最毒 이 말이 가장 독살스럽다(멋지다)

 

 

►삼성三聖 삼성혜연三聖慧然 당대승唐代僧 림제의현법사臨濟義玄法嗣.

 

주진주住鎭州(하북河北)삼성원三聖院 세칭삼성혜연世稱三聖慧然

진주鎭州(河北) 삼성원三聖院에 住한지라 세칭이 삼성혜연三聖慧然임.

 

기후편력제방其後遍歷諸方 증지앙산曾至仰山

그 후 제방을 遍歷하면서 일찍이 仰山에 이르렀고

 

우참덕산선감又參德山宣鑑 설봉의존제사雪峰義存諸師

또 덕산선감德山宣鑑ㆍ설봉의존雪峰義存 등 여러 선사를 參謁했음.

 

편집진주림제혜조선사어록일권編集鎭州臨濟慧照禪師語錄一卷

진주임제혜조선사어록鎭州臨濟慧照禪師語錄 1권을 편집했음

/전등록傳燈錄12 련등회요聯燈會要10 오등회원五燈會元11

 

►투망금린透網金鱗 ‘깨달음 마저 초월한 자유인’

그물 밖으로 빠져나온 금빛비늘의 물고기.

결코 작아서 그물눈 사이로 빠져 나왔다는 것이 아니라

크고 힘이 세어서 그물 밖으로 뛰쳐나왔거나 그물을 찢고 나온 것이다.

일단 그물 밖으로 나왔으니 어디로 가든 자유롭다.

수행이니 계율이니 하는 테두리를 뛰어넘은 ‘과량저인過量底人’이다.

 

►미심이하위식未審以何為食 ‘未審’ 도대체 ~인가.

‘과량저인過量底人’은 매일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수행이니 계율이니 하는 테두리를 뛰어넘어 완전히 자유로워진 뒤에는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하고 삼성이 설봉의 기량을 테스트 하는 질문이다.

 

태고생太高生 너무 거만하다. ' 生' 어조사

감인다소성가減人多少聲價 사람의 명성을 깎아내리다. ' 少' 어조사

화두야불식話頭也不識 문답의 방법조차 잘 모르다. 말귀[話頭]를 못 알아 듣다.

►로승주지사번老僧住持事繁 ‘住持事繁’ 절 일이 바빠 이만 실례한다.

나는 주지로써 절 일이 바빠 한가한 너 따위를 상대로 입방아나 찧고 있을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