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51칙 垂示
벽암록碧巖錄 51칙 설봉시십마雪峰是什麽
【垂 示】
수시운垂示云 수시에 이르기를
재유시비纔有是非 조금이라도 시비가 있으면
분연실심紛然失心 혼란스러워 마음을 잃게 되고
불락계급不落階級 단계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우무모색又無摸索 또한 알 수가 없다.
차도且道 말해 보라.
방행즉시放行即是 말을 하는 것이 옳은가
파주즉시把住即是 하지 않는 것이 옳은가.
도저리到這裏 여기에 이르러
약유일사호해로若有一絲毫解路 실오라기같이 아는 길이 있다 해도
유체언전猶滯言詮 상구기경尚拘機境 말에 막히고 경계에 얽매인다면
진시의초부목盡是依草附木 그것은 모두 풀에 의지하고 나무에 붙은 것과 같을 뿐이다.
직요편도독탈처直饒便到獨脫處 가령 혼자서 완전히 벗어난 곳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미면만리망향관未免萬里望鄉關 만리나 먼 곳에서 고향을 바라보는 것에 불과하다.
환구득마還搆得麼 약미구득若未搆得 그래도 아직 알지 못했다면
차지리회개리성공안且只理會箇理成公案 잠시 있는 그대로의 공안을 깨치도록 하라.
시거간試舉看 다음 이야기를 살펴보라.
수시垂示하여 이르되
겨우 시비가 있으면 분연紛然하여 실심失心하지만(이상 2구는 信心銘의 글)
계급에 떨어지지 않으면 또한 모색할 수 없나니
그래 말하라 방행放行이 곧 옳으냐 파주把住가 곧 옳으냐.
이 속에 이르러 만약 한 실터럭 만큼의 해로解路가 있으면
오히려 언전言詮에 막히며(滯) 오히려 기경機境에 구속되는지라
모두 이 의초부목依草附木이다.
직요直饒(縱然) 곧 독탈처獨脫處에 이르더라도
만리에서 향관을 바라봄(萬里望鄉關)을 면하지 못하나니 도리어 구득搆得(領悟)하겠느냐.
만약 구득하지 못한다면 또한 다만 저(箇) 현성공안現成公案을 이회理會해야 하리니
시험 삼아 들어보아라(擧看).
►재유시비纔有是非 분연실심紛然失心/3祖 감지승찬 <信心銘>
사물에 대해 분별심이 생기면 그 사물에 사로잡혀 마음의 정상적인 상태를 잃는다.
그렇게 되면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을 볼 수 없다.
‘겨우 재纔’
‘是非’ 是非善惡이라기보다는 본래 하나인 것을 둘로 보는 분별심의 소산.
‘紛然’ 失心後의 상태
►불락계급不落階級 불도수행佛道修行의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무모색無摸索=모색불착摸索不着. ‘摸索’ 손으로 더듬어 찾다.
禪은 卽身成佛의 道라고는 하나 수행에는 단계가 있어서
일단은 그런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본래면목을 찾아 낼 수가 없다.
►방행즉시放行即是 파주즉시把住即是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긍정부정을 자재로 쓰면서 자유로이 활동하는 것이 선의 길.
‘放行’ 멋대로 내버려두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하는 긍정의 길. 차별의 세계
‘把住’ 움켜잡고 꼼짝 못하게 하는 부정의 길. 평등의 세계.
►도저리到這裏 방행放行할까, 把住할까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에.
►일사호해로一絲毫解路 머리칼 하나 정도의 解路.
‘解路’ 理路. 知的인 理解. 작은 통로. 사소한 이해.
►체언전滯言詮 말레 구애되다. ‘설명할 전詮’
►구기경拘機境 사람(機)과 경우(境)에 구속됨.
►의초부목依草附木 남에게 의존해야만 겨우 존재하는 불쌍한 자.
혼자서는 있을 수가 없어 초목 따위 他物에 의존하여 나타나는 유령.
►직요直饒 비록.
►독탈처獨脫處 홀로 해탈한 경지. 절대자유의 상태
►미면만리망향관未免萬里望鄉關
독탈처獨脫處에 안주하는 자는 그 경지와 진리 사이의 간격이
아득히 멀어 진리가 만리 저쪽의 고향을 바라봄과 같다.
‘萬里望鄉關’ ‘鄕關’ 고향.
만리에서 고향을 바라보다.
‘본래의 경지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
만리지외요망가향萬里之外遙望家鄕 만리의 밖에서 멀리 가향을 바라봄이니
비유상거선법극원譬喩相距禪法極遠 선법과 서로 떨어짐이 극히 멂에 비유함.
►구득搆得 이해. 了解. 會得.
►리성공안理成公案=現成公案.
눈앞에 있는 공안. 생생한 공안. 삶 전체가 활구인 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