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錄/벽암록

벽암록 51칙 本則 着語

空空 2024. 5. 4. 13:31

【本則과 着語】

거舉 거론하다.

 

설봉주암시雪峰住庵時 유량승래례배有兩僧來禮拜

설봉스님이 암자에 주석할 때에 두 스님이 찾아와 예배를 하자

 

작십마作什麼 무엇 하느냐?

일상령과一狀領過 (두 놈의 죄를) 똑같은 죄목으로 판결하라.

 

봉견래峰見來 설봉스님은 그들을 보고서

이수탁암문以手托庵門 암자 문을 열고

방신출운放身出云 몸을 내밀면서 말하였다.

시십마是什麼 “뭐냐?”

 

귀안정鬼眼睛 귀신같이 잘도 보는군.

무공적자無孔笛子 구멍 없는 피리이다.

경두대각擎頭戴角 꽉 들이받았다.

 

승역운僧亦云 시십마是什麼 객스님 또한 “뭐냐?”라고 말하자

니탄자泥彈子 진흙으로 만든 탄환이로군.

전박판氈拍板 방음 장치가 된 판대기[亶毛拍板]이다.

전봉상주箭鋒相拄 화살과 칼날이 서로 버티고 있는 것처럼 절묘하군.

 

봉저두귀암峰低頭歸庵 설봉스님은 머리를 숙이고 암자로 되돌아가버렸다.

란니리유자爛泥裏有刺 물렁물렁한 진흙 속에도 가시가 있다.

여룡무족如龍無足 사사유각似蛇有角 마치 용에게 발이 없고 뱀에게 뿔이 돋는 것과 같다.

취중난위조치就中難為措置 여기에서는 어떻게 손을 대기 어렵네.

 

승후도암두僧後到巖頭 그 스님이 그 뒤 암두巖頭 처소에 이르자

야수시문과시득也須是問過始得 (암두에게) 물어봐야만 되지.

동도방지同道方知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어야 알 것이다.

 

두문頭問 십마처래什麼處來 암두가 물었다. “어디에서 오는가?”

야수시작가시득也須是作家始得 반드시 작가 선지식이라야만 대답할 것이다.

저한왕왕납패궐這漢往往納敗闕 이놈이 번번이 실패한다.

약불시동참若不是同參 계호방과洎乎放過

(설봉스님과 함께) 동참한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이 객승을) 그냥 놓쳐 보낼 뻔했다.

 

승운僧云 령남래嶺南來 “영남嶺南 지방에서 왔습니다.”

전득십마소식래傳得什麼消息來 무슨 소식을 전하려고 왔느냐?

야수시통개소식也須是通箇消息 반드시 이 소식을 밝혀야 한다.

환견설봉마還見雪峰麼 설봉을 보았느냐?

 

두운頭云 증도설봉마曾到雪峰麼 “설봉한테는 갔다 왔느냐?”

감파료다시勘破了多時 불가도부도不可道不到

속셈을 감파해 버린 지 오래이니 가보지 않았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지.

 

승운僧云 증도曾到 “갔다 왔습니다.”

실두인난득實頭人難得 진실한 사람 만나기 어렵다.

타작량궐打作兩橛 양쪽(설봉스님과 암두스님)에게 모두 헤어나지 못했군.

 

두운頭云 유하언구有何言句 “무슨 말을 하더냐?”

편임마거야便恁麼去也 결국은 이런 꼴이 되고 마는군.

 

승거전화僧舉前話 스님이 지난날에 했던 대화를 말씀드리자

편임마거야便恁麼去也 결국은 이런 꼴이 되고 마는군.

중중납패궐重重納敗闕 거듭거듭 잘못하는구나.

 

두운頭云 타도십마他道什麼 암두가 말하였다. “그가 무슨 말을 하더냐?”

호벽구편타好劈口便打 바로 때려 쳤어야 옳지.

실각비공료야失卻鼻孔了也 콧구멍(급소)을 잃어버렸다.

 

승운僧云 타무어저두귀암他無語低頭歸庵

“설봉스님은 아무런 말씀 없이 머리를 숙이고 암자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우납패궐又納敗闕 또 졌구나!

니차도타시십마你且道他是什麼 그대들은 말해보라, 설봉이 뭐라고 했는지를.

 

두운頭云 희噫 “아-아,

아당초회我當初悔 불향타도말후구不向他道末後句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일러주지 않았던 것이 후회스럽다.”

 

홍파호묘洪波浩渺 백랑도천白浪滔天

큰 파도는 아득히 질펀하고 흰 물결은 하늘까지 넘실거린다.

 

약향이도若向伊道 천하인불내설로하天下人不奈雪老何

“그에게 일러주었더라면 천하 사람들이 설봉스님을 어찌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라아견반癩兒牽伴 문둥이가 짝을 끌고 가는구나.

불필不必 꼭 그렇지 않다.

수미야수분쇄須彌也須粉碎 수미산이라도 부서질 것이다.

차도타권회재십마처且道他圈繢在什麼處 말해보라, 그의 올가미가 어디에 있는가를.

 

승지하말僧至夏末 재거전화청익再舉前話請益

그 스님이 여름 안거[夏安居] 끝에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다시 들추어내어 법문을 청하였다.

 

이시불성성已是不惺惺 그래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군.

정적거료다시正賊去了多時 도적이 가버린 지 한참 되었다.

적과후장궁賊過後張弓 도적이 떠난 뒤에 활을 당기는 격이군.

 

두운頭云 하불조문何不早問 “왜 진작 묻지 않았느냐?”

호여흔도선상好與掀倒禪床 선상禪床을 들어 엎어버렸어야 옳았다.

과야過也 벌써 지나가버렸다.

 

승운僧云 미감용이未敢容易 “감히 쉽게 여쭙지 못했습니다.”

저봉본시저승끽這棒本是這僧喫 이 방망이를 이 스님에게 먹였어야 한다.

천각비공穿卻鼻孔 콧구멍을 뚫어버렸다.

정수장지停囚長智 (하안거 동안) 감옥 속에 틀어박혀 못된 지혜만 키웠구나.

이시량중공안已是兩重公案 두 번 거듭된 잘못이다.

 

두운頭云 설봉수여아동조생雪峰雖與我同條生 불여아동조사不與我同條死

“설봉이 나와 한 가지(덕산의 제자이므로)에서 나기는 했으나 나와 똑같지는 않다.”

 

만천망지漫天網地 하늘과 땅을 뒤덮었군.

 

요식말구후要識末句後 지저시只這是 “말후구를 알고저 하는가? 다만 이것뿐이다.”

잠살일선인賺殺一船人 같은 배 탄 사람들은 모두 속이는군.

아야불신我也不信 나 원오는 믿지 않는다.

계호분소불하洎乎分疏不下 하마터면 구별하지 못할 뻔했다.

 

 

►일상령과一狀領過 두 사람을 한 罪目으로 묶어 처단하다. ‘형상 상, 문서 장狀’

<일장령과一狀領過> ‘령領’ 수受. 접수接受. ‘과過’ 조사助詞

위이일지령상謂以一紙令狀 동일처분중인지죄同一處分衆人之罪

이르자면 일지一紙의 영장令狀으로 중인의 죄를 동일하게 처분함.

 

<대혜어록大慧語錄>7

운문위제인단각雲門爲諸人斷却 운문雲門(대혜)이 제인을 위해 단각斷却하겠다.

적시선인위賊是善人爲 불시악인주佛是惡人做 도적은 이 善人이 짓고 부처는 이 악인이 짓는다.

불적선악인불출저량개佛賊善惡人不出這兩箇 불적佛賊과 선악인이 이 2개를 벗어나지 못한다.

환회마還會麽 알겠느냐?

맥념주장면전화일화운驀拈拄杖面前畫一畫云 갑자기 주장자를 집어 면전에 1획을 긋고 이르되

건창지귀일장령과建昌紙貴一狀領過 건창建昌의 종이 값이 비싸니 일장영과一狀領過한다.

 

<선문염송집禪門拈頌集>第16則

오조계운五祖戒云 오조계가 이르되

대소세존大小世尊 피아난일장령과被阿難一狀領過

대소大小 세존이 아난의 일장영과一狀領過를 입었다.

 

우출어운又出語云 여하소문汝何所問

또 출어出語하여 이르되 네가 물은 게 무엇인가?

 

►귀안정鬼眼睛 수상(괴상)한 눈초리.

►경두대각擎頭戴角 머리를 쳐들고 뿔을 과시하다.

‘아주 위험해서 접근하기 힘든 것’ ‘눈 밝은 수행자’

 

치켜든 머리에 달린 뿔.

그러한 뿔이 눈에 잘 띄는 것처럼 누구보다 빼어나고 두드러진 인물을 나타낸다.

 

유지중인중걸출적인물喩指衆人中傑出的人物

중인衆人 중에 걸출한 인물을 비유로 가리킴.

 

►니탄자泥彈子 진흙으로 만든 화살촉. ‘無用之物 쓸모없는 것.’

‘彈子’ 활의 탄환彈丸, 둥근 탄환을 던지면 대나무로 만든 활로 쏘아 맞힌다.

 

►전박판氈拍板 모직물로 만든 딱따기.

전박판氈拍版=拍板 나무로 만든 타악기.

박판에 氈(솜털로 만든 모직물)을 씌운 것이 전박판이다.

칠 때 소리가 나지 않는다.

옛날 야경夜警을 돌 때 딱딱 소리를 내며 치던(擊柝) `딱따기`도 拍板이라 했다.

 

당당고로백운만當堂古路白雲漫 그때 옛길에는 흰 구름 흩어지는데

벽안황두상미암碧眼黃頭尙未諳 스님과 도사는 아직 잘 알지 못하네.

무공적아전박판無孔笛兒氈拍板 구멍 없는 피리 곡조에 전박판 두드려

경경취파어가한輕輕吹破御街寒 대궐 길 추위를 가볍게 불어 헤치네.

/정당명변正堂明辯(南宋) <송고頌古> 32首 其9

 

►여룡무족如龍無足 사사유각似蛇有角 다리 없는 용과 같고 뿔난 뱀과 같다.

상식의 차원을 넘어 선 것(頌 평창 참고)

 

►문과問過 다그쳐 묻다.

►동도同道 동참同參. 도반道伴. 같은 수행자의 길을 가는 사람.

►계호방과洎乎放過=계합방과洎合放過. 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

 

►령남嶺南

우운령표又云嶺表 오령이남지지五嶺以南之地 즉광동광서卽廣東廣西

또 이르되 영표嶺表니 5령嶺 이남의 땅. 곧 광동ㆍ광서.

 

►호벽구편타好劈口便打 주둥이를 쥐어 박아버리다.

►말후구末後句 더 이상 말로 할 수 없는 최후의 한마디(활구의 극치)

禪의 궁극적인 한 마디.

 

►희噫 탄식하는 소리.

 

►권회圈繢 올가미. 덫. 함정. 술책. ‘수놓을 궤, 토끝 회, 토끝 귀繢’

<권궤圈繢=권궤圈圚> ‘궤樻=궤匱’

투삭套索(올가미). 권정圈定(동그라미를 쳐서 확정하다)의 범위. 권투圈套(올가미).

 

다지선가접인시설多指禪家接引施設 혹기어작략或機語作略

다분히 선가에서 접인하는 시설이나 혹 기어의 작략을 가리킴.

 

직요일절좌단直饒一切坐斷 이락불조권궤已落佛祖圈繢

직요直饒(가령. 卽使) 일체를 좌단하더라도 이미 불조의 권궤圈繢에 떨어진다.

/원오어록圓悟語錄5

 

여약별기호리차별심汝若瞥起毫釐差別心 네가 만약 호리만큼의 차별심을 갑자기 일으키거나

의생섬진망상념擬生纖塵妄想念 가는 티끌만큼의 망상의 생각을 내려고 한다면

즉편타타권궤卽便墮他圈樻 곧 바로 그의 권궤圈樻에 떨어진다.

/고봉선요高峰禪要

 

<조정사원祖庭事苑>1 권궤綣繢

당작권괴當作圈䙡 마땅히 권괴圈䙡로 해야 한다.

 

상거원절上去園切 굴목야屈木也 하구괴절下丘媿切 뉴야紐也

상은 거원절去園切(권)이니 굽은 나무며 하는 구괴절丘媿切(괴)이니 끈이다.

 

권궤綣繢 비의非義 권궤綣繢는 뜻이 아니다.

 

<오종록五宗錄>3 운문雲門

인승래참因僧來參 사념기가사운師拈起袈裟云

중이 와서 참알함으로 인해 스님이 가사를 집어 일으키고 이르되

 

니약도득你若道得 락아가사권궤리落我袈裟綣繢裏

네가 만약 도득道得하면 나의 가사 권궤綣繢 속에 떨어지고

 

니약도부득你若道不得 우재귀굴리좌又在鬼窟裏坐 작마생作麽生

네가 만약 말함을 얻지 못한다면 또 귀신 굴속에 있음이니 어떠한가?

 

대운代云 모갑무기력某甲無氣力

대운代云하되 모갑은 기력이 없습니다.

 

<열조제강록列祖提綱錄>36 진정문眞淨文

납승도불출衲僧跳不出 타재권궤리打在綣繢裏

납승이 뛰어서 벗어나지 못하고 권궤綣繢 속에 있다.

 

<원오심요상시圜悟心要上始>

일근일친전갱표변日近日親轉更豹變

날로 가까이하고 날로 친근하면서 더욱 다시 표변豹變하고

 

불수굴택도출권궤不守窟宅跳出圈圚

굴택窟宅을 지키지 않고 권궤圈圚를 뛰어 벗어난다.

 

►정적正賊 진짜 도둑. 주적主賊.

정正 작위주체자作爲主體者 여부지등상대如副支等相對

정正은 주체를 짓는 자니 예컨대(如) 부副ㆍ지支 등과 상대됨.

 

►하불조문何不早問 그렇듯 소중한 문제를 어째서 좀 더 일찍 묻지 않았는가?

►호여好與 ~하는 것이 좋다.

►미감용이未敢容易 아무리 생각해도 쉽지 않는 공안이다.

►이시량중공안已是兩重公案

전거우거고前擧又擧故 앞에서 들고 또 든 연고임

/벽암록碧巖錄 第51則 종전초種電鈔

 

►만천망지漫天網地=개천개지盖天盖地. 천지를 뒤덮다.

►요식말구후要識末句後 지저시只這是

‘설봉수여아동조생雪峰雖與我同條生 불여아동조사不與我同條死’를 말한다.

설봉과 나는 同門이라 함께 배우고 함께 깨쳤지만 방법은 다르다.

 

‘同條生’ 같은 나뭇가지에 숱한 새들이 나란히 머물거나 그 둘레를 날아다니다.

같은 고향, 같은 스승, 같은 수행을 했다.

 

‘不與同條死’ 그렇듯 함께 하고 함께 있던 새들도 죽을 때는 각기 다르다.

각기 禪機나 禪風이 다르다.

 

‘지저시只這是’ 지금 말한 이대로 이다. ‘이 저(자)這’

 

►계호분소불하洎乎分疏不下 뭐라고 설명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