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67칙 本則 評唱
【評 唱】
량고조무제梁高祖武帝 소씨蕭氏 휘연諱衍 자숙달字叔達
양梁나라의 고조인 武帝는 소씨이며 이름은 연衍, 字는 숙달叔澾이다.
립공업立功業 이지수제선以至受齊禪 대업을 일으켜 제齊나라를 뒤이어 왕위에 올랐다.
즉위후即位後 별주오경강의別註五經講議 즉위한 뒤에 따로이 5經의 주註를 내어 강의하였고
봉황로심독奉黃老甚篤이성지효而性至孝
황로黃老의 도교道敎를 두터이 신봉하였으며 타고난 성품은 지극히 효성스러웠다.
일일사득출세지법一日思得出世之法 이보구로以報劬勞
하루는 출세간의 법을 얻어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였다.
어시사도사불於是捨道事佛 내수보살계迺受菩薩戒 어루약법사처於婁約法師處
그리하여 도교를 버리고 부처님을 받들면서 누약법사에 귀의하여 보살계를 받았으며
피불가사披佛袈裟 몸소 부처님의 가사袈裟를 입고
자강방광반약경自講放光般若經 <방광반야경放光般若經>을 강의하며
이보부모以報父母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였다.
시지공대사時誌公大士 당시 지공대사誌公大士는
이현이혹중以顯異惑眾 괴이한 신통력으로 대중을 현혹시킨다 하여
계어옥중繫於獄中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지공내분신誌公乃分身 지공은 자기의 분신을 나투어
유화성읍遊化城邑 성읍에 다니면서 교화하였다.
제일일지지帝一日知之 감오感悟 극추중지極推重之
무제가 하루는 이를 알고 느낀 바 있어 지극히 그를 추앙하고 존중하였다.
지공수행차호은현誌公數行遮護隱顯 체불가측逮不可測
지공이 몇 차례 차호은현을 행하는지라 가히 추측하지 못함에 이르렀다.
시무주유대사자時婺州有大士者 때에 무주婺州에 어떤 대사大士가
거운황산居雲黃山 수재이수手栽二樹
운황산雲黃山에 거처하면서 손수 두 그루의 나무를 심고
위지쌍림謂之雙林 자칭당래선혜대사自稱當來善慧大士
이를 쌍림이라 이름 붙이고 자칭 미래의 미륵불인 선혜대사라 하였다.
일일수서一日修書 명제자命弟子 상표문어제上表聞於帝
그가 하루는 글을 지어 제자에게 시켜서 무제에게 表를 올려 황제께 여쭈었다.
시조정이기무군신지례불수時朝廷以其無君臣之禮不受
때에 조정에서는 군신君臣의 예의가 없다 하여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대사傅大士 장입금릉성중매어將入金陵城中賣魚
부대사는 금릉성金陵城 속에 들어가 물고기를 팔려고 했는데
시무제혹청지공時武帝或請誌公 강금강경講金剛經 지공왈誌公曰
마침 그때 무제가 지공을 청하여 <금강경>을 강의하게 하자 지공이 말했다.
빈도貧道 불능강不能講 “빈도貧道는 강의를 하지 못합니다.
시중유부대사자市中有傅大士者 능강차경能講此經
시중에 부대사라는 사람이 있사온데 그가 이 경을 강의할 수 있습니다.”
제하조帝下詔 소지입금중召之入禁中 무제는 조서를 내려 그를 대궐로 불러들였다.
부대사기지傅大士既至 어강좌상於講座上 부대사는 입궐하여 법좌 위에서
휘안일하揮案一下 편하좌便下座 경상을 한 번 후려치고 바로 내려와 버렸다.
당시편여추전當時便與推轉
당시에 무제가 먼저 부대사를 대뜸 떠 밀쳐 넘어뜨려버렸더라면
면견일장랑적免見一場狼籍
한바탕 뒤죽박죽되는 꼴을 면하였을 텐데
각피지공운卻被誌公云 도리어 지공이
폐하환회마陛下還會麼 “폐하께서는 아셨는지요?”
제운帝云 불회不會 무제가 “모르겠군요.”
지공운誌公云 지공이 말했다.
대사강경경大士講經竟 “부대사는 <금강경> 강의를 마쳤습니다.”
야시일인작두也是一人作頭 일인작미一人作尾
이는 한 사람은 머리가(부대사) 되고 한 사람(지공)은 꼬리가 된 것이라 하겠다.
지공임마도誌公恁麼道 그러나 지공이 이처럼 말하긴 했어도
환몽견부대사마還夢見傅大士麼 꿈엔들 부대사를 보았겠는가!
일등시롱정혼一等是弄精魂 그네들 모두가 망상분별을 한 것이다.
저개취중기특這箇就中奇特 부대사가 그중에서 가장 기특하다 하겠다.
수시사사雖是死蛇 해롱야활解弄也活 죽은 뱀(경전)이긴 하나 잘 부리면 살아난다.
기시강경既是講經 어차피 경전 강의인데
위심각부대분위이為甚卻不大分為二
무엇 때문에 내용을 크게 둘로 나누어 설명하는 二義釋을 쓰지 않았을까?
일여심상좌주도一如尋常座主道 평소 좌주는 한결같이 말하기를
금강지체견고金剛之體堅固 “금강의 바탕은 견고하여
물물불능괴物物不能壞 어느 물건도 이를 부수지 못하며
리용고능최만물利用故能摧萬物 날카롭기 때문에 만물을 꺾을 수 있다” 하였으니
여차강설如此講說 방환작강경方喚作講經
이처럼 강의하여야 만이 경전 강의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수연여시雖然如是 제인수부지諸人殊不知
그러하기는 그렇지만 여러분은 전혀 모르고 있다.
부대사지념향상관렬자傅大士只拈向上關捩子 략로봉망略露鋒鋩
부대사가 오로지 향상(절대진리)의 핵심을 드러내고 칼날을 약간 노출하여
교인지락처教人知落處 사람으로 하여금 귀착점을 알게 하여
직절여이直截與爾 벽립만인壁立萬仞
곧바로 깎아지른 만 길 벼랑에 우뚝 서도록 하였다는 사실이다.
흡호피지공불식호오恰好被誌公不識好惡 각운卻云
지공이 좋고 나쁨도 분간하지 못하고 말했다.
대사강경경大士講經竟 “부대사는 <금강경> 강의를 마쳤습니다.”
정시호심부득호보正是好心不得好報
이는 (부대사의) 좋은 마음씨를 좋게 보답하지 못한 꼴이다.
여미주일잔如美酒一盞 각피지공이수참과卻被誌公以水攙過
이는 마치 한 잔의 좋은 술에다 지공이 물을 쏟아 붓는 격이며
여일부갱如一釜羹 피지공장일과서분오료被誌公將一顆鼠糞污了
한 솥의 국물에 지공이 한 알의 쥐똥을 넣어 더럽힌 것과 같다 하겠다.
차도기불시강경且道既不是講經 필경환작십마畢竟喚作什麼
말해보라, 경전 강의가 아니라면 결국 무엇이라 해야 할까?
송운頌云 송은 다음과 같다.
►수제선受齊禪 제齊나라 왕위를 물러 받다.
‘禪’=선양禪讓. 방벌放伐. 제왕이 자신의 왕좌를 어진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
►오경五經
유가전적儒家典籍인 시경詩經 상서尙書 례기禮記 주역周易 춘추春秋
►황로黃老 도교道敎
►출세지법出世之法 세상의 도리를 초월한 가르침. 佛法.
►구로劬勞 부모의 은혜.
구로지은劬勞之恩 구로지은劬勞之恩이니
시詩 육아蓼莪에
애애부모哀哀父母 생아구로生我劬勞
애애哀哀 부모여, 날 낳아 구로劬勞하셨다.
►사불事佛 부처를 섬기다.
►보살계菩薩戒
대승보살소수지지계률大乘菩薩所受持之戒律
대승보살이 수지하는 바의 계율이니
우작대승계又作大乘戒 불성계佛性戒 방등계方等戒
또 대승계ㆍ불성계ㆍ방등계라 함.
반지反之 소승성문소수지지계률小乘聲聞所受持之戒律 칭소승성문계稱小乘聲聞戒
이에 반해 소승 성문이 수지하는 바의 계율을 소승성문계로 일컬음.
설보살계지대승전적심다說菩薩戒之大乘典籍甚多
보살계를 설하는 대승경전이 매우 많음.
가종합위범망여유가이류률전可綜合爲梵網與瑜伽二類律典
가히 종합하자면 범망梵網과 유가瑜伽의 두 종류의 율전이 됨.
금즉성행범망계今則盛行梵網戒 여금엔 곧 범망계가 성행함.
기계상위십중금계其戒相爲十重禁戒 사십팔경계四十八輕戒
그 계상戒相은 십중금계十重禁戒ㆍ사십팔경계四十八輕戒가 됨.
불론출가재가不論出家在家 개가수지皆可受持
출가와 재가를 논하지 않고 모두 가히 수지함.
►루약법사婁約法師 梁나라 때 慧約法師. 생몰연대 미상.
►차호은현遮護隱顯 초능력과 신통력이 자재하여 측량하기 어려움.
‘遮護’ 차개遮蓋와 호지護持
►당래當來 당래하생當來下生의 준말.
►금릉金陵 지금의 남경.
강소 금릉이니 또 강녕ㆍ건업ㆍ건강ㆍ응천부ㆍ남경 등으로 호칭함.
오吳 동진東晉 송宋 제齊 량梁 진陳 명등지도읍明等之都邑
오ㆍ동진ㆍ송ㆍ제ㆍ양ㆍ진ㆍ명 등의 도읍.
종산령곡사鍾山靈谷寺 섭산서하사攝山棲霞寺
봉산천계사鳳山天界寺 석두산청량사石頭山淸涼寺 상하와관사上下瓦官寺
종산 영곡사ㆍ섭산 서하사ㆍ봉산 천계사ㆍ석두산 청량사ㆍ
상하와관사上下瓦官寺(상와관사와 하와관사)ㆍ
우두산홍각사牛頭山弘覺寺
유서산조당사등중국선종대총림幽棲山祖堂寺等中國禪宗大叢林 재차집중在此集中
우두산 홍각사ㆍ유서산 조당사 등 중국선종의 대총림이 여기에 집중해 있음
/금릉범찰지金陵梵刹志 독사방여기요讀史方輿紀要20
►빈도貧道 승려 자신이 자기를 겸손하게 일컫는 말.
<혜림음의慧琳音義>26 사문나沙門那(梵 śramaṇa 巴 samaṇa) 범어야梵語也.
차의역운핍도此義譯云乏道 여기에서 뜻을 번역해 이르면 핍도乏道다.
사문명핍沙門名乏 나명도那名道 사문은 이름이 핍乏이며 나那는 이름이 道다.
승칭운빈도僧稱云貧道 빈도자貧道者 승려가 자칭해 이르기를 빈도라 한다.
즉겸퇴자비지사야卽謙退自卑之辭也 빈도란 것은 곧 겸퇴謙退하며 스스로 낮춤의 언사다.
역갱유다의야亦更有多義也 또 다시 많은 뜻이 있다.
►금중禁中 宮中. 궁궐의 안.
►추전推轉 밀어서 넘어뜨리다.
►대분위이大分爲二
대분위견리이의大分爲堅利二義 대분하여 견堅ㆍ리利 2義로 삼음.
►일여심상좌주도一如尋常座主道
‘一如 ~ 道’ 전적으로(다은과 같이) ~ 말하듯.
►리용利用 예리한 작용.
►참과攙過 뒤섞다. 오염시키다.
‘찌를 참攙’ 찌르다. 날카롭다. 돕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