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75칙 本則 着語
【本則과 着語】
거舉 거론하다.
승종정주화상회리僧從定州和尚會裏 래도오구來到烏臼
어느 스님이 정주定州의 회하에 있다가 오구烏臼를 찾아왔다.
오구문烏臼問 오구가 물었다.
정주법도하사저리定州法道何似這裏 “정주의 가르침은 이곳과 무엇이 다르냐?”
언중유향言中有響 말씀이 심금을 울리네.
요변천심要辨淺深 경지의 깊고 얕음을 알아야 한다.
탐간영초探竿影草 탐간영초探竿影草이다.
태살만인太殺瞞人 참으로 사람을 속이는구나.
승운僧云 부별不別 “다르지 않습니다.”
사한중유활저死漢中有活底 죽음 속에서 살아나는 녀석이군.
일개반개一箇半箇 이런 녀석이 하나는커녕 반명도 없다.
철궐자일반鐵橛子一般 쇠말뚝과 같다.
답착실지踏著實地 실다운 경지를 밟았다.
구운臼云 약불별갱전피중거若不別更轉彼中去 편타便打
“다르지 않다면 그에게로 가거라.” 하고서 대뜸 후려쳤다.
작연灼然 분명하군.
정령당행正令當行 올바른 법령을 시행했군.
승운僧云 봉두유안棒頭有眼 부득초초타인不得草草打人
“방망이 끝에 눈이 있습니다. 사람을 함부로 쳐서는 안 됩니다.”
야시저작가시득也是這作家始得 이것도 작가이어야 할 수 있다.
각시사자아卻是獅子兒 이놈이 사자로구나.
구운臼云 금일타착일개야今日打著一箇也 우타삼하又打三下
“오늘은 (쓸 만한 놈) 한 놈만 친다.”고 말하고서 또다시 세 차례를 후려쳤다.
설십마일개說什麼一箇 뭐, 한 놈이라고 말하느냐,
천개만개千箇萬箇 (쓸 만한 녀석이) 천 놈 만 놈이다.
승편출거僧便出去 스님이 즉시 나가버렸다.
원래시옥리인元來是屋裏人 참으로 이 집안사람이군.
지득수굴只得受屈 굴욕을 당했을 뿐이다.
지시견기이작只是見機而作 상황을 보고서 움직였구나.
구운臼云 계봉원래유인끽재屆棒元來有人喫在
“억울한 방망이를 얻어맞는 놈이 있기는 있었구나.”
(‘이를 계屆’ 이르다, 다다르다. 경계警戒하다. 지극至極하다, 다하다“
아자끽고과啞子喫苦瓜 벙어리가 쓴 외를 먹고도 아무 말도 못 하는 것과 같군.
방거우수래放去又收來 풀어줬다가 또다시 잡아들이는군.
점득회래點得回來 감작하용堪作何用 다시 되돌아온들 또한 무엇 하랴!
승전신운僧轉身云 스님이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쟁내작병재화상수리爭奈杓柄在和尚手裏
“국자 자루가 스님의 손아귀에 있는 데야 어떡합니까?”
의전삼백륙십일依前三百六十日 여전히 3백6십일(한결같군).
각시개령리납승卻是箇伶俐衲僧 참으로 영리한 납승이다.
구운臼云 여약요汝若要 산승회여여山僧回與汝
“그대가 필요하다면 그대에게 돌려주겠다.”
지타아수시군知他阿誰是君 아수시신阿誰是臣 누가 임금이며 누가 신하인가?
감향호구횡신敢向虎口橫身 감히 호랑이 입 속에 누웠다.
특살불식호오忒殺不識好惡 좋고 싫은 것도 제대로 구별 못하다니.
승근전탈구수중봉僧近前奪臼手中棒 타구삼하打臼三下
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서 오구의 손에 있던 방망이를 빼앗아 세 차례 후려쳤다.
야시일개也是一箇 작가선객시득作家禪客始得 빈주賓主가 하나거니 작가 선객이어야 할 수 있다.
빈주호환賓主互換 빈주賓主가 서로 바뀌었다.
종탈림시縱奪臨時 놓아주고 빼앗기를 적절하게 하는구나.
구운臼云 오구가 말했다.
굴봉屈棒 굴봉屈棒 “억울한 매로군, 억울한 매야.”
점點 요점을 밝혔군.
저로한這老漢 착십마사급著什麼死急 이 늙은이가 뭣 때문에 이처럼 허둥거리는가?
승운僧云 유인끽재有人喫在 “누가 맞고 있습니까?”
가가呵呵 껄껄.
시기개표병是幾箇杓柄 몇 개의 국자 자루가
각재저승수리卻在這僧手裏 이 스님의 손아귀에 있었구나.
구운臼云 초초타착개한草草打著箇漢 “경솔하게 (어른을) 치는 놈이군.”
불락병변不落丙邊 양쪽에 얽매이지 않았다.
지타시아수知他是阿誰 그를 아는 자는 누구일까?
승편례배僧便禮拜 스님이 문득 절을 올리자
림위불변臨危不變 방시장부아方是丈夫兒 아무리 위험해도 변하지 않아야 대장부이다.
구운臼云 화상각임마거야和尚卻恁麼去也 오구가 말했다. “그럼 그렇지.”
점點 요점을 밝혔군.
승대소이출僧大笑而出 스님이 큰 소리로 웃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작가선객천연유재作家禪客天然有在 작가 선객이 여전히 있었구나.
맹호수득청풍수猛虎須得清風隨 사나운 호랑이라야 맑은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방지진시진종方知盡始盡終 처음도 잘하였고 끝에도 잘했음을 알 수 있다.
천하인모소불착天下人摸素不著 천하인이 (이를) 찾지 못하는구나.
구운臼云 오구가 말했다.
소득임마消得恁麼 소득임마消得恁麼 “이처럼 할 수 있다니, 이처럼 할 수 있다니.”
가석방과可惜放過 아깝게도 놓아줘버렸구나.
하불벽척편봉何不劈脊便棒 왜 등줄기를 후려치지 않느냐.
장위주도십마처거將謂走到什麼處去 어느 곳으로 달아나리라고 생각하느냐.
►정주화상定州和尚 석장정주石藏定州(718-800)
‘정주定州’ 지금의 하북성河北省 정현定縣
►오구烏臼 당대승唐代僧. 상세미상.
마조도일법사馬祖道一法嗣 /전등록傳燈錄8 오등회원五燈會元3
►하사何似=何如. ~에 견주어서 어떤가?
►초초草草 공연히. 경송하게. 허둥대다. (여기서는)함부로.
►굴방屈棒 굴봉屈棒. 맞을 까닭도 없이 맞는 몽둥이.
아, 되게 얻어맞았다. 아이쿠. 이건 너무하다.
호무리유적봉타지의毫無理由的棒打之意 굴屈 원굴寃屈
터럭만큼의 이유도 없는 방타棒打의 뜻이니 굴屈은 원굴寃屈(원통하고 억울함).
►끽재喫在 얻어맞는 자가 있다. 공연히 얻어맞고도 아무 소리 못하는 놈이 있다.
►점득點得 點頭. (상대방의 말을)수긍하다.
►쟁내爭奈 어쩌겠는가? 어쩔 수가 없다.
►작병杓柄 국자의 자루. 오구화상이 쥐고 있는 몽둥이.
►지타知他 도대체 ~을 알 수 있겠는가(알 수 없다)
착십마사급著什麽死急=착심사급著甚死急. 왜 그리 조급한가.
►초초타착개한草草打著箇漢
자네가 먼저 내게 맞을 때 경솔하게 사람을 치지 말라 해놓고
지금은 공연히 나를 치고 있지 않느냐?
‘箇漢’ 本來面目漢. 본래의 나.
►각임마거야卻恁麼去也 그것으로 만족하고 돌아가나?
남을 실컷 두들겨 패 놓고 그대로 돌아가나?
‘恁麼’ 예배한 사실을 가리킨다.
►소득임마消得恁麼=用得如是. 그 정도의 짓(大笑한 일)밖에 못하느냐?
능력이 이와 같다. (여기서의 뜻)대단하다
‘消’=要, 用.
‘恁麼’=여사如斯, 如是. 그렇게 쓸 수 있었는가? 그럴 듯 해. 참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