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錄/벽암록

벽암록 79칙 本則 評唱

空空 2024. 5. 18. 12:02

【評 唱】

투자박실두投子朴實頭 득일군지변得逸群之辯

투자는 소박하고 진실하면서도 많은 사람 가운데서 뛰어난 변재辯才를 지녔다.

 

범유치문凡有致問 흔히 사람들이 질문할 경우

개구편견담開口便見膽 (상대방이) 입을 열었다 하면

불비여력不費餘力 바로 속을 들여다보아 괜한 힘들이지 않고

편좌단타설두便坐斷他舌頭 그의 혀를 꽉 틀어막아 꼼짝 못 하게 했다.

 

가위운주유악지중可謂運籌帷幄之中 결승천리지외決勝千里之外

이는 장막 안에서 작전을 세워 천리 밖의 승부를 결정하는 것과 같다.

 

저승장성색불법견해這僧將聲色佛法見解

이 스님이 ‘나는 聲色佛法(모든 소리와 형상을 불법으로 봄)의 경지에 들어 간 사람’이라고

 

첩재타액두상貼在他額頭上 그의 이마에 써 붙여 가지고는

봉인편문逢人便問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식으로 질문을 했다.

 

투자작가投子作家 그러나 투자는 작가종사였다.

래풍심변來風深辨 찾아온 그를 잘 알아보았고

저승지투자실두這僧知投子實頭 그 스님 또한 투자의 진실을 대뜸 알고

 

합하주개권궤자合下做箇圈繢子 교투자입래教投子入來

곧 바로 올가미를 만들어 투자를 집어넣으려고 하였다.

 

소이유후어所以有後語

그리하여 뒷말(화상께서는 방귀 뀌는 소리하지 마십시오)이 있었다.

 

투자각사함호지기投子卻使陷虎之機 조타후어출래釣他後語出來

이에 투자는 대뜸 호랑이 잡는 솜씨를 구사하여 그의 뒷말을 낚아 올랐던 것이다.

 

저승접타답처도這僧接他答處道 그 스님은 투자의 대답에 뒤이어

화상막독비완명성和尚莫?沸碗鳴聲 “화상께서는 방귀 뀌는 소리하지 마십시오.” 했으나

과연일조편상果然一釣便上 이것은 예상했던 대로 낚시에 바로 걸려든 것이다.

 

약시별인若是別人 즉불내저승하則不奈這僧何

만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스님을 어떻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법칙 칙, 곧 즉則’)

 

투자구안投子具眼 그러나 투자는 안목을 갖춘지라

수후편타隨後便打 이 승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후려쳤으니

교저구저수각咬豬狗底手腳 개·돼지를 물어뜯는 맹호와 같은 솜씨였다.

 

수환작가시득須還作家始得 반드시 작가종사여야 비로소 이처럼

좌전야수타아록록지左轉也隨他阿轆轆地 좌측으로 회전하여도 그를 따라 자유롭게 구르며

우전야수타아록록지右轉也隨他阿轆轆地

우측으로 회전하여도 그를 따라 자재하게 뒹굴 수 있는 것이다.

 

저승기시주개권궤자這僧既是做箇圈繢子 요래랄호수要來捋虎鬚

스님은 올가미를 만들어 호랑이 수염을 뽑으려고 찾아왔지만

 

수부지투자殊不知投子 갱재타권궤두상更在他圈繢頭上

투자 또한 그의 올가미 위에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

(‘고칠 경, 다시 갱更’ 고치다. 개선改善하다. 변경變更되다)

 

투자편타投子便打 저승가석허這僧可惜許 유두무미有頭無尾

투자가 대뜸 후려치자 스님은 아깝게도 처음만 있었지 끝이 없었다.

 

당시등타념봉當時等他拈棒 편여흔도선상便與掀倒禪床

그 당시 투자가 방망이 잡았을 때 바로 선상을 번쩍 들어 뒤엎어버렸더라면

 

직요투자전기直饒投子全機 야수도퇴삼천리也須倒退三千里

설령 투자의 완전한 기봉이라 해도 3천리 밖으로 도망쳐버렸을 것이다.

 

우문又問 또 다시 물었다.

추언급세어麤言及細語 개귀제일의皆歸第一義 시부是否

“거친 말과 자세한 말이 모두 제일의제(근본진리)로 귀결한다는데 그렇습니까?”

 

투자역운投子亦云 시是 투자는 “그렇다”고 하였다.

일사전두어무이一似前頭語無異 앞의 대답과 전혀 차이가 없는 듯한데

 

승운僧云 환화상작일두려득마喚和尚作一頭驢得麼

“화상을 (말뚝에 매여 있는) 노새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투자우타投子又打 투자는 또다시 후려쳤다.

 

저승수연작과굴這僧雖然作窠窟 야부방기특也不妨奇特

스님이 이처럼 소굴을 짓기는 하였지만 참으로 기특하다고 하겠다.

 

약시곡록목상상로한若是曲彔木床上老漢 선상에 기대어 앉은 노련한 선지식이라도

정문무안頂門無眼 야난절좌타也難折挫他 정수리에 안목이 없었더라면 그를 꺾기 어려웠을 것이다.

투자유전신처投子有轉身處 그러나 투자에겐 몸을 비낄 곳이 있었다.

 

저승這僧 기주개도리既做箇道理 스님이 이러쿵저러쿵 도리를 지어

요참타행시要攙他行市 투자스님을 잡아다 시장에 싼 값에 팔려고 하였으나

 

도료의구불내투자로한하到了依舊不奈投子老漢何

막상 찾아가 보니 여전히 노련한 투자를 어떻게 해볼 수 없었다.

 

불견암두도不見巖頭道 듣지 못하였느냐, 암두스님의 말을.

약론전야若論戰也 개개립재전처箇箇立在轉處

“전투(선문답)로 논한다면 곳곳마다 몸을 피할 곳에 있어야 한다.”

 

투자방거태지投子放去太遲 수래태급收來太急

투자는 아주 느슨히 놓아주었다가 재빨리 거두어들였다.

 

저승당시這僧當時 약해전신토기若解轉身吐氣

스님이 당시에 몸을 비껴서 말할 줄 알았다면

 

기부작득개구사혈분저한豈不作得箇口似血盆底漢

입에 피를 머금어 남에게 뿌리려다 제 입이 먼저 더러워지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납승가衲僧家 일부주이불휴一不做二不休

납승들이란 제일의第一義도 만들지 말고 제이의第二義에 쉬어서도 안 된다.

 

저승這僧 기불능반척既不能返擲 각피투자천료비공卻被投子穿了鼻孔

스님은 이를 던져버리지 못하여 투자에게 콧구멍이 뚫린 것이다.

 

송운頌云 송은 다음과 같다.

 

 

►박실두朴實頭 소박素朴하고 진실하다. 평실平實(평범하고 실다움)

‘實頭’ 진실, 진심. ‘頭’ 어조사

 

상지답문시거실응대常指答問時據實應對

늘 답문答問할 때 사실에 의거하여 응대함을 가리킴.

 

은함평상심시도지의隱含平常心是道之意

평상심이 이 도란 뜻을 은함隱含(숨겨져 포함되어 있음)

 

►일군지변逸群之辯 발군지변拔群之辯. 아주 뛰어난 화술

►개구편견담開口便見膽

선가시설禪家施設 직접료당지지시도법直接了當地指示道法

선가의 시설은 직접 요당지了當地(완비한 지경)에서 도법을 지시함.

 

►운주유악運籌帷幄

장막帳幕 안에서 산算가지를 놀린다는 뜻으로 가만히 들어앉아 계책計策을 꾸밈.

/사기史記

 

‘투호投壺 살 주籌’=산筭(산가지) 계모計謀(세다, 헤아리다) 筴(낄 협, 점대 책)

 

<조정사원祖庭事苑>7曰

한고제봉공신漢高帝封功臣 한고제漢高帝가 공신功臣을 책봉하자

 

혹위장량미상유전투공或謂張良未嘗有戰鬪功

누가(或) 이르기를 장량張良은 일찍이 전투의 공이 있지 않습니다.

 

고제왈高帝曰 고제가 가로되

운주책유장중運籌策帷帳中

주책籌策(利害를 打算한 끝에 생각해 낸 策略)을 유장帷帳 중에서 움직여

 

결승천리외決勝千里外 자방공야子房功也

천리 밖에서 결승決勝한 것은 자방子房(장량의 字)의 공이다.

 

►권궤자圈繢子 ‘子’ 후철後綴

‘권궤圈繢’=권궤圈圚, 권괴棬䙡. 올가미. 덫. 함정. 술책.

‘우리 권/술잔 권圈’ ‘수놓을 궤, 토끝 회, 토끝 귀繢’

 

투색야套索也 투삭套索(올가미).

권정적범위圈定的範圍 권정圈定(동그라미를 쳐서 확정하다)의 범위.

 

권투圈套 권투圈套(올가미)임.

다지선가접인시설多指禪家接引施設 혹기어작략或機語作略

다분히 선가에서 접인하는 시설이나 혹 기어機語의 작략을 가리킴.

 

►교저구저수각咬猪狗底手脚 ‘手脚’ 수단手段

돼지나 맹수를 무는 맹수와 같은 수완. ‘수준이 낮은 상대를 이끄는 수완’

 

본색선사접인학인本色禪師接引學人 본색선사가 학인을 접인 하거나

혹교량기봉或較量機鋒 혹 기봉을 교량較量하면서

불고인정不顧人情 수단기특手段奇特 인정을 돌아보지 않고 수단이 기특하나니

 

저양적선사급기수단這樣的禪師及其手段 칭위교저구수각稱爲咬猪狗手脚

이런 양상樣相의 선사 및 그 수단을 일컬어 교저구수각咬猪狗手脚이라 함.

 

►곡록목상曲彔木床 설법상說法床

►일부주이불휴一不做二不休

모반[做]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일단 모반을 했으면 끝을 보라[不休]

‘철두철미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