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82칙 頌 着語
【頌과 着語】
문증부지問曾不知 물어도 결코 알 수 없고
동서불변東西不辨 동서를 분별하지 못했군.
롱물부지명弄物不知名 물건을 가지고 놀면서도 이름도 몰랐다.
매모상두買帽相頭 모자를 사고 나서 뒤늦게 머리 치수를 재는 꼴이군.
답환불회答還不會 대답해도 알 수 없다.
남북불분南北不分 남북을 분간하지 못했군.
환각촉루換卻髑髏 해골과 바꾸었다.
강남강북江南江北 강남․강북 온 천지가 그렇다.
월랭풍고月冷風高 달은 차갑고 바람은 드높은데
하사생何似生 무엇일까?
금일정당저시절今日正當這時節 오늘이 바로 이 상황이다.
천하인유안부증견天下人有眼不曾見 천하 사람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유이부증문有耳不曾聞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였다.
고암한회古巖寒檜 옛 바위의 쓸쓸한 전나무여
불우시경호不雨時更好 비 온 뒤가 아니라도 깨끗하지.
무공적자당착전박판無孔笛子撞著氈拍板 구멍 없는 피리소리가 방음 판에 부딪친다.
감소로봉달도인堪笑路逢達道人 우습다. 길에서 도인을 만나다니
야수시친도저리시득也須是親到這裏始得 그래도 반드시 몸소 여기에 이르러야 한다.
환아주장자래還我拄杖子來 나에게 주장자를 되돌려다오.
성군작대임마래成群作隊恁麼來 한 무리가 떼를 지어 이처럼 오는구나.
부장어묵대不將語默對 말로도 침묵[語黙]으로도 대꾸하지 않았네.
향십마처견대룡向什麼處見大龍 어느 곳에서 대룡을 알아볼 수 있을까?
장개십마대타호將箇什麼對他好 어떻게 그에게 대꾸해야 좋을는지.
수파백옥편手把白玉鞭 백옥의 채찍을 손에 잡고
일지칠요절료야一至七拗折了也 조각조각이 났구나.
려주진격쇄驪珠盡擊碎 검은 용의 구슬을 모조리 부숴버렸네.
류여후인간留與後人看 남겨두었다가 후인에게 보여줘라.
가석허可惜許 아깝다.
불격쇄不擊碎 쳐부수지 않으면
방과일착放過一著 한 번 봐주는군.
우임마거又恁麼去 또 이처럼 하는구나.
증하뢰增瑕纇 흠집만 더하리라.(增瑕纇)
롱니단작십마弄泥團作什麼 허튼 수작 부려 무엇하려고?
전견랑당轉見郎當 더더욱 어줍찮게 될 것이다.
과범미천過犯彌天 죄가 하늘까지 뻗쳤다.
국유헌장國有憲章 나라에는 국법이 있나니
식법자구識法者懼 법을 아는 자라야 겁을 낸다.
조타삼천모타팔백朝打三千暮打八百 아침에는 3천 번 치고 저녁에는 8백 번을 후려친다.
삼천조죄三千條罪 3천 조목이다.
지도득일반재只道得一半在 절반을 말했을 뿐이다.
팔만사천무량겁래타무간업八萬四千無量劫來墮無間業 야미환득일반재也未還得一半在
8만 4천 한량없는 영겁토록 무간지옥에 떨어질 업業이나 아직 절반쯤도 안 된다.
►문증부지問曾不知 물음이 일찍이 부지不知이므로
질문하는 방법을 모르다. 대룡 앞에 나타난 중을 가리킨다.
►답환불회答還不會 답도 도리어 불회不會여
대룡의 대답을 알아듣지 못한다.
►월랭풍고月冷風高 달은 차갑고 바람은 높다
►고암한회古巖寒檜 이끼 낀 해묵은 바위 곁의 차가운 노송.
‘전나무 회檜’ 전나무. 노송老松(편백. 측백나뭇과의 상록 교목)
►감소로봉달도인堪笑路逢達道人 부장어묵대不將語默對
路逢達道人 길에서 大悟徹底한 聖人을 만나면
不將語默對 말을 쓰면 안 되고 쓰지 않아도 안 된다
語와 默을 초월하여 1句를 제창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향엄지한의 말에다 설두가 ‘堪笑’를 붙여
‘향엄의 기량은 아직 세련되지 않았다. 가소로울 뿐이다.
그런 허풍을 떨지 않아도 대룡은 이미
산화개사금山花開似錦 “산에 핀 꽃은 비단결 같고
간수담여람澗水湛如藍 시냇물은 쪽빛처럼 맑구나.”
이 2句로 語와 默을 초월하여 堅固法身을 해설하지 않았느냐하고 풍자한 것이다’
<림제어록臨濟語錄>
고인운古人云 고인이 말하되
로봉달도인路逢達道人 길에서 달도達道한 사람을 만나거든
제일막향도第一莫向道 첫째로 향해서 말하지 말아라 했다.
소이언所以言 소이로 말하되
약인수도도불행若人修道道不行 만약 사람이 수도하면 도가 행해지지 않고
만반사경경두생萬般邪境競頭生 만반의 삿된 경계가 경두競頭하며 난다.
지검출래무일물智劍出來無一物 지혜의 검이 나오매 한 물건도 없고
명두미현암두명明頭未顯暗頭明 명두明頭(明白)는 나타나지 않고 暗頭(어둠 속)가 환해진다.
‘달도인達道人’/조정사원祖庭事苑2 달도인達道人
향엄지한담도송운香嚴智閑談道頌云 香嚴智閑(潙山의 法嗣)의 談道頌에 이르기를
적적무겸대的的無兼帶 的的(的은 밝을 적. 的實할 적)하여 兼帶가 없고
독운하의뢰獨運何依賴 독운獨運하매 무엇을 의뢰하랴
로봉달도인路逢達道人 길에서 도를 통달한 사람을 만나거든
부장어묵대不將語默對 어묵語默을 가지고 상대하지 말아라.
오조왈五祖曰 오조五祖가 가로되
로봉달도인路逢達道人 길에서 달도達道(도를 通達)한 사람을 만나면
부장어묵대不將語默對 어묵語默을 가지고 상대하지 말아라 하니
차도且道 장심마대將甚麽對 그래 말하라 무엇을 가지고 상대하느냐.
무문왈無門曰 무문無門이 가로되
약향자리若向者裏 만약 이 속을 향해
대득친절對得親切 친절親切을 대답해 얻는다면
불방경쾌不妨慶快 경쾌慶快함에 방애妨礙되지 않으려니와
기혹미연其或未然 그 혹 그렇지 못하다면
야수일체처착안也須一切處著眼 또한 모름지기 일체처에 착안著眼해야 하리라.
송왈頌曰
로봉달도인路逢達道人 길에서 달도한 사람을 만나면
부장어묵대不將語默對 어묵을 가지고 상대하지 말라 하니
란시벽면권攔腮劈面拳 뺨에다(攔腮) 얼굴에다(劈面) 주먹질하리니
직하회편회直下會便會 직하直下에 알려거든 곧 알아라.
►백옥편白玉鞭 흰 구슬로 만든 채찍.
►일지칠요절료야一至七拗折了也
(白玉鞭을)한 마디에서 7마디까지 조각조각 잘라 버리다.
►려주驪珠 흑룡黑龍(=大龍)이 턱 밑에 간직하고 있다는 如意寶珠
►하뢰瑕纇. 흠. 玉에 나 있는 흠집.
‘실 마디 뢰(뇌)纇’ 실의 매듭진 곳.
실이 가늘어졌다 굵어졌다 하여 고르지 못하므로 ‘하뢰瑕纇’는 실책, 소동.
►헌장憲章 헌법. 법률.
헌법전장憲法典章 전지법칙轉指法則
헌법의 전장典章이니 전轉하여 법칙을 가리킴.
►삼천조죄三千條罪 3천 조항이나 되는 죄목으로 벌을 받으리라.
대룡이 백옥편으로 질문한 중이 소중히 여기는 ‘려주驪珠’를 박살냈으니 다행이지
그러지 못했다면 憲章三千條의 벌을 다 받았으리라.
►무간업無間業 無間地獄.
하루에 만 번 죽었다가 만 번 되살아나면서 갖은 고통을 받는다는 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