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83칙 本則 評唱
【評 唱】
운문대사雲門大師 출팔십여원선지식出八十餘員善知識
운문대사는 80여 명의 선지식을 배출시킨 인물이다.
천화후칠십여년遷化後七十餘年 입적한 뒤 70여 년이(<운문록>은 17년 뒤) 지나
개탑관지開塔觀之 부도를 열고 살펴보니
엄연여고儼然如故 엄연히 예전의 살아 있던 모습과 다름이 없었다.
타견지명백他見地明白 기경신속機境迅速
그의 견지見地는 명백하고 솜씨[機]와 경계[境]는 신속하여
대범수어별어대어大凡垂語別語代語 직하고준直下孤峻
모든 설명해주는 말[垂語], 다른 측면에서 하는 말[別語],
대신해서 대답하는 말[代語]이 참으로 고준孤峻하였다.
지저공안只這公案 여격석화如擊石火 사섬전광似閃電光 직시신출귀몰直是神出鬼沒
이 본칙공안도 번뜩이는 전광석화와도 같아 참으로 신출귀몰하다 하겠다.
경장주운慶藏主云 경장주慶藏主는 본칙공안에 대해서 말했다.
일대장교一大藏教 환유저반설화마還有這般說話麼 일대장교에도 이 같은 말씀이 있을 수 있을까?
여금인如今人 다향정해상작활계도多向情解上作活計道
요즈음 사람들은 흔히 알음알이[情解]로 살림살이를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불시삼계도사佛是三界導師 사생자부四生慈父
“부처님은 삼계三界의 길잡이시며 사생四生의 자비로운 어버이시다.
기시고불既是古佛 위십마각여로주상교為什麼卻與露柱相交
이미 옛 부처[古佛]이신데 무엇 때문에 노주露柱와 서로 사귀는가?”
약임마회若恁麼會 졸모색불착卒摸索不著
이처럼 이해해서는 (운문의 말뜻을) 끝내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유자환작무중창출有者喚作無中唱出
또 어떤 사람은 이를 ‘무無 속에서 말한 것이다’라고 하나
수부지종사가설화殊不知宗師家說話 너무 알지 못하나니 종사가의 말씀은
절의식절정량絕意識絕情量 의식意識이 끊어지고 정량情量도 끊어지고
절생사絕生死 절법주絕法麈 생사生死가 끊어지고 법진法塵도 끊어져
입정위入正位 갱부존일법更不存一法 참된 진리〔正位〕에 들어가 다시는 한 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재작도리계교爾纔作道理計較 편전각전수便纏腳纏手
그대들이 말로써 이러쿵저러쿵한다면 바로 손발을 얽어매는 격이다.
차도且道 말해보라,
타고인의작마생他古人意作麼生 운문스님의 뜻이란 무엇이었는가를.
단지사심경일여但只使心境一如 다만 마음과 경계가 하나가 된다면[一如]
호오시비好惡是非 좋고 나쁨과 옳고 그름이
감동타부득撼動他不得 그를 흔들려 해도 흔들 수 없을 것이다.
편설유야득便說有也得 무야득無也得 이렇게 되면 ‘유有’를 말해도 옳고 ‘무無’를 말해도 옳으며
유기야득有機也得 무기야득無機也得 솜씨[機]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
도저리到這裏 박박시령拍拍是令
여기에 이르면 아무렇게나 치는 박자 박자마다 들어맞게 되는 조사의 법령이다.
오조선사도五祖先師道 본칙공안에 대하여 오조법연이 말했다.
대소운문大小雲門 원래담소元來膽小 “상당한 운문스님도 원래 담력은 작았다.
약시산승若是山僧 산승(오조)이라면
지향타도제팔기只向他道第八機 운문에게 제8등급이라고 했을 것이다”
타도他道 운문이 말한
고불여로주상교古佛與露柱相交 시제기기是第幾機
“고불과 노주가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데 이는 몇 번째 등급일까?”는
일시간차향목전포과一時間且向目前包裹 이는 한순간에 상대방을 포괄하였다 하겠다.
승문僧問 어떤 스님이
미심의지여하未審意旨如何 “무슨 뜻입니까?”라고 묻자
문운門云 운문은 대답했다.
일조조삼십문매一條絛三十文買 “한 가닥 끈을 30문文에 샀다”고.
타유정건곤저안他有定乾坤底眼 운문에게는 천지를 갈라놓는 안목이 있었다.
기무인회既無人會 아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후래자대운後來自代云 뒤이어 대신하여 스스로 말했다.
남산기운南山起雲 북산하우北山下雨 “남산에서 구름 일어나니 북산에 비가 내린다.”
차여후학且與後學 운문은 후학들에게
통개입로通箇入路 깨달아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소이설두지념타정건곤처所以雪竇只拈他定乾坤處 교인견教人見
그러므로 설두는 다만 운문의 천지를 갈라놓은 곳만을 들어 사람들에게 알도록 하였다.
약재범계교若纔犯計較 그러나 이치대로 이리저리 헤아리고
로개봉망露箇鋒鋩 칼끝을 드러내 보이면
즉당면차과則當面蹉過 그것은 곧 정면에서 빗나간 것이다.
지요원타운문종지只要原他雲門宗旨 이에 설두는 운문의 종지를 캐내어
명타준기明他峻機 그의 고준한 기봉을 밝히고자
소이송출운所以頌出云 송을 했던 것이다.
►칠십여년七十餘年
십칠재지오十七載之誤 17載의 오류니 <운문광록雲門廣錄>下를 보라.
►견지見地 見處. 안목.
►수어垂語 垂示. 수행자에게 가르침을 내리는 말.
►별어別語 별왈別曰. 별운別云.
타인의 문답에 다시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대답하는 것,
즉지선승어타인대화문답중卽指禪僧於他人對話問答中 취타인기이회답자就他人旣已回答者
곧 선승이 타인의 대화 문답 중에 타인이 이미 회답한 것으로 나아가
령가자기지견식래회답지언어另加自己之見識來回答之言語
따로 자기의 견식見識을 가하여 회답하는 언어를 가리킴.
우통상여대어又通常與代語 병칭위대별竝稱爲代別
또 통상 대어代語와 병칭하여 대별代別이라 함.
►대어代語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는 것.
1.
대현전지중자代現前之衆者 현전의 대중을 대代함이니
위사가수어謂師家垂語 이르자면 사가가 수어垂語하여
사중하어불계使衆下語不契 대중으로 하여금 하어下語하게 하여 계합하지 못하면
즉자하어대중야則自下語代衆也 곧 스스로 대중代衆하여 하어下語함임.
운문록다대어雲門錄多代語 <운문록>에 대어가 많다.
개가문지대어별어蓋家門之代語別語 이운문위시以雲門爲始
대개 가문家門의 대어와 별어는 운문을 시초로 삼는다.
2.
대고인자代古人者 거고칙擧古則 고인을 대代하는 것이니 고칙을 들고
이타고인무어지처而他古人無語之處 아대타하어야我代他下語也
저 고인의 말이 없는 곳에 내가 대타代他하여 하어함임/상기전象器箋11
►향정해상작활계向情解上作活計 제멋대로[向情解上] 분별심을 일으키다[作活計]
►삼계三界 欲界 色界 無色界
►도사導師
도인입불도자導人入佛道者 불보살지통칭佛菩薩之通稱
사람을 인도하여 불도에 들게 하는 자니 불보살의 통칭.
우법회지식又法會之式 표백자위지도사表白者謂之導師
또 법회의 식式에서 표백表白하는 자를 일러 도사라 함.
<승사략중운僧史略>中 云
도사지명이함이의導師之名而含二義 도사의 명칭은 두 뜻을 포함했다.
약법화경중상인백도사언若法華經中商人白導師言
만약 법화경 중에 상인商人이 도사에게 사뢰어 말한다 함이라면
차즉인로지미야此卽引路指迷也
이것은 곧 길로 인도하여 미혹을 가리킴이다.
약창도지사若唱導之師 차즉표백야此卽表白也
만약 창도唱導하는 스님이라 하면 이것은 곧 표백이다.
►사생四生 란생卵生. 태생胎生. 습생濕生. 화생化生.
(여기서는)모든 생명체
인취여축생취人趣與畜生趣 각구사생各具四生 귀취통태화이생鬼趣通胎化二生
인취人趣와 축생취는 각기 4생을 갖추고 귀취鬼趣는 태화胎化 2생에 통하며
일체지옥제천급중유一切地獄諸天及中有 유위화생唯爲化生
일체의 지옥과 제천諸天 및 중유中有는 오직 화생함/구사론俱舍論8
►법진法塵 법박法縛. 진리에 대한 애착심.
►정위正位
즉달오지위卽達悟之位 지법성指法性 곧 달오達悟의 위니 법성을 가리킴.
선문중칭보편존재지진여위정위禪門中稱普遍存在之眞如爲正位
선문 중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진여를 일컬어 정위라 함.
내제법지본체乃諸法之本體 상대어현상차별지방위일어相對於現象差別之傍位一語
곧 제법의 본체니 현상 차별의 방위傍位 1語에 상대됨.
►박박시령拍拍是令 치는 한 박자 한 박자가 그대로 상대의 노래에 척척 들어맞다.
►선사先師 돌아가신 스승.
►대소大小 상대방을 얕잡아 일컫는 말. ‘소위 ~라는 사람이’
►일조一條 한 가닥의 끈
►문文 돈을 세는 최소 단위. 一文=한 푼
►매買 <운문록>에는 ‘買’字가 없다.
►입로入路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그 실마리.
►원原 ~에 근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