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89칙 本則 評唱
【評 唱】
운암여도오雲巖與道吾 동참약산同參藥山 사십년 四十年 협불착석脅不著席
운암은 도오와 함께 약산藥山을 참방하고 40년 동안 눕지 않고 정진하였다.
약산출조동일종藥山出曹洞一宗 유삼인법도성행有三人法道盛行
약산은 조동曹洞의 일종一宗을 배출하였는데 거기에는 3인이 있어 법도가 성행하였었다.
운암하동산雲巖下洞山 운암의 아래에 동산洞山,
도오하석상道吾下石霜 도오의 아래에 석상石霜,
선자하협산船子下夾山 선자船子의 아래에 협산夾山이 있으니 바로 그 사람들이다.
┏━ 운암담성雲巖曇晟(782-841) → 동산양개(洞山良价(807-869)
약산유엄藥山惟儼(745-828)╋━ 도오원지道吾圓智(769-835) → 석상경저石霜慶諸(807-888)
┗━ 선자덕성船子德誠(?-?) → 협산선회夾山善會(805-881)
대비보살大悲菩薩 유팔만사천모타라비有八萬四千母陀羅臂 대비유허다수안大悲有許多手眼
대비관세음보살에겐 8만 4천의 母陀羅臂(부드러운 팔)가 있고 수많은 손과 눈이 있다.
제인환유야무諸人還有也無 그대에게도 이런 손과 눈이 있느냐?
백장운百丈云 그러하기에 백장이 말했다.
일체어언문자一切語言文字 구개완전귀우자기俱皆宛轉歸于自己
“일체의 언어문자는 모두 돌이켜 자기에게로 귀결해야 된다.”
운암상수도오雲巖常隨道吾 도오의 아래에 석상石霜,
자참결택咨參決擇 운암은 항상 도오를 따르며 묻고 참구하면서 (의심을) 풀었는데
일일문타도一日問他道 어느 하루는 도오에게 물었다.
대비보살용허다수안작십마大悲菩薩用許多手眼作什麼
“대비(관세음)보살께서는 수많은 손과 눈으로 무엇을 할까요?”라고 물었다.
당초호여타벽척편봉當初好與他劈脊便棒 그 당시 도오가 운암을 위해 등줄기를 바로 후려쳤더라면
면견후유허다갈등免見後有許多葛藤 이 후에 나오는 이런저런 말들이 사실 필요 없었을 것이다.
도오자비불능여차道吾慈悲不能如此 그러나 도오는 자비심으로 그처럼 하지 못하고
각여타설도리卻與他說道理 그에게 이런 저런 말을 해주었다.
의요교타편회意要教他便會 그렇게 한 의도는 운암 스스로 알게 함이었다.
각도卻道 그러므로 도오가 말했다.
여인야반如人夜半 배수모침자背手摸枕子 “사람이 한 밤중에 등 뒤로 베개를 더듬는 것과 같다”
당심야무등광시當深夜無燈光時 깊은 밤 등불이 없을 때
장수모침자將手摸枕子 베개를 더듬거리는데
차도안재십마처且道眼在什麼處 말해보라, 눈은 어느 곳에 있는가를.
타편도아회야他便道我會也 운암이 대뜸 “저는 알았습니다.”고 말했다.
오운吾云 여작마생회汝作麼生會 “너는 어떻게 알았지?”
암운巖云 편신시수안遍身是手眼 “몸의 한 부분이 손이요, 눈입니다.”
오운吾云
도즉태살도道即太殺道 지도득팔성只道得八成 “큰 소리는 쳤다만 열개 중에 여덟을 말했을 뿐이다.”
암운巖云 사형우작마생師兄又作麼生 “사형 생각은 어떠십니까?”
오운吾云 통신시수안通身是手眼 “온 몸이 손이요, 눈이다.”
차도편신시저且道遍身是底 시是
말해보라, 운암이 몸의 한 부분이 손이요 눈이라 한 말이 옳은지,
통신시저通身是底 시是
도오가 온 몸이 손이요 눈이라는 말이 옳은가를.
수사란니각탈쇄雖似爛泥卻脫灑
도오의 이 말은 엉망진창인 듯하지만 도리어 깨끗이 씻은 듯하다.
여금인如今人 다거작정해도多去作情解道
그런데 요즈음 사람들은 흔히들 알음알이로 이해하고서 말한다.
편신저불시遍身底不是
“운암의 ‘몸이 한 부분이 손이요 눈이라’는 말은 옳지 않고
통신저시通身底是
도오의 ‘온 몸이 손이요 눈이라’는 말이 옳다”
지관교타고인언구只管咬他古人言句 그러나 이는 오로지 옛사람의 언구만을 되씹기에
어고인언하於古人言下 사료死了 결국은 옛사람들의 말 아래서 목숨을 잃게 된다.
수부지殊不知 고인의부재언구상古人意不在言句上
이것은 옛사람의 뜻이 결코 말에 있지 않다는 점을 모른 일이라 하겠다.
차개시사此皆是事 불획이이용지不獲已而用之
이 모두가 부득이하여 이처럼 언구를 사용한 것인데
여금하주각如今下注腳 립격칙도立格則道
요즈음은 이에 주각注脚을 붙이고 법칙으로 받들어 말하기를
약투득차공안若透得此公案 편작파참회便作罷參會
“만일 이 공안을 깨칠 수만 있다면 바로 참구는 끝마친 것이다”고 한다.
이수모혼신以手摸渾身 그리고는 손으로 온몸을 더듬고
모등롱로주摸燈籠露柱 등롱燈籠과 노주露柱를 더듬으면서
진작통신화회盡作通身話會 ‘온몸이 눈이요 손이라’는 화두로 오인하는 것이다.
약임마회若恁麼會 괴타고인불소壞他古人不少
만일 이런 식으로 안다면 저 옛사람들을 무너뜨리는 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소이도所以道 타참활구他參活句 불참사구不參死句
그러므로 옛사람들이 말하길 ‘활구에서 참구하고 死句에서 참구하지 말라’고 했다.
수시절정진의상須是絕情塵意想
이는 정진情塵(감정의 찌꺼기)과 의상意想(망상분별)이 뚝 끊어져서
정라라淨裸裸 적쇄쇄지赤灑灑地
말끔히 훌훌 벗고 텅텅 비어 말끔한 경지에 이르러야
방가견득대비화方可見得大悲話 대비보살의 화두(본칙공안)를 볼 수 있다.
불견조산문승不見曹山問僧 듣지 못하였는가, 조산曹山이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응물현형여수중월시여하應物現形如水中月時如何
“사물을 따라 형체를 드러내는 것이 마치 물속에 어린 달과 같을 때는 어떠한가?”
승운僧云 여려처정如驢覷井 “노새가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습니다.”
산운山云
도즉살도道即殺道 지도득팔성只道得八成 “대답은 했지만 열 개 중에 여덟을 말했을 뿐이다.”
승운僧云 화상우작마생和尚又作麼生 “스님께서는 어떠하십니까?”
산운山云 여정처려如井覷驢 “우물이 노새를 쳐다보는 것과 같다.”
편동차의야便同此意也 이처럼 본칙공안의 뜻도 이와 같다
이약거어상견爾若去語上見 만일 그대가 언구에서 참뜻을 찾는다면
총출도오운암권궤부득總出道吾雲巖圈繢不得
도오와 운암의 올가미를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설두작가雪竇作家 설두는 작가종사다.
갱불향구하사更不向句下死 다시는 언구의 아래에서 죽지 않고
직향두상행直向頭上行 송운頌云 곧바로 끝없이 절대의 경지로 향해가며 송한다.
►협불착석脅不著席 長坐不臥. 밤에 눕지 않다.
►선자船子 선자덕성船子德誠 생몰연대미상. 당대승唐代僧 수녕인遂寧人(今屬四川)
수시약산유엄삼십년隨侍藥山惟儼三十年 위기법사爲其法嗣
약산유엄을 수시隨侍하기 30년이었으며 그의 법사가 되었음.
상지절강화정嘗至浙江華亭 일찍이 절강의 화정華亭에 이르러
범소주수연접화왕래지인泛小舟隨緣接化往來之人
작은 배를 띄우고 인연 따라 왕래하는 사람들을 접화接化했으며
세칭선자화상世稱船子和尙 세칭이 선자화상船子和尙임.
부법협산선회후付法夾山善會後 자복주이서自覆舟而逝
협산선회에게 부법付法한 후 스스로 배를 엎어 서거했다.
승장휘즉기복주처건사僧藏暉卽其覆舟處建寺
중 장휘藏暉가 곧 그 배를 엎은 곳에 절을 세웠다.
선시善詩 유기연집有機緣集 창익유위서昌益柔爲序
시를 잘 지었으며 <기연집機緣集>이 있으며 창익유가 서를 지었다.
/조당집祖堂集5 전등록傳燈錄14 통요속집統要續集13 운간지雲間志 中
‘화정華亭’ 상해 송강松江의 고칭古稱.
당唐 천보天寶 10년(751) 화정현華亭縣을 설치.
<선문염송집 권13 第533則>
화정선자덕성선사게운華亭舡子德誠禪師偈云(배 강/선舡)
화정華亭 선자舡子 덕성선사德誠禪師의 게에 이르되
천척사륜직하수千尺絲綸直下垂 천 척尺의 낚싯줄을 바로 아래로 드리우니
일파재동만파수一波才動萬波隨 일파가 겨우 움직이매 만파萬波가 따른다.
야정수한어불식夜靜水寒魚不食 밤이 고요하고 물은 차서 고기가 먹지 않으니
만선공재월명귀滿舩空載月明歸 만선滿船에 공연히 月明(달빛)만 싣고 돌아온다.
<련등회요聯燈會要>19 船子德誠
유관인문有官人問 어떤 관인이 묻되
여하시화상일용사如何是和尙日用事 무엇이 이 화상의 日用事입니까?
사수기요자운師竪起橈子云 스님이 노(橈子)를 세워 일으키고 이르되
회마會麼 알겠느냐?
운云 불회不會 이르되 알지 못합니다.
사운師云 스님이 이르되
도발청파棹撥淸波 청(淸波를 노(棹)로 헤치지만
금린한우金鱗罕遇 금린金鱗을 만남이 드물다.
인시송운因示頌云 인하여 송을 보여 이르되
삼십년래좌조대三十年來坐釣臺 30년래에 조대釣臺에 앉아
조두왕왕득황내釣頭往往得黃能 조두釣頭(낚시)에 왕왕 황내黃能를 얻었다.
(황내黃能 노래절奴來切이니 삼족별三足鱉. ‘능할 능, 견딜 내能’)
금린불우공로력金鱗不遇空勞力 금린金鱗을 만나지 못하고 공연히 노력했으니
수취사륜귀거래收取絲綸歸去來 사륜絲綸(낚싯줄)을 수취收取하여 돌아가리라
천척사륜직하수千尺絲綸直下垂 천 척尺의 낚싯줄을 바로 아래로 드리우니
일파재동만파수一波纔動萬波隨 일파가 겨우 움직이매 만파(萬波)가 따른다.
야정수한어불식夜靜水寒魚不食 밤이 고요하고 물은 차서 고기가 먹지 않으니
만강공재월명귀滿舡空載月明歸 만선滿船에 공연히 月明(달빛)만 싣고 돌아온다.
삼십년래해상유三十年來海上游 삼십년래三十年來에 해상에 노닐으매
수청어현불탄구水淸魚現不呑鈎 물이 맑아 고기가 나타나나 낚시를 삼키지 않네.
조간작진중재죽釣竿斫盡重栽竹 낚싯대가 쪼개져 다하면 거듭 대를 심나니
불계공정득편휴不計功程得便休 공정功程을 계산하지 않고 바로 쉼을 얻노라.
<선종송고련주통집禪宗頌古聯珠通集>37
설두개선자어부송왈雪竇改船子漁父頌曰 설두가 선자船子의 漁父頌을 고쳐 가로되
야정수한어불식夜靜水寒魚不食 밤이 고요하고 물은 차서 고기가 먹지 않으니
만선재득월명귀滿船載得月明歸 만선에 月明(달빛)만 싣고 돌아온다.
►협산夾山 협산선회夾山善會(805-881) 당대唐代 승려
속성은 요寥, 호는 협산夾山, 시호는 전명傳明. 광둥성廣東省 廣州에서 태어났다.
825년 후난성湖南省 탄저우潭州에 있는 용아산龍牙山으로 출가한 뒤
룬저우潤州의 京口에 머물며 선자덕성船子德誠의 법을 이어받았다.
870년 예주 石門縣 동남쪽에 있는 협산에 영천원靈泉院을 열어 제1대조가 되었다.
그의 선을 피세선避世禪이라 하는데 이는 산속 깊숙이 들어가
은둔하면서 자연을 벗 삼으며 수행하는 것을 이른다.
당나라 말기의 혼란스러운 정치에 대한 혐오감를 반영하는 시류 중 하나이다.
특히 농사를 지으며 수행하는 농선병행農禪倂行의 전통을 세운 인물로 유명하며
농선병행은 제자인 낙포 원안에 의해서 더욱 확고해졌다.
881년(중화 원년) 나이 77세, 법랍 57세로 입적하였다.
‘夾山’
①地名
1. 호남성 악주부岳州府 예주澧州 석문현石門縣 동남 약 17㎞에 위치하며
당 의종 함통 11년(870) 선자덕성船子德誠의 법사인 선회善會가 이 산에 있으면서
선우禪宇를 건립해 선풍을 떨쳐 일으켜 이름이 한 시대를 떠들썩하게 했다.
2. 강소성 진강부鎭江府 단도현丹徒縣 남방 약 2㎞에 위치하며 산중에 죽림사가 있는데
선회가 또한 일찍이 여기에 있으면서 설법했다.
/독사방여기요讀史方輿紀要77 대청일통지大淸一統志62
②당대 선회선사善會禪師.
스님이 일찍이 선후로 강소江蘇의 협산과 호남 예주의 협산에 거주하며 선풍을 거양한지라
고로 세칭이 협산선회선사며 혹 다만 협산으로 그를 대칭代稱함.
<협산경夾山境> 송고연주통집頌古聯珠通集24
협산인승문夾山因僧問 협산에게 중이 묻되
여하시협산경如何是夾山境 무엇이 이 협산경夾山境입니까?
사왈師曰 스님이 가로되
원포자귀청장후猿抱子歸靑嶂後 원숭이가 새끼를 안고 푸른 봉우리로 돌아간 후
조함화락벽암전鳥銜花落碧巖前 새가 꽃을 물어다가 푸른 바위 앞에 떨어뜨린다.
후래법안운後來法眼云 후래에 법안이 이르되
아이십년기작경화회我二十年祇作境話會
내가 20년 동안 다만 境話會(경계를 이야기 한다는 理會)를 지었다.
<무온어록無慍語錄>3 협산경夾山境
벽암청장碧巖靑嶂 벽암碧巖의 청장靑嶂이
초절유심峭絶幽深 초절峭絶(가파르고 험악함)하고 유심幽深한데
화개엽락華開葉落 꽃은 피고 잎이 지면서
자고자금自古自今 자고자금自古自今이다
협산수풍도타夾山隨風倒柁 협산은 바람 따라 타柁(키)를 뒤집었고
법안벽복완심法眼劈腹剜心 법안은 벽복완심劈腹剜心했다.
암부림唵部臨 암치림唵齒臨 옴부림唵部臨 옴치림唵齒臨.
►모타라비母陀羅=모타라母陀羅(mudrā), 모날라母捺羅, 모날라母捺羅
‘印相을 표현한 손. 움직이는 손’
역왈인혹봉譯曰印或封 계약지인야契約之印也
번역해 가로되 인印 혹 봉封이니 계약의 인印.
이수표시지以手表示之 왈결인曰結印 수인手印
손으로 그것을 표시하며 가로되 결인結印ㆍ수인手印이라 함.
<릉엄경楞嚴經>2
여금견아모타라수汝今見我母陀羅手 너는 지금 나의 모다라수母陀羅手를 보느냐.
►자참결택咨參決擇 도를 묻고 거기에 의해서 열심히 수행정진 하는 것.
►난니爛泥 진흙창. 수렁창.
►격칙格則 격식
<선문념송집禪門拈頌集> 第886則
념송설화왈拈頌說話曰 염송설화에 가로되
격칙자格則者 격칙格則이란 것은
비단차별지위非但差別地位 단지 차별의 지위만이 아니라
일체현언묘구一切玄言妙句 시격칙야是格則也
일체의 현언玄言과 묘구妙句니 이것이 격칙임.
►파참罷參 수행을 완성하여 더 이상 스승의 지도를 받을 필요가 없는 것.
파휴참선지의罷休參禪之意 참선을 파휴罷休함의 뜻이니
참학자개오參學者開悟 참학자가 개오하여
대사료필지제大事了畢之際 대사를 요필了畢한 즈음에
부재수도참선不再修道參禪 다시 수도하여 참선하지 않음.
►화회話會 말에 끌려 다니는 이해.
►견득見得 간파하다. 알아차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