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錄/벽암록

벽암록 92칙 垂示

空空 2024. 6. 1. 17:47

벽암록碧巖錄 92칙 세존승좌世尊陞座

【垂 示】

수시운垂示云 수시에 이르기를

 

동현별곡動絃別曲 거문고 소리를 듣고 곡조를 알아차리는 知音은

천재난봉千載難逢 천년에 한 번 만나기 어렵다.

 

견토방응見兔放鷹 그는 토끼를 보자 매를 놓듯이

일시취준一時取俊 어떤 대상도 바로 덮쳐잡는다.

 

총일체어언위일구總一切語言為一句 모든 말을 종합해 한 구절로 만들고

섭대천사계위일진攝大千沙界為一塵 온 세상을 티끌 하나에 집어넣는다.

 

동사동생同死同生 그런 사람과 하나가 되어 생사를 같이 하고

칠천팔혈七穿八穴 환유증거자마還有證據者麼

종횡으로 자유로운 경지를 얻었음을 입증할 수 있겠는가.

 

시거간試舉看 다음 이야기를 살펴보라.

 

 

►동현별곡動絃別曲=동현별곡動弦別曲

거문고 줄을 조금만 퉁겨도 그게 무슨 곡인지 안다.

 

일청탄현식별곡조一聽彈絃識別曲調

탄현彈絃(악기 줄을 퉁김)을 한 번 듣고 곡조를 식별함이니

 

비유십분민첩지령회比喩十分敏捷地領會 계합선기契合禪機

십분 민첩하게 領會(깨달아 앎)하고 선기에 계합함에 비유.

 

<원오어록圓悟語錄>3.

엽락지추葉落知秋 잎이 떨어지면 가을인 줄 알고

동현별곡動絃別曲 악기 줄이 움직이면 곡조를 식별하나니

정광초수定光招手 정광定光이 손짓하매(招手)

지자점두智者點頭 지자智者(智顗)가 머리를 끄덕인다.

 

<列子 湯問篇> 백아절현伯牙絶絃(백아가 거문고의 줄을 끊었다)

백아파금伯牙破琴. 절현絶絃. 지음知音, 고산유수高山流水.

① 서로 마음이 통하는 절친한 벗[知己]의 죽음을 이르는 말.

② 친한 벗을 잃은 슬픔.

 

열자왈列子曰 <열자>에 이르기를

백아선고금伯牙善鼓琴 백아는 거문고 연주를 잘하였고

종자기선청鍾子期善聽 종자기는 감상에 뛰어났다.

 

백아고금伯牙鼓琴 지재고산志在高山

백아가 거문고를 연주하며 그의 마음을 높은 산에 두면

 

자기왈子期曰 선재善哉 아아호약태산峨峨乎若泰山

종자기는 "좋다. 높디높아서 태산과 같구나."라고 하고

 

지재유수志在流水 마음을 흘러가는 물에 두고 연주를 하면

 

자기왈子期曰 선재善哉 양양혜약강하洋洋兮若江河

종자기는 훌륭하다. 넓디넓어서 황하나 양자강 같구나."라고 하였다.

 

백아소념伯牙所念 자기필득지子期必得之

백아가 생각하는 바를 종자기는 반드시 알아내었다.

 

여씨춘추왈呂氏春秋曰 여씨춘추에 이르기를

종자기사鍾子期死 종자기가 죽자

백아파금절현伯牙破琴絶絃 백아는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어

종신부복고금終身不復鼓琴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

 

이위무족위고자以爲無足爲鼓者

연주를 듣고 알아줄 사람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당唐 이한李瀚[夢求]

 

<論語 學而篇>

자왈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무언가를 배우고 때맞추어 그것을 복습한다면

불역열호不亦說乎 역시 기쁘지 않겠느냐?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온다면

불역락호不亦樂乎 역시 즐겁지 않겠느냐?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慍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노여워하지 않는다면

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 역시 군자답지 않겠느냐?

 

<백아伯牙> 백아를 생각하며

아자탄오금我自彈吾琴 나는 내 식으로 거문고를 튕길 뿐

불필구상음不必求賞音 내 소리를 알아줄 이가 필요 없다네.

종기역하물鍾期亦何物 종자기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 길래

강변현상심强辨絃上心 억지로 소리의 뜻을 분별 하려는가

/신항申沆(1477-1507)

 

나는 나의 거문고를 켤 뿐이다

소리를 칭찬할 이 구할 필요 없다

종자기는 대체 어떤 사람이 길래

굳이 줄 위의 마음을 구분하려하는가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으니 내 존재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시인은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내 식으로 살겠다’며 선비의 자존심을 내세운다.

 

►견토방응見兔放鷹 일시취준一時取俊

출중한 師家라면 그렇듯 재빠르게 어떤 俊敏한 자가 나타나도

언뜻 보기만 하고 곧 꽉 눌러 버린다.

 

‘見兔放鷹’ 토끼가 달아나는 것을 보고 매를 날려 보내다.

기회를 보아 적절하게 대응 하는 것.

 

►총일체어언위일구總一切語言為一句 모든 말과 글.

釋尊 一代의 설법은 8만 4천 법문, 5천 48권의 경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을 단 1句,

禪에서의 ‘無’와 같은 한 마디 속에 집어넣든가, 손가락 하나만으로 표현하든가 하는 방법.

 

►섭대천사계위일진攝大千沙界為一塵

大千沙界를 티끌 하나 속에 포함시킬 수 있고

티끌 속에 三千大千世界를 끄집어 낼 수도 있다.

 

‘大千沙界’ 三千大千恒河沙世界의 약어.

‘三千’ 小千·中千·大千의 3千으로 이뤄져있다.

‘恒河沙’ 인도 갠지스 강의 모래.

 

►동사동생同死同生 一體가 되다.

►칠천팔혈七穿八穴 7통8달의 자유자재하다.

►증거자證據者 입증해 줄 수 있는 사람. ‘證據’ 확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