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錄/벽암록

벽암록 92칙 本則 着語

空空 2024. 6. 1. 17:50

【本則과 着語】

거擧 거론하다.

 

세존일일승좌世尊一日陞座 하루는 세존께서 법좌에 오르시자

빈주구실賓主俱失 손님과 주인을 한꺼번에 잃었다.

불시일회루두不是一回漏逗 이번 한 번의 실수가 아니었다.

 

문수백퇴운文殊白槌云 문수보살이 백추白槌를 치면서 말했다.

제관법왕법諦觀法王法 법왕법여시法王法如是

“법왕의 법을 자세히 살펴보니 법왕의 법이 이러하군요.”

 

일자친득一子親得 한 자식만이 친히 얻었다.

 

세존편하좌世尊便下座 세존께서는 그만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수인막향수인설愁人莫向愁人說 근심 있는 사람은 근심 있는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

설향수인수살인說向愁人愁殺人 근심스러운 사람에게 말하면 남을 근심케 만든다.

타고롱비파打鼓弄琵琶 북을 치고 비파를 뜯으니

상봉량회가相逢兩會家 서로를 아는 사람들이 만났구먼.

 

 

►승좌陞座=上堂. ‘오를 승陞’=升

설법하기 위해서 법상에 오르다.

 

►백퇴白槌=백추白椎.

설법을 시작하거나 끝날 때 신호로 딱하고 망치를 치는 것.

시작할 때는 법연용상중法莚龍象衆 당관제일제當觀第一諦 외우고

끝날 때는 제관법왕법諦觀法王法 법왕법여시法王法如是라 한다.

 

부처님께서 언젠가 설법을 하실 때에 문수보살이 유나을 담당하셨다.

문수보살이 게송을 염송하셨다.

 

법연용상중法莚龍象衆 법을 듣는 대중이 용이 아니면 코끼리거나 모두 대보살이니

당관제일제當觀第一諦 마땅히 절대적인 진리인 제일의제를 자세히 잘 관하라.

 

제관법왕법諦觀法王法 이치에 맞게 법왕의 법을 자세히 살피라.

법왕법여시法王法如是 법왕의 법이 이와 같다.

 

부처님께서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한마디 법문도 설하지 않으시고 법문을 마치셨다.

 

<조정사원祖庭事苑>8 백퇴白槌

세존률의世尊律儀 욕변불사欲辨佛事 세존의 律儀는 불사를 분변코자 하면

필선병백必先秉白 반드시 먼저 병백秉白(갈마羯摩의 1종)함이

위목중지법야爲穆衆之法也 대중을 화목하게 하는 법이다.

 

금종문백추今宗門白椎 필명지법존숙이당기임必命知法尊宿以當其任

여금에 종문의 白椎는 반드시 법을 아는 존숙에게 임명해 그 소임을 충당한다.

 

장로재거좌이長老才據座已 장로가 겨우 거좌據座한 다음

이병백운而秉白云 병백秉白하여 이르되

 

법연룡상중法筵龍象衆 당관제일의當觀第一義

법연法筵의 용상중龍象衆이여 마땅히 제1의義를 보아라.

 

장로관기법회長老觀機法會 장로가 법회의 기機를 본다.

수창기종酬唱旣終 수창酬唱을 이미 마치면

부병백왈復秉白曰 다시 병백하여 가로되

 

체관법왕법諦觀法王法 법왕법여시法王法如是

법왕의 법을 체관諦觀하라 법왕의 법이 이와 같다.

 

차개선덕지진규此蓋先德之眞規 개불실불의皆不失佛意

이것은 대개 선덕先德의 진규眞規며 다 불의佛意를 잃지 않았다.

 

차견총림다거세존승좌문수백추且見叢林多擧世尊升座文殊白椎

또 보니 총림에서 많이들 세존이 승좌하자 문수가 백추한 것을 들거니와

 

혹위편열장승或謂徧閱藏乘 불견기연不見其緣

혹은 이르기를 장승藏乘을 두루 열람했지만 그 인연이 보이지 않는다.

 

연병백의범기출성제然秉白儀範旣出聖製 그러나 병백의 의범이 이미 聖製에서 나왔거늘

부하구구구문수지설復何區區求文殊之說 다시 어찌하여 區區히 문수의 설을 구하여

이자무익지론야以恣無益之論耶 무익한 논에 맡기리오.

 

►제관법왕법諦觀法王法 법왕법여시法王法如是

법왕(釋尊)이 설하는 법의 근원을 잘 보라. 법왕의 법은 방금 본 것과 같다.

문수가 아직 아무 설법도 하지 않은 불타 앞에서 이런 말을 한데는

‘참된 부처님의 설법은 방금 그대들이 보았듯이 無言無語 속에 있다’는 뜻이다.

 

‘諦觀’ 잘 생각해 두라.

‘法王法’ 법왕이 설하는 법. ‘法王’ 만법을 지배하는 왕. 불타.

‘法王法如是’ 법왕의 법은 지금 본 바로 그와 같은 것이다.

 

►편하좌便下座 불타는 곧 高座에서 내려와 버렸다.

세존과 문수의 즉각적인 이해가 백아와 자기의 知音과 같은 것이다.

 

►타고롱비파打鼓弄琵琶 상봉량회가相逢兩會家

북이 울리고 비파가 연주되는 가운데 두 거장이 서로 만난다.

知音인이 서로 만나는 모습.

‘會家’ 전문가. 玄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