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발跋
발跋
원오노조圓悟老祖 원오스님이
거협산시居夾山時 협산에 계실 때
집성차서集成此書 이 <벽암록>을 만들었는데
욕천하후세欲天下後世 지유불조현오知有佛祖玄奧
그것은 후세사람들에게 불조의 깊은 뜻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기소보재豈小補哉 그러나 이것이 어찌 작은 도움이겠는가.
노묘희老妙喜 대혜 스님께서는
심환학자불근어도深患學者不根於道 수행자들이 道에 근본을 두지 않고
닉우지해溺于知解 아는 것에만 탐닉할까 심히 염려스러웠던 나머지
유시훼지由是毁之 이 <벽암록>을 없애 버렸다.
위기부자지간모순謂其父子之間矛盾 가호可乎
(그렇다면 이 두 분의 상반된 행동을 일러)
부자지간의 모순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금우중장거사今嵎中張居士 이제 우중의 장거사[嵎中張居士]가
중위판행重爲板行 거듭 판을 찍어 세상에 유통시키니
과하위재果何謂哉 이를 과연 뭐라고 말해야만 하겠는가.
람자覽者 의자택언宜者擇焉
(이 <벽암록>을)읽는 이는 마땅히 스스로 (이 문제를)해결해 보라.
대덕임인大德壬人 중추中秋
주천동제칠세법손비구정일住天童第七世法孫比丘淨日 배수근서拜手謹書
1302년 가을에
천동사에 머무는 제7세 법손 비구 정일은 합장하고 삼가 씀.
►‘밟을 발跋’ ‘발문跋文’의 준말. 밟다, 비틀거리다, 넘다, 넘어가다
►소보小補 조금 도움이 되다.
►노묘희老妙喜 대혜종고
고훼벽암杲燬碧巖 종고가 벽암록을 태운 것은
공학앵무恐學鸚鵡 앵무를 흉내 낼까 염려했음이니
연비충소鳶飛冲霄 솔개는 날아 하늘을 찌르거늘
연작니남燕雀呢喃 제비와 참새는 재잘거리네.
‘고훼벽암杲燬碧巖’
고杲는 대혜종고大慧宗杲며 벽암碧巖은 <벽암록碧巖錄>10卷).
전칭全稱은 불과원오선사벽암록佛果圜悟禪師碧巖錄.
송대宋代의 승려인 원오극근圜悟克勤이 편집했으며 대정장大正藏 제48책에 수록.
또 원오노인벽암록圜悟老人碧巖錄ㆍ벽암집碧巖集ㆍ원오벽암집圜悟碧巖集이라 한다.
본서本書는 처음에 설두중현雪竇重顯(980-1052)이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의 1,700公案 중에
가장 중요한 百則을 선택하여 그 뒤에 송문頌文을 붙인 것이 되는데
원오극근圜悟克勤(1063-1135)이 다시 수시垂示ㆍ평창評唱ㆍ착어著語를
가하여 선화宣和 7年(1125)에 비로소 완성 했다.
각 則에 먼저는 垂示며 다음에 本則과 頌古를 내고 每句의 아래에 著語를 붙였다.
그리고 공안을 염출拈出한 자의 略傳ㆍ評唱機鋒ㆍ自作頌ㆍ總評唱이다.
‘벽암’ 一詞의 유래에 이르러선 원오가 예주澧州 협산夾山 영천원靈泉院에서
평창을 지을 때 그 方丈室의 편액匾額 상의 제자題字이다.
이 2자는 夾山의 開祖인 선회선사善會禪師의 詩句인
원포아귀청장후猿抱兒歸靑嶂後 원숭이는 새끼를 안고 靑嶂으로 돌아간 후
조함화락벽암전鳥啣花落碧巖前 새는 꽃을 물고 碧巖의 앞에 떨어뜨린다.
한 것에서 기원起源 한다.
건염建炎(1127-1130)년간에 극근克勤의 門人인 대혜종고大慧宗杲가
學人들이 이 책으로 口頭의 쾌편快便을 삼는 연고로 인해 대중을 對하여 불태웠다.
고로 본서는 이루어진 후 이백년간 총림에서 보이지 않았는데
바로 元代 大德(1297-1307)년간에 이르러 장명원張明遠이 重刊함으로 말미암아
이를 존중해 宗門第一書가 되어 비로소 치소緇素(僧俗)의 사이에 盛行했다.
<선림보훈순주禪林寶訓順硃>4
碧巖은 산 이름이며 集은 책 이름이니 이는 圓悟勤祖가 이 산에 있으면서
평창評唱을 지어 설두송고雪竇頌古를 해석해 벽암집碧巖集을 만들었다.
(···)
이런 연고로써 막 들어온 初學이나 새로 계를 받은 후배들이 진보珍寶와 같이
옥과 같이 그 말을 귀중히 여겨 아침에 외우고 읽고 저녁에 익히고 배우면서 이르기를
지극한 학문이 된다 하며 성찰省察하여 옳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있지 않았으니 病痛이로다.
學者의 心術은 마치 기름이 밀가루에 들어가면 가히 다시 救濟하지 못함과 같다.
소흥紹興(1131-1162)初 불일고화상佛日杲和尙(佛日宗杲)이(福建에 들어갔더니
學者들이 評唱에 引導되는 바라 轉頭함을 긍정하지 않고
날로 달리고 달로 달림(日馳月騖)이 마치 野馬가 빠르게 달려 거두기 어렵고
時로 담기고 刻으로 적심(時浸刻漬)이 마치 고수蠱水(蠱毒의 물)가
목구멍에 들어가 질병을 이룸과 같음을 보고 바로 그 벽암집의 板을 부수고 태웠다.
‘공학앵무恐學鸚鵡’ 학學 모방模倣. 학습學習.
앵무鸚鵡 능히 말하는 새. 능히 사람의 설화說話를 모방模倣함.
‘연비충소鳶飛冲霄’ 충冲=충沖. 충衝. 직상直上.
자휘字彙 충沖은 위로 낢(上飛)이다.
‘연작니남燕雀呢喃’
대붕大鵬이 날개를 펴면 10洲를 덮거늘
울타리 가의 제비와 참새는 공연히 찍찍거리네라는 句가 있음.
<옥편玉篇> 니呢는 니남呢喃이니 작은 소리로 말이 많음이다.
<옥편玉篇> 남喃은 니남呢喃이다.
<광운廣韻> 니呢 말이 또렷하지 못함이다. 니남呢喃이다.
►장거사張居士 장명원張明遠
►대덕임인大德壬人 대덕 6년(1302)
►정일淨日 무준사범無準師範의 法을 이은 禪僧. 나머지는 미상.
/석지현 역 <벽암록>4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