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錄/벽암록

벽암록 후서後序

空空 2024. 6. 10. 20:59

후서後序

원오선사圜悟禪師 원오선사가

평창설두화상송고일백칙評唱雪竇和尙頌古一百則 설두화상의 송고일백칙을 평창했으니

 

부결현미剖決玄微 현묘한 뜻을 판단하고

결척유수抉剔幽邃 깊고 그윽함을 드러냈으며

현열조지기용顯列祖之機用 조사들의 역량과 그 전술전략을 펼쳐 보여

개후학지심원開後學之心源 후학들의 심원을 열어 줬다.

 

황묘지허응況妙智虛凝 게다가 더욱이 미묘한 지혜가 모이고[虛凝]

신기묵운神機默運 신령스러운 역량[神機]이 말없이 움직이면

정욱휘이현경동조晶旭輝而玄扃洞照 해는 현묘한 道의 길을 밝게 비추고

원섬승이유실랑명圓蟾升而幽室朗明 달은 솟아 그윽한 집에 낭랑히 비칠 것이다.

기천식이능치극재豈淺識而能致極哉 어찌 천박한 지식으로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겠는가.

 

후대혜선사後代慧禪師 그 후 대혜선사가

인학인입실因學人入室 한 학인이 입실해서

하어파이의지下語頗異疑之 하는 말이 이상하여 의심을 하게 되었다.

 

재감이사봉자좌纔勘而邪鋒自挫 그래서 자세히 점검해보니 삿된 칼이 스스로 꺾였으며

재국이납관再鞠而納款 자강왈自降曰 재차 다그치자 그 학인은 자백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벽암집>중기래我<碧巖集>中記來 제 말은 모두 <벽암록>에서 인용한 것이요

실비유오實非有悟 실제로는 깨달음을 체험하지는 않았습니다.

 

인려기후불명근본因慮其後不明根本 이 일이 있은 그 후 수행자들이 근본을 밝히려 하지 않고

전상어언이도구첩專尙語言以圖口捷

오직 언어만을 숭상해서 말 잘하는 것만을 도모할까 염려스러워

 

유시화지由是火之 대혜스님은 <벽암록>을 불 질러서

이구사폐야以救斯弊也 그 폐단을 구했던 것이다.

 

연성차서然成此書 그러나 <벽암록>을 지은 원오스님 마음이나

화차서기용심즉火此書其用心則 <벽암록>을 불 지른 대혜스님의 마음이나

기유이재豈有二哉 그 마음은 하나요 어찌 둘이겠는가.

 

우중장명원嵎中張明遠 우중의 장명원이

우획사본후책偶獲寫本後冊 우연히 <벽암록>의 사본 뒷부분을 구했고

우획설당간본급촉본又獲雪堂刊本及蜀本 또 <설당간본>과 <촉본>을 구해서

교정와천校訂訛舛 그 잘못된 곳을 바로잡아

간성차서류통만고刊成此書流通萬古 <벽암록>을 간행하여 만고에 유통케 했다.

 

사상근대지지사使上根大智之士 기질이 강하고 지혜가 큰 사람들로 하여금

일람이돈개본심一覽而頓開本心 <벽암록>을 한번 보는 즉시 본심을 깨닫고

직조무의지지直造無疑之地 곧바로 의심 없는 경지에 이르게 했으니

기소보운호재豈小補云乎哉 이것이 어찌 작은 보탬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연우정사영불회일延祐丁巳迎佛會日 연우정사(1317) 영불회일에

경산주지비구희릉徑山住持比丘希陵 경산 주지 비구 희릉이

배서이위후서拜書以爲後序 절하고 글을 지어 후서라고 일컫는다.

 

 

►부결剖決 옳고 그름을 갈라 결정하다. (여기서는)판단하다

►결척抉剔 살을 긁고 뼈를 발라내다. ‘분명히 드러내다’

►정욱晶旭 해, 태양.

►현경玄扃 현묘한 道의 입구

►원섬圓蟾 달

 

►국鞠 죄를 문책하다

►납관納款 (죄 따위를)자백하다

►상尙 숭상하다. 받들다.

►구첩口捷 捷口. 말을 잘하다.

►설당간본雪堂刊本 미상. (<福本>으로 의심함)

 

►와천訛舛 틀리고 어긋나다

►운호재云乎哉 ~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연우정사延祐丁巳 연우 4년(1317)

►희릉希陵 허곡희릉虛谷希陵(1247-1322) 원오의 8世

/석지현 역 <벽암록>4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