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명信心銘 ⑬

신심명信心銘 ⑬

<하나는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은 하나다.>

 

극소동대極小同大 극히 작은 것은 큰 것과 같아

망절경계忘絶境界 그 경계가 끊어졌다.

 

극대동소極大同小 극히 큰 것은 작은 것과 같아

불견변표不見邊表 끝과 겉이 보이지 않는다.

 

앞에서 말한 ‘무재부재無在不在’를 다시 설명하였다.

이 구절은 <능엄경>에

‘저 하나의 티끌 끝에 보왕찰寶王刹을 나투고

가는 티끌에 앉아 대법륜을 굴린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화엄법계관문에

‘거대한 바다는 작은 물결 가운데 있지만 바다는 작은 것이 아니고,

작은 물결은 큰 바다에 널리 퍼져 있지만 물결이 큰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극소는 극대와 같고 극대는 극소와 같다.

거기에는 양쪽의 ‘경계’가 끊어지고

‘변표邊表’(가운데에 대한 가장자리, 안에 대한 바깥)를 보지 못한다.

 

사물의 크고 작은 것은 인간의 습관적인 분별에서 구별한 것으로

道의 본체에는 크고 작음이 없고 피차도 없는 것.

 

작음의 극소는 무상無相이며 큼의 극대도 또한 무상無相이다.

이 무상無相이라는 것은 대도진실의 상相이며 소위 차별의 세계를 끊는 것이다.

 

극대든 극소이든 궁극에까지 추구해 가면 형상은 없어지고

어디가 중앙인지 가장자리인지 구별이 없는 것이다.

즉 허공의 안팎을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즉 본래의 자기의 무상이다.

분별을 넘어선 경지의 표현이다.

 

어느 납자가 조주스님에게 물었다.

“‘불견변표不見邊表’ 때는 어떠합니까?”

 

스님은 물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이 무엇이냐?”

“물병입니다.”

 

스님은

“훌륭한 ‘불견변표不見邊表’로군”

 

진여眞如는 대소, 변표邊表를 떠난 곳에 있다.

‘그대는 어쩌면 계속 (꽃병)보고 있지 않는가,

‘변표邊表를 보지 않는다.’는 것은 어디로 갔지?’

 

오로지 고인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발로 땅을 딛는 참된 수행자가 되라고 충언한 것이다.

 

유즉시무有卽是無 있음이 그대로 없음이며

무즉시유無卽是有 없음이 그대로 있음이다.

 

약불여차若不如此 만약 이 같지 않다면

필불수수必不須守 결코 (지도무난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

 

대와 소의 상대는 절대적인 진리 상에서는 없는 것과 같이

유도 무도 또한 상대적인 명칭일 뿐, 불이不二임을 강조한다.

 

‘유즉有卽’은 승조의 <열반무명론>에

‘유는 무로부터 생기고 무는 유로부터 생긴다.

유를 떠난 무가 없고 무를 떠난 유가 없다.’는 의미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유는 스스로 유가 아니고 무의 유요,

무는 스스로 무가 아니라 유의 무이니,

유가 홀로 있을 수 없고 무가 홀로 설 수 없음을 말한다.

참된 실재 상에서는 유도 무도 없다.

 

그것은 둘을 망절忘絶한 것이 아닌 불이不二일 뿐이다.

지도무난至道無難이 이 같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단연코 고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일즉일체一卽一切 하나는 그대로 모든 것이고

일체즉일一切卽一 모든 것은 그대로 하나이다.

 

단능여시但能如是 다만 이 같이 (자각)되었다면

하려불필何慮不畢 어찌 마치지 못했다고 염려하랴.

 

‘일즉일체 일체즉일’(평등즉차별 차별즉평등)은 불교의 철학이다.

앞에서 하나 즉 많음의 관계를 말했지만 지금은 하나도 모든 것도 같은 것으로서

이는 만법은 일심으로 돌아가고 일심은 만법이 되어

원융무애한 세계이며 이를 ‘有不如不’이라고 한다.

 

이 일을 참되게 이해하였을 때 선의 수행은 ‘마쳤다[畢]’라고 한다.

그 외 어떠한 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수행의 미숙을 우려할 필요가 조금도 없다는 것이다.

 

‘여시如是’라는 말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사물이 있는 그대로 전체적 존재라고 본다는 것은 실로 큰일이다.

이것이 된다면 불필不畢을 염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일즉일체一卽一切 일체즉일一切卽一의

사실 경험의 당체를 ‘신信’하고 그 신은 심心이다”

라고 선학자 스즈키[鈴木]박사는 말한다.

 

“사람 사람마다 구족한 심법은 생불일체인 것을 깨달아

실로 의심함이 없는 이것을 심心을 신信한다라고 한다.”고 하였다

(불정국사佛頂國師 신심명변주信心銘辯注)

 

신심불이信心不二가 ‘여시如是’이며 여시如是의 바라밀행이 禪인 것이다.

진여법계의 ‘일즉일체一卽一切 일체즉일一切卽一’은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의 실상반야의 세계를 말함이며

여기서 즉卽은 ‘즉비卽非’의 의미이다.

/혜원스님 동국대 선학과 교수/법보신문

 

●금강경의 즉비卽非

 

금강경을 읽고 나면 남는 단어가 가장 헷갈리게 하는 즉비卽非일 것입니다.

모든 금강경이 곧 아니다 라고 해석하는 즉비卽非는 금강경에서 20번이나 나옵니다.

 

즉卽에는 곧, 이제, 만약, 만일, 혹은, 가깝다. 가까이하다.

나아가다. 끝나다. 죽다. 불똥이라는 뜻과 함께

 

‘다른 게 아니라’ ‘바로 그것이’ ‘더 말할 나위 없이’

‘그러한’ ‘그러할 때는’ ‘그렇게 될 때는’ 등의 뜻이 있습니다.

 

비非에는 옳지 않다. 어긋나다. 아니다. 그르다. 나쁘다. 등지다, 배반하다. 벌하다.

나무라다, 꾸짖다. 비방하다. 헐뜯다. 아닌가, 아니한가. 없다. 원망하다. 숨다.

거짓. 허물, 잘못. 사악邪惡. 등의 부정의 뜻과 함께

 

‘그게 아니고’ ‘그런 것만이 아니고’ ‘비슷한’ ‘거의 같은’ 등의 여지의 뜻도 있습니다.

 

즉비卽非를 단정적 부정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곧, 아니다’라고 해석들 합니다.

‘아니다’라는 부정을 의미하는 문자로는 비非보다는 부不가 더 적절합니다.

즉부卽不가 즉비卽非 보다는 ‘곧 아니다’라는 뜻이 확실합니다.

 

아마도 즉비卽非를 쓴 이유는

‘그러한, 그러할 때는[卽]’ ‘옳지 않고 어긋나다[非]’

라는 뜻으로 쓴 것이 아닐까 사유합니다.

단정적 부정이 아닌 지양止揚적 여지餘地로 해석해야 될 것입니다.

 

즉 지양止揚이란

‘더 높은 단계로 오르기 위하여 어떠한 것을 하지 아니함,’

 

또는 어떤 사물에 관한 모순이나 대립을 부정하면서 도리어

한층 더 높은 단계에서 이것을 긍정하여 살려 가는 일이란 뜻이고

 

여지餘地란

남은 것을 뜻하며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나 희망을 뜻합니다.

 

삼천대천세계와 항하사 불가사의 등의 헤아릴 수 없는 숫자를

자주 언급하시는 폭넓은 부처님께서 단순하게 단정적으로

‘그렇다, 아니다’라고 단정 지어서 부정적으로 말씀하시지는 않았을 겁니다.

 

부처님과 제자 수보리는 다음과 같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곧 아니라’고 했다고 해석들 합니다.

기존의 해석과 필자의 해석을 비교 해 보시도록 아래 위에 달아 보았습니다.

 

즉비보살卽非菩薩 곧 보살이 아니니라.

그러할 때에 보살이라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나느니라.

 

즉비신상卽非身相 곧 몸의 형상이 아닙니다.

그러한 몸의 형상이라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납니다.

 

즉비복덕성卽非福德性 곧 복덕의 성품이 아닙니다.

그러한 복덕의 성품이라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납니다.

 

즉비불법卽非佛法 곧 부처님의 법이 아니니라.

그러한 것이 부처님의 법이라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납니다.

 

즉비장엄卽非莊嚴 곧 아름답게 꾸민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것을 아름답게 꾸미는 장엄이라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납니다.

 

즉비장엄卽非莊嚴 곧 장엄이 아니니라.

그러한 장엄이라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나느니라.

 

즉비반야바라밀卽非般若波羅密 곧 반야바라밀이 아니니라.

그러한 반야바라밀이라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나느니라.

 

즉비중생卽非衆生 곧 중생이 아니니라.

그러할 때에 중생이라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나느니라.

 

즉비보살卽非菩薩 곧 보살이 아니니라.

그러할 때에 보살이라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나느니라.

 

즉비일체법卽非一切法 곧 모든 법이 아니니라.

그러한 것이 모든 법이라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나느니라.

 

즉비구족색신卽非具足色身 곧 모두 갖춘 몸이 아니요.

그러한 것을 모두 갖춘 몸이라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납니다.

 

즉비구족卽非具足 곧 모두 갖춘 것이 아니요.

그러한 것을 모두 갖추었다고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납니다.

 

즉비선법卽非善法 곧 옳고 바른 법이 아니요.

그러한 것이 옳고 바른 법이라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나느니라.

 

즉비유아卽非有我 곧 나가 있음이 아니니라.

그러한 것을 나가 있다고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나느니라.

 

즉비범부卽非凡夫 곧 일반사람이 아니요.

그러한 일반사람이라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나느니라.

 

즉비미진중卽非微塵衆 곧 아주 작은 먼지들이 아니라,

그러한 것을 아주 작은 먼지들이라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납니다.

 

즉비세계卽非世界 곧 세계가 아니요.

그러한 것을 세계라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납니다.

 

즉비일합상卽非一合相 곧 하나로 합친 모양이 아니요.

그러한 것을 하나로 합친 모양이라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납니다.

 

즉비아견인견중생견수자견卽非我見人見衆生見壽者見

곧 아견 인견 중생견 수자견이 아닙니다.

그러할 것을 아견 인견 중생견 수자견이라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납니다.

 

즉비법상卽非法相 곧 법상이 아니요.

그러한 것을 법상이라 함은 옳지 않고 어긋나느니라.

그게 그 말 아니냐면 할 말 없습니다./박소천의 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