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2
寒山詩 2
중암아복거重巖我卜居 내 사는 겹겹의 바위산
조도절인적鳥道絶人跡 새만 드나들 뿐 인적 없다.
정제하소유庭際何所有 바위 뜰에 뭐 있겠나
백운포유석白雲抱幽石 그윽한 돌 안은 흰구름 감도는
주자범기년住茲凡幾年 이곳에 살은지 몇 핸고
누견춘동역屢見春冬易 봄가을 바뀐지 여러 번
기어종정가寄語鐘鼎家 부자들에게 한마디 하노니
허명정무익虛名定無益 헛된 이름 득 될게 없더라.
►중암아복거重巖我卜居 내 사는 겹겹의 바위산
‘복거卜居’ 살만한 곳을 점을 쳐 정함.
<초사楚辭 복거卜居>편에
굴원屈原이 태복감 정첨윤鄭詹尹에게 점을 쳐서 거처를 정하려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정첨윤의 대답이 이러했다.
부척유소단夫尺有所短 무릇 자(尺)라도 짧아 보일 수가 있고
촌유소장寸有所長 촌寸이라도 길어 보일 수가 있으며
물유소부족物有所不足 물건도 부족한 경우가 있고
지유소불명智有所不明 지혜라도 밝지 못한 경우가 있으며
수유소불체數有所不逮 숫자로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신유소불통神有所不通 신령함으로도 통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용군지심用君之心 그대의 마음이 가는 곳을 따라
행군지의行君之意 그대의 뜻대로 행하기 바랍니다.
구책성불능지사龜策誠不能知事 점으로는 참으로 일을 알 수가 없습니다.
하늘 아래 山이 누대樓臺 되니 일망무제一望無際
►조도절인적鳥道絶人跡 새만 드나들 뿐 인적 없다.
새 길 끊겨 터럭도 떨어지지 않으니 하늘땅이 뭐 다르랴.
►정제하소유庭際何所有 바위 뜰에 뭐 있겠나. 마당인들 있으랴?
‘정제庭際’ 뜨락. 정원(마당)의 가장자리.
바람 소리에 눈 돌리면 천지가 뜰이다.
►백운포유석白雲抱幽石 그윽한 돌 안은 흰구름 감도는
만년 거암인들 무슨 말 하나?
►주자범기년住茲凡幾年 이곳에 살은지 몇핸 고
‘주자住茲’ 이곳에 머물다. ‘茲’ 이곳, 이때
아직도 헤메고 헤맨지 몇 해?
►누견춘동역屢見春冬易 봄가을 바뀐지 여러 번
屢見~易 ~바뀜을 여러 차례 보다.
세월에 장사 없다.
►기어종정가寄語鐘鼎家 부자들에게 한마디 하노니
‘기어寄語’ 말을 보내다. (한마디) 말을 부친다.
‘종정가鐘鼎家’=종명정식지가鐘鳴鼎食之家.
식사 때가 되면 종을 쳐 식구들을 모아 솥을 벌려놓고 밥을 먹는 집. 곧 부자라는 뜻.
헐~~ 씰데 없이 뭐 하러 씨부리는가? 먹을 곳도 없는데 배고프게 스리.
►허명정무익虛名定無益 헛된 이름 득 될게 없더라.
진주를 돼지에게 던지지 마라.
이 시는 초기 詩중 말기에 속한다. 산 속 생활에 적응되는 모습이다.
그래도 사회의 불만이 표출된다. 부자에게 하는 말이 자기 자신에게 향한 물음이다.
아무 소용없는 물음은 자신을 관조한다.
홀로 된 인간을 보았는가.
홀로 된 사람을 보았는가.
사람은 어디서나 시행착오와 자가당착을 갖는 중에
하루에 12번도 더 기와집 부수고 짓는다.
/201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