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3
寒山詩 3
가소한산도可笑寒山道 우습겠지 한산 길
이무거마종而無車馬蹤 수레바퀴 자욱 있을리 없다.
연계난기곡聯谿難記曲 시냇물 구비구비 돌고 돌아
첩장부지중疊嶂不知重 첩첩 싸인 산 몇 겹인 줄 몰라라
읍로천반초泣露千般草 풀잎마다 아침 이슬
음풍일양송吟風一樣松 솔 가지 바람을 읊는다.
차시미경처此時迷徑處 걷다 보면 여긴 어딘지
형문영하종形問影何從 그림자에게 어디로 가지?
►가소한산도可笑寒山道 우습겠지 한산 길
‘道’는 ‘路’된 本도 있다.
웃겠지. 내 모습 내 꼬라지 보면. 비웃겠지. 내 잘난척 하던 짓거리들.
이 자슥 잘 될 줄 알았는데 요 꼬라지네.
쓰벌~ 니놈들이 내 가는 길을 알어?
니놈들 모르는 나만의 길이라고 허황한 존심 세운다.
근데 헐~ 초라함 보다 비참해져.
내 앞에서 아무 것도 아니었는데
►이무거마종而無車馬蹤 수레바퀴 자욱 있을 리 없다.
미친놈도 여기 오지 않는데 어느 놈이 여기 와.
먹을 게 있나 잘 곳이 있나 경치가 좋나.
►연계난기곡聯谿難記曲 시냇물 구비 구비 돌고 돌아
계곡 물 따라 오르고 올라 돌아보면 꾸부렁꾸부렁 아득한 길 얼마나 긴지.
뭐든 잘 하고 잘 되고 싶었는데 잘하려고 잘 될라고 엄청 몸부림쳤는데 왜?
온 몸으로 열심히 뼈 빠지게 했는데 왜냐구?
성내며 분통을 터뜨리고 지랄발광을 해도 아무것도 되지 않고 아무도 이유를 말 해주지 않았어.
내가 왜 요 모양 요 꼴인지
죽고 싶은데 죽을 용기는 없고 한심하고 무능한 몸뚱이 어디 둘 데 없어
이 멀고 먼 산 속 깊이 이렇게라도 도망쳐 꼭꼭 숨고 싶었어.
►첩장부지중疊嶂不知重 첩첩 싸인 산 몇 겹인 줄 몰라라
첩장疊嶂 겹겹이 우뚝 솟은 봉우리
끝내 오르면 길은 산 속에 숨고 구름 감긴 겹겹의 봉우리
뭐 알게 있나. 알아야 할 것 던져버리고 알고 싶은 것 내버리고 여기 그냥 있자.
►읍로천반초泣露千般草 풀잎마다 아침 이슬
‘천반千般’ 여러 가지
밤새 추위에 떨다 해 뜨자 웅크린 몸 펴며 동굴 나서면 다리에 척척 감겨오는 풀잎들
►음풍일양송吟風一樣松 솔가지 바람을 읊는다.
‘음풍吟風’ 바람 소리
‘일양一樣’ 동일한, 한 종류. 한가지.
할 일 없어 걷지만 귀엔 바람소리 눈엔 아름드리 소나무
함 없는 발자욱 소리 함 없는 솔바람 寂寂함이 惺惺
►차시미경처此時迷徑處 걷다 보면 여긴 어딘지
바위 틈새 물 한 모금 마시고 해 저무는데 어디까지 왔지?
►형문영하종形問影何從 그림자에게 어디로 가지?
뉘 있어 물어 볼까?
달뜨니 몸이 그림자에게 묻는다.
갈 곳 없는 곳에서 갈 곳 모르는데 어디로 가지?
가야할 길이 있기나 하나?
가소로운 그 길도 보이지 않고 楊朱처럼 울지도 못한다.
초기(40세)를 전후로 나누면
초기 전기는 입산 후(30 전후) 과거의 시들을 기억나는 대로 적은 것도 있겠고
과거 회상으로 쓴 것을 말하고 초기 후기는 입산 후 10년간 산 속 적응기로 잡는다.
인생에서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무것 도 없다.
한산자는 꿈이 크고 과시욕 강한 자존심 센 유통성 없는 사람이라
상처 받기 쉽고 후유증도 오래가는 사람이다.
마음이 여리지만 남에게 손 벌리지 않는 재주 없는 사람.
1, 2 句는 떠나 온 사회에 대한 범벅된 애증으로 자신의 못난 모습을 빗대고 있다.
3~6 句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환경에서 위안을 찾으려 한다.
7, 8 句에서 자신의 현위치 좌표를 찍어보지만 어딘지 알 수가 없다.
밤에 보이는 건 달빛의 그림자일 뿐 확실하지 않다.
하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임에랴.
마음은 무겁고 몸은 할 일 없이 빈둥거리고 있다.
어디로 가지?
어떻게 가지?
누가 답 해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