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5
寒山詩 5
금서수자수琴書須自隨 거문고와 책이야 절로 따르지만
녹위용하위祿位用何爲 녹봉과 벼슬은 어디다 쓸까
투련종현부投輦從賢婦 가마 버리니 어진 아내 따르고
건거유효아巾車有孝兒 수레 메는 효자도 있다.
풍취폭맥지風吹曝麥地 보리 널린 마당에 바람 불고
수일옥어지水溢沃魚池 고기 살찐 호수에 물 넘친다.
상념초료조常念鷦鷯鳥 늘 생각하노니 뱁새가
안신재일지安身在一枝 몸 편히 쉬는 곳은 가지 하나일 뿐
►금서수자수琴書須自隨 거문고와 책이야 절로 따르지만
환경에 따라 생활이 다름을 운명이라고 해야할까 선택되어졌다고 할까.
무릇 지식인은 책을 가까이 하고 예를 숭상하며 樂을 즐기는 것이 옛사람들의 풍도風度였다.
내적 美는 예악으로 나타난다.
행위는 內氣를 기르고 내기는 행위를 단련시킨다.
선비와 隱者에게 책과 거문고가 같이 있음은 이를 말함이다.
►녹위용하위祿位用何爲 녹봉과 벼슬은 어디다 쓸까
통일제국 漢나라 말엽부터 隋唐이 세워지기 전까지 약 400년 동안
숱한 나라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할 때 백성들은 삶의 무게와 생활의 고초에 허덕였고
지식인들은 현학玄学에 매몰 될 수밖에 없는 시대의 연속이었다.
이 시기는 중국식 불교의 정착시기이기도 하다.
고난과 핍박의 연속은 누구에게나 다 정신적인 지줏대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고나면 모가지가 추풍낙엽처럼 흩날리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내 목숨 소중커늘 벼슬해서 뭐하랴.
►투련종현부投輦從賢婦 가마 버리니 어진 아내 따르고
‘련輦’ 가마(조그만 집 모양의 탈것) 손수레. 연(임금이 타는 수레)
周나라 楚王이 자종子終의 어짊을 듣고 그를 재상으로 등용하려고
신하에게 金 백 일(百鎰)을 들려 찾아가게 했다.
자종이 말했다.
"제게는 조강지처가 있습니다.
아내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자종이 아내에게 말했다.
"초왕께서 나를 승상으로 등용하겠다고 사람을 시켜 금을 보내왔소.
오늘 재상이 되면 내일부터는 말 네 마리가 끄는 수레를 타게 될 것이고
큰 상에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오. 어떻겠오?"
아내가 말했다.
"당신은 짚신을 꾸려 살아갈 뿐 재물을 다스려본 적이 없는 분입니다.
왼쪽에 거문고가 있고 오른쪽에 책이 있으면 즐거움이 그 안에 있을 것입니다.
편안함이란 것은 무릎을 펼 수 있으면 되고
큰 상에서 밥을 먹어도 맛있게 먹는 것은 고기 한 점이면 됩니다.
이제 무릎이나 펴는 편안함과 고기 한 점의 맛으로
초나라의 걱정을 받아들이겠다니 가당한 일이겠습니까?
난세에는 해로움이 많은 법이라
첩은 당신의 생명을 지키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이에 자종은 출사할 뜻이 없음을 알리고 신하를 돌려보냈다.
두 사람은 멀리 달아나 사람들을 위해 논에 물을 대며 살았다.
사람들이 자종의 아내의 덕행을 칭송했다.
/<烈女傳> 楚於陵妻, 劉向撰, 임동석 역주, 발췌
시경詩經에서
염염양인厭厭良人 온화하고 어지신 임
질질덕음秩秩德音 사랑의 말씀 내 안에 가득합니다.
고 한 것은 이것을 말한 것이다.
►건거유효아巾車有孝兒 수레 메는 효자도 있다.
‘건거巾車’ 베나 비단 따위로 막幕을 쳐서 꾸민 수레
진왕晋王 홍弘이 도연명의 덕망을 듣고 사귀려고 했으나 되지 않자
도연명이 여산廬山으로 간다는 말을 듣고
그의 친구 방통지龐通之에게 술을 준비해 도중에서 기다리게 했다.
도연명은 다리에 병이 있어 그의 제자 한명과 두 아들에게 가마를 메게 했다.
도중에서 술을 즐거이 마시며 놀 때 진왕 홍이 왔으나 거절하지 않았다.
/<南史>75
►풍취폭맥지風吹曝麥地 보리 널린 마당에 바람 불고
폭맥曝麥 보리를 말리다. ‘曝’ 볕을 쬐다. 말리다.
고봉高鳳의 자字는 문통文通으로 남양엽南陽葉 사람이다.
젊었을 때 서생書生(유학儒學을 닦는 사람)이 되었으며 농사를 업으로 했다.
밤이고 낮이고 쉬지 않고 온 정성을 다해 책을 독송했다.
고봉의 아내가 밭에 나가면서 보리를 말리려고
마당에 널어놓았으니 닭이 쪼아 먹지 않도록 지키라고 당부했다.
고봉은 막대기를 들고 송경誦經하고 있었는데
폭우가 쏟아져 보리가 물에 떠내려갔어도 알지 못했다.
아내가 돌아와 이상하게 여겨 그에 대해 물으니 고봉은 그때서야 그런 사실을 알았다.
그 후 고봉은 마침내 명유名儒가 되었으나
나라에서 불러도 나가지 않고 고기 낚으며 숨어살았다.
/<後漢書> 高鳳傳
►수일옥어지水溢沃魚池 고기 살찐 호수에 물 넘친다.
범려范蠡(BC517-?)는 월越나라 왕을 도와 회계에서의 치욕을 씻고
월나라를 떠나 오호五湖에 배를 띄우고 놀았다.
범려는 그때 회계의 일을 잊고 있었다.
►상념초료조常念鷦鷯鳥 늘 생각하노니 뱁새가
►안신재일지安身在一枝 몸 편히 쉬는 곳은 가지 하나일 뿐
초료鷦鷯 뱁새는
소어심림巢於深林 깊은 숲에 둥지를 틀어도
불과일지不過一枝 가지 하나면 되고
안서음하堰鼠飲河 둑에 사는 쥐가 마시는 물은
불과만복不過滿腹 배를 불리는 것에 불과하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유교의 지식으로 도교의 끝에 앉아 있는 모습.
완숙된 도인의 모습.
이 시를 중기(41~80세) 50代에 두고 싶다.
입산한지 어느덧 20여년.
몸도 마음도 완벽히 산 속 생활에 능숙하고
아무 꺼리낌 없는 수도修道가 이루어진다.
만약 이 시를 초기 후기에 둔다면
자신의 간절한 여망을 나타낸다고 해야겠다.
지금까지 자신의 생을 지나 온 것을 반추하는 것으로
유교를 배우고 익히는 학습과 도교의 이상을 지향하는 자신의 모습 정도로.
정신연령을 이렇게 나누고 싶다.
유교(俗諦) ↔ 도교(山中) ↔ 불교(眞諦)
유교는 생활을 도교는 유불을 잇는 징검다리로 佛은 깨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