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13
寒山詩 13
옥당주주렴玉堂拄珠簾 옥당에 주렴을 내리고
중유선연자中有嬋娟子 안에는 어여쁜 미인 있어라
기모승선인其貌勝仙人 그 모습 신선보다 빼어나
용화약도리容華若桃李 화사한 얼굴 오얏과 같아라.
동가춘무합東家春霧合 동쪽 집이 봄 안개 휘감기니
서사추풍기西舍秋風起 서쪽 집에 가을바람 이는데
갱과삼십년更過三十年 또 30년이 지나고 마는구나
환성감자재還成甘蔗滓 단물 다 빠진 사탕수수 찌꺼기
주렴珠簾 내린 옥당玉堂
그 안에 미인이 앉아 있네.
선녀보다 아름다운 그 모습
복사꽃·자두꽃처럼 화사한 그 얼굴.
봄 안개 동쪽 집을 감싸더니
서쪽 집에 가을바람 이네.
다시 삼십 년이 지나면
어느새 사탕수수 찌꺼기처럼 되어 있으리.
►옥당玉堂 화려華麗한 집 또는 궁전宮殿을 아름답게 일컫는 말.
►주렴珠簾 구슬이나 구슬 모양의 물건을 꿰어 만든 발.
►선연자嬋娟子 예쁜[고운. 아름다운] 여자. ‘선嬋’ 곱다. ‘연娟’ 아름답다.
►감자甘蔗 사탕수수. ‘자蔗’ 사탕수수.
►재滓 찌꺼기. 잔재殘滓 남은 찌꺼기.
‘옥당玉堂’은 궁전이나 귀족 집 또는 부잣집의 화려한 집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옥당玉堂’의 ‘미인’은 궁녀일 수도 있고
어느 귀족 집 여인일 수도 있고
혹은 어떤 부유한 집의 여인일 수도 있다.
옥당에 주렴을 내리고 그 안에 앉아 있는 여인은 예쁘고 고운 자태가 선녀보다 낫고
화사한 얼굴의 아름다움은 복숭아꽃, 자두꽃을 압도한다.
이토록 아름답고 고운 상태가 영원히 지속될 수 있으면 참으로 좋으련만 ····
‘봄 안개 동쪽 집을 감싸더니
서쪽 집에 가을바람 이네’는 세월의 빠름을 노래한 것이다.
봄인가 하면 어느새 가을이고 가을인가 하면 어느덧 봄날이 와 있다.
세월은 ‘옥당玉堂’의 ‘미인’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오래오래 만끽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는다.
이렇게 살 같이 빠르게 가는 세월 속에 어느덧 삼십년이 흐르고 보면
젊어서 그토록 고운 자태를 뽐내던 ‘옥당玉堂’ ‘미인’도
마치 단물이 다 빠지고 찌꺼기만 남은 사탕수수처럼 변해 버린다.
복사꽃처럼 화사하고 달덩이 같이 아름답던 얼굴은 푸석푸석하고 쭈글쭈글해진다.
좀 더 지나면 허리도 구부정해지고
거기서 세월이 더 지나면 기력이 쇠해 제 몸 하나 가누기도 힘에 겨워진다.
항상 됨이 없이 시시각각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 우리네 몸이다.
그래서 이 세상은 무상無常한 세계라고들 한다.
한산은 ‘옥당玉堂’의 ‘미인’을 예로 들어
적절하고 설득력 있게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하고 있다.
사탕수수의 비유에 관해 덧붙여 본다.
석가모니 부처는 가섭迦葉에게
‘비유하면 사탕수수와 같아 단물을 빨아먹은 후
쭈그러진 찌꺼기는 다시 맛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장년壯年에 성색盛色하였어도 다시 이처럼 되나니
이미 늙어 쭈그러지면 삼종미三種味도 없어지느니라.
첫째는 출가미出家味요,
둘째는 독송미讀誦味요,
셋째는 선미禪味니라.’ 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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