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19
寒山詩 19
수필태종횡手筆太縱橫 붓을 들면 종횡무진이요
신재극괴위身材極瑰瑋 몸의 재주는 옥처럼 뛰어나리라
생위유한신生為有限身 살아서는 제한 된 몸
사작무명귀死作無名鬼 죽어서도 이름 없는 귀신이 된다.
자고여차다自古如此多 자고로 이러한 일 하도 많아
군금쟁내하君今爭奈何 그대여, 이제는 어찌하려나.
가래백운리可來白雲裡 흰 구름 속으로 와도 좋으니
교이자지가教爾紫芝歌 자지가紫芝歌를 가르쳐주리라.(爾↔你)
붓 들면 종횡縱橫으로 거침이 없고
재주는 빼어난 옥과 같네.
살아서 유한有限한 몸
죽어서 이름 없는 귀신이 되네.
예부터 이런 일 허다했는데
어찌 그대 지금 씨름하고 있나?
오라, 이 흰 구름 속으로,
그대에게 자지가紫芝歌를 가르치리.
►괴위瑰瑋 아름다운 옥. ‘瑰’ 둥글고 모양이 좋은 옥. ‘瑋’ 옥. 아름답다.
►자지가紫芝歌
상산사호商山四皓가 진秦의 난리를 피하여 남전산藍田山에 들어가 살며 지은 노래.
‘자지紫芝’는 ‘지치 또는 자줏빛 버섯’임.
●자지가紫芝歌/상산사호商山四皓
막막고산莫莫高山 우람하고 높은 산
심곡위이深谷逶迤 깊고 구불구불한 골짜기
엽엽자지曄曄紫芝 무성한 자주 빛 영지
가이료기可以療饑 배고픔을 달랠만하네
당우세원唐虞世遠 요순시대는 먼 옛날이니
오장하귀吾將何歸 장차 어디로 돌아갈까
사마고개駟馬高蓋 고관대작이라도
기우심대其憂甚大 근심은 더욱 크지니
부귀지외인혜富歸之畏人兮 부귀富歸하면서 남을 두려워하며 사는 것은
불여빈천지사지不如貧賤之肆志 빈천貧賤해도 내 뜻대로 사는 것만 못하리
아득히 높은 산
깊은 골 구불구불한 길.
상서로운 자줏빛 버섯으로
굶주림 달래네.
당唐·우虞의 세상 멀었으니
나는 장차 어디로 가나?
네 필 말이 끄는 높은 유개有蓋 마차 탄다 해도
근심은 심히 많으리.
부귀하되 걱정하며 사는 건
빈천하되 내 뜻대로 사느니만 못하리.
글과 글씨의 솜씨가 뛰어나 한번 붓을 들어 써 나가기 시작하면
가로로든 세로로든 막힘이 없으며
빼어난 옥이 훌륭하듯 재주가 아주 뛰어나다.
이런 사람이라 해도 이 세상에서 사는 것이 한정되어 있으니 죽음을 면할 수가 없으며
죽어서는 이름 없는 귀신이 된다. 옛날부터 이런 일 수두룩하게 많았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지금 아웅다웅 다투고 씨름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그러지 말고 나에게 오너라.
흰 구름 감도는 곳, 내가 사는 곳으로 오라.
내가 그대에게 '자지가紫芝歌'를 가르쳐 주리라.
아무리 글재주가 좋은 시인이나 문장가라 해도
아무리 글씨를 잘 쓰는 달필가라 해도
아무리 타고난 재주가 훌륭하다 해도
인간의 삶은 유한有限하다. 탁월한 재능과 재주로
당대에 그토록 명성을 날리고 일세를 풍미케 한다 하더라도
이 세상에서 무한정 사는 것은 아니다.
죽을 때 가져갈 수가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러므로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에게는
생전에 그에게 속했던 모든 것이 동시에 소멸하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세속의 학문과 기예는 무상하다.
몸 자체가 무상하니 그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무상하다.
죽으면 그뿐 한낱 이름도 없는 귀신으로 바뀌고 만다.
이런 자가 어디 한둘이랴?
자고이래自古以來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산이 살던 당시에도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세속적 야망이나 욕망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한산은 그들에게
‘오라, 이 흰 구름 속으로
그대에게 자지가紫芝歌를 가르쳐 주리’ 하며 경각심을 불어넣고 있다.
자지가紫芝歌는 진秦 시황제始皇帝의 심한 학정虐政에 세상을 버리고
남전산藍田山에 들어가 살았던 네 명의 덕망 있고
청렴하며 눈썹과 수염이 흰 노인들이 지어 불렀다는 노래이다.
이 노래의 요지는 '자지가紫芝歌'의 마지막 시구
‘부귀하되 걱정하며 사는 건
빈천하되 내 뜻대로 사느니만 못하리’에 있다.
이는 또 한산이 노래한 이 시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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