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寒山詩

寒山詩 21

空空 2024. 7. 9. 09:52

寒山詩 21

준걸마상랑俊傑馬上郞 헌칠하여라, 말 위의 저 사나이

휘편지류양揮鞭指柳楊 채찍을 휘둘러 버들을 가리킨다

위언무사일謂言無死日 스스로 결코 죽지 않으라 하더니

종부작제항終不作梯航 끝내 건널 배를 만들지 못했구나

 

사운화자호四運花自好 철을 따라 꽃은 절로 아름답지만

일조성위황一朝成萎黃 하루아침에 병들어 시들고 마는구나

제호여석밀醍醐與石蜜 제호와 석밀 같은 부처님 말씀을

지사불능상至死不能嘗 죽을 때까지 맛보지 못하는구나.

 

 

말 위의 준수한 저 사나이

채찍 들어 버들거리 가리키네.

죽는 날 따윈 없다며

끝내 사다리와 배를 만들지 않네.

 

철 따라 절로 피는 꽃 곱지만

하루아침에 누렇게 시든다.

제호醍醐와 석밀石蜜

죽을 때까지 맛보지 못한다.

 

►휘편揮鞭 채찍을 들다. 채찍을 휘두르다. ‘揮’ 휘두르다. ‘鞭’ 채찍.

►유양柳楊 버들고을. 버드나무거리. 유곽遊廓. 창기娼妓들이 모여 있는 거리.

►제항梯航 생사의 바다를 건너 갈 배.

 

►사운四運 네 계절이 운행됨에 따라. 계절이 바뀜에 따라.

►위萎 시들다. 마르다. 쇠미하다.

►제호醍醐 우유에 갈분葛粉을 타서 미음米飮같이 쑨 죽粥. 세상 제일의 맛

►석밀石蜜 석청石淸. 산 속에 있는 나무나 돌 사이에 석벌이 친 꿀.

 

 

재주와 슬기가 매우 뛰어난 사나이가 말 위에 앉아 채찍을 들어 말한테 버드나무거리

즉 창기娼妓들이 모여 사는 거리로 가라고 방향을 가리킨다.

 

“나에겐 죽는 날 따위는 없어.”라고 말하며

끝까지 불국토로 올라갈 사다리도

피안彼岸으로 건너갈 배도 만들어 놓지 않는다.

 

사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꽃들은 스스로 때를 알아 아름답게 피어나지만

피는가 하면 또 금방 시들어 누렇게 변해 버린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제호醍醐와 꿀 중에 제일 맛있는 석청石淸과 같은

불성佛性을 목숨이 다하여 저승으로 떠날 때까지 맛보지 못한다.

 

아무리 타고난 준걸俊傑이라 해도

주색酒色의 쾌락에 빠져 세월을 보내다 보면

어느덧 어리석은 사람으로 변해 “죽는 날이 내게 찾아온다고?

 

나에게 그런 건 없어.

나는 죽지 않아 하고 헛소리를 호언豪言하며 만용蠻勇을 부리기 일쑤이다.

 

그러나 아름답게 핀 꽃도 ‘하루아침에 누렇게 시드’러 버리듯

‘말 위의 준수한 저 사나이’도 머지않아 늙어 황천객이 되어 버린다.

 

그러니 구천九天을 떠도는 비참한 귀신의 신세로 전락하기 전에,

불국토로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나 생사生死의 바다를 건너

피안彼岸의 극락세계로 가게 해줄 튼튼한 배를 미리미리 마련해 두어야 함은

당연지사當然之事다. 아름다운 꽃으로 존재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듯,

준수한 사내로 아니 인간으로 존재하는 시간도 그리 오래지 않다.

영원히 존재하는 건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세속적 쾌락을 탐닉耽溺하느라 어느새 늙어 황천길이 코앞에 다가왔을 때

세월이 무심타 한탄하기 전에 생사고해生死苦海를 안전하게

건너게 해줄 법法을 전수받아 부지런히 익혀야 할 것이다.

 

그러한 법 곧 불법佛法을 공부해야 최상의 맛인 제호醍醐나

석밀石蜜(석청)과 같은 불성佛性을 맛볼 수 있게 된다.

 

‘제호醍醐와 석밀石蜜

죽을 때까지 맛보지 못하네’라고 노래하여

한산은 속세의 욕락欲樂에 빠져 사는 자들에게 경각심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에 불성佛性을 제호醍醐에 비유한 말이 나온다.

“비유하면 이와 같다.

소에서 젖이 나오고, 젖에서 낙酪이 나오고, 낙酪에서 생수가 나오고

생수에서 숙수가 나오고, 숙수에서 제호醍醐가 나오니

제호가 최상이니라. 만일 이것을 먹으면 여러 병이 다 낫느니라.

불성佛性을 제호에 비유할 수 있는데 불성은 곧 여래如來니라.”

/innerlight34님의 블로그

 

 

한산이 살던 곳을 찾아 새겨진 글을 채록하다보니 체계적인 글의 순서가 없다.

유불도와 세월의 흐름이 뒤죽박죽이다.

글의 내용, 깊이로 이해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