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27
寒山詩 27
모동야인거茅棟埜人居 오막살이에 들사람 살고 있는데
문전거마소門前車馬疎 문 앞에는 오가는 거마車馬 번잡하지 않다.
림유편취조林幽偏聚鳥 숲은 그윽한데 치우친 곳에는 새들 모이고
계활본장어谿闊本藏魚 골짜기 넓어 원래 고기가 많다.
산과휴아적山果携兒摘 산나무 과일은 아이 데리고 가 따고
고전공부서皐田共婦鋤 언덕배기 밭은 아내와 함께 김을 맨다.
가중하소유家中何所有 이 가정에 또 무엇이 더 있을까
유유일상서唯有一牀書 오직 책상하나에 책이 올려 있을 뿐이구나.
시골사람 사는 띳집
문 앞엔 수레와 말 뜸하네.
숲 깊어 새들만 모여들고
개울 넓어 본래부터 물고기가 살았네.
아이 데려 산과일 따고
물가 밭 아내와 함께 김을 매네.
집안엔 무엇이 있나?
다만 책 놓인 상 하나뿐이네.
►모동茅棟 띠집.
►야인埜人 시골에 사는 사람. 埜(야): 野의 고자(古字).
►편偏 치우치다. 편중되다.
►장藏 곳집. 창고.
►고皐 언덕. 못. 늪. 물가. 논.
►서鋤 호미. 김매다.
►상牀 평상. 상. 마루.
이 시는 전원생활을 하는 은자隱者의 질박한 일상생활의 한 단면으로
한 폭의 수묵화와 같은 서경시敍景詩이다.
이 시의 주인공이 살고 있는 집은 띳집으로
그의 살림살이가 소박하고 가난함을 알 수 있다.
이 집 앞으로 사람들이 잘 지나다니지 않아 수레와 말도 어쩌다 한 번씩만 보일뿐이다.
이곳은 숲이 깊은 곳이라 새들이나 모여들고 사람들은 거의 찾지 않는다.
또 이곳의 개울물은 깊고 넓어 원래부터 물고기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인적이 드물고 주로 새소리만 들리는 이 깊은 숲속은
시끄럽고 떠들썩한 바깥세상과는 환경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래서 이곳은 은자隱者가 살기에 적합한 곳이다.
은자는 아이를 데리고 산에 나가서 과일을 따오기도 하고
아내와 함께 물가에 있는 밭에 나가 김을 매기도 한다.
가난한 살림이지만 가족들과 정겹게 같이 일을 하며 화목하게 생계를 유지해 나간다.
여기까지는 은자가 사는 집과 집의 주위 풍경
그리고 집 밖에서의 일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집안엔 무엇이 있나?
다만 책 놓인 상 하나뿐이네.”
은자는 은둔생활을 하면서도 아마 도道를 닦는 사람이 아닌가 한다.
그저 시골에서 농사나 짓고 사는 사람이라면 책들이 별로 필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므로 상 위에 놓여 있는 책들은 아마도 도서道書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물질세계보다 마음의 세계를 더 중시할 것이다.
은자의 살림은 단출하기 그지없다.
이 세상 것으로서는 작은 것에 만족하고 작은 일에 만족하는 삶,
그러나 끝없는 마음의 세계를 하루하루 쉼 없이 넓혀가는 일에 만족을 느끼는 삶,
진정한 만족은 이런 데에 있지 않나 한다.
/innerlight34님의 블로그
세상에서 이렇게 살고 팠다.
처자식과 함께.
한산은 늘 생각한다.
왜 사는지
어찌 살아야 하는지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는지
하늘엔 구름 나 몰라라 하고
첩첩 산중 바위굴에서
보이는 것은 숲이고 바위
그리고 寂寞한 외로움
무슨 생각이 안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