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34
寒山詩 34
량구승독거兩龜乘犢車 송아지 끄는 수레에 거북 두 마리
맥출로두희驀出路頭戲 거리로 뛰어나가 놀고 있었는데
일고종방래一蠱從傍來 한 마리 독벌레 곁에서 나와
고사욕구기苦死欲求寄 죽도록 고통스러워 태워 달라 한다
부재상인정不載爽人情 태워주지 않으면 쾌남 아니거니
시재피침루始載被沈累 태워주자마자 나를 해치려 하네
탄지불가론彈指不可論 순간에 구분할 수 없었으니
행은각조자行恩卻遭刺 은혜를 베풀었다 도리어 해를 당했네
거북이 두 마리가 소 수레 타고
길 근처로 몰고 나가 놀았다.
전갈 한 마리가 부근에서 다가와
바득바득 수레를 타려고 했다.
태워주지 않으면 인정人情을 거스르는 것
태워주자마자 폐를 입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은혜 베풀고도 쏘임을 당했다.
►량구兩龜 지혜와 禪定을 비유.
►독거犢車 成佛의 수레
►맥驀 몰다. 곧장. 쉬지 않고. 갑자기. 쏜살같이.
►채蠆 전갈. ‘蠆’ 대신 ‘고蠱’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음.
►고蠱’ 뱃속벌레. 기생충. 곡식 벌레. 악기惡氣, 독기毒氣. 미혹케 하다.
►고사苦死 바득바득.
►상爽 망가지다. 손상되다. 어그러지다. 잘못되다.
►루累 폐. 누. 연이어. 연달아.
►탄지彈指 손가락을 퉁김. 탄지지간彈指之間. 탄지경彈指頃.
손가락을 한 번 퉁기는 정도의 몹시 짧은 시간.
►불가론不可論 말할 수 없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따질 수 없는.
1구의 두 거북은 지혜와 禪定. 수레는 성불의 수레.
3구의 일체는 번뇌를 비유.
정진의 과정에서 전갈과 같은 저해요인을 제거해야 성불 할 수 있다는 것.
거북이 두 마리가 송아지가 끄는 수레를 타고 즐겁게 놀고 있다.
거북 두 마리와 송아지가 끄는 수레는 각각 무엇을 비유하고 있는가?
두 거북은 길에서 죽어가는 독충을 만난다.
독충은 고통을 참지 못해 잠시라도 몸을 의탁하기를 바란다.
독충은 누구이며 무엇을 뜻하는가?
두 거북은 독충을 보고 망설인다.
구해달라는 독충을 인정상 태워주지 않을 수도 없고 태워주면 억울하게 남의 비난을 산다.
원문의 침루沈累는 원래 '죄 없이 물에 빠지다'라는 뜻이다.
이는 초나라의 충신 굴원이 간신들의 모함을 받아 억울함을 참지 못해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진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한산은 안타깝지만 더 이상 이 일을 따질 수가 없다고 말한다.
독충을 구해줄 수 없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가?
한산은 마지막 구절에서 그 까닭을 밝힌다.
독충을 구해주면 도리어 구해준 사람을 가시로 찌르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무슨 일을 뜻하는가?
이 시를 읽으면서 두 거북이는 곧 한산과 습득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풍간이 말한 것처럼 한산은 문수요 습득은 보현이니
두 거북은 각각 지혜와 묘덕妙德으로 볼 수도 있겠다.
송아지가 끄는 수레는 그러므로 佛法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두 사람은 불법의 수레를 타고 다니며 걸림 없이 지내고 있다.
길에서 만난 독충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냥 못된 중생으로 해석하기에는 한산에게 달리 깊은 뜻이 있어 보인다.
도반들의 사색을 청한다.
춤을 추는 도반을 위해 막걸리를 받아놓겠다.
/법등선방法燈禪房 (如雲 2022.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