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寒山詩

寒山詩 47

空空 2024. 7. 11. 11:35

寒山詩 47

경일상여취竟日常如醉 종일토록 언제나 취한 듯이

류년부잠정流年不暫停 흐르는 세월은 잠시 쉬지도 않는구나

매저봉호하埋著蓬蒿下 쑥대 우거진 땅에 묻혀버리면

효월하명명曉月何冥冥 새벽달에 해는 얼마나 아득하고 으슥할까

 

골육소산진骨肉消散盡 뼈와 살이 삭아 흩어진 뒤

혼백기조령魂魄幾凋零 남은 혼백은 얼마나 쓸쓸할까

차막교철구遮莫咬鐵口 이렇게 쇠를 물고 있는 입은

무인독노경無因讀老經 도덕경 읽을 인연이란 다시 없으리라.

 

 

온종일 항상 취한 듯 지내는 사이

흐르는 해[年]는 잠시도 멈추지 않네.

쑥밭에 묻히고 나면

새벽달은 어이 그리 아득한지!

 

뼈와 살 삭고 흩어져 없어지면

혼백도 사라지기 시작하리라.

분명 쇠 씹는 입 지닐 테니

도덕경 읽을 인연은 없으리.

 

►봉호蓬蒿 쑥.

►명명冥冥 드러나지 않고 으슥함. 아득하고 그윽함.

►기幾 시작하다. 곧.

 

►조령凋零 조락凋落. 차차 쇠하여 보잘것없이 됨.

►차막遮莫 분명 ‘차遮’ 가리다. 감추다. 숨기다. 속이다. ‘막莫’ 없다. 불가하다.

►교齩 깨물다. 깨물어 씹다.

 

 

“온종일 항상 취한 듯 지내는 사이

흐르는 해[年]는 잠시도 멈추지 않네.”는

 

사람들이 술에 취한 것처럼 이런 저런 욕망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는 사이에

한 해 두 해 세월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는 말이다.

 

이렇게 살다가 생을 다하면 죽어 쑥 우거진 땅속에 묻혀

새벽에 달이 떠도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그러다가

‘뼈와 살 삭고 흩어져 없어지면 혼백도 사라지기 시작’한다.

뼈와 살과 혼魂과 백魄의 인연이 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인가?

다음 생에 다시 어떤 인연을 만나 또 무엇인가로 태어날 것이다.

일생을 욕망으로 취해 산 사람이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사람의 혼백은 맑고 밝게 깨어 있지 않고

어둡고 혼미한 상태이기 때문에 축생으로 태어나기가 쉬울 것이다.

 

그래서

“분명 쇠 씹는 입 지닐 테니

도덕경 읽을 인연은 없으리.”라고 노래한다.

 

‘쇠 씹는 입’은 재갈을 문 입으로 말 같은 짐승을 가리킨다.

그런 축생으로 태어나면 어떻게 노자의 도덕경을 읽고

다시 혼백을 맑고 밝게 깨우쳐 다음 생에 더 나은 생명으로 태어날 수 있겠는가?

 

한산은 이 시로써 윤회의 법칙을 말해주고 있다.

인간으로 살 때 욕망에 취해 일생을 보내면 다음 생엔 축생으로 태어나니

인간이 되었을 때 노자의 도덕경을 읽는 등

수도하여 내생에 더 나은 생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법화경法華經>에

“온갖 욕망 때문에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지고

육취六趣 속을 윤회하여 고루 여러 고통을 받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욕망에 취해 사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한 마디로 대변해 준다.

 

►삼악도三惡道 지옥, 아귀, 축생

►육취六趣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天上

/innerlight34님의 블로그

 

 

유불도의 논쟁은 권력과 맞물려 그 성쇠를 거듭하고

거기에 갇힌 이들 또한 진흙 속의 싸움에 몰두한다.

 

도교는 민중 속의 종교로써 그 이론적인 면에서 늘 불교 이론에 밀렸다.

그래서 도교도 불교의 이론에 걸맞는 책들을 양산한다.

이런 것들은 지식인들의 머리에서 그대로 답습된다.

宋에 이르면 유불도의 이론들은 거의 대동소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