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47
寒山詩 47
경일상여취竟日常如醉 종일토록 언제나 취한 듯이
류년부잠정流年不暫停 흐르는 세월은 잠시 쉬지도 않는구나
매저봉호하埋著蓬蒿下 쑥대 우거진 땅에 묻혀버리면
효월하명명曉月何冥冥 새벽달에 해는 얼마나 아득하고 으슥할까
골육소산진骨肉消散盡 뼈와 살이 삭아 흩어진 뒤
혼백기조령魂魄幾凋零 남은 혼백은 얼마나 쓸쓸할까
차막교철구遮莫咬鐵口 이렇게 쇠를 물고 있는 입은
무인독노경無因讀老經 도덕경 읽을 인연이란 다시 없으리라.
온종일 항상 취한 듯 지내는 사이
흐르는 해[年]는 잠시도 멈추지 않네.
쑥밭에 묻히고 나면
새벽달은 어이 그리 아득한지!
뼈와 살 삭고 흩어져 없어지면
혼백도 사라지기 시작하리라.
분명 쇠 씹는 입 지닐 테니
도덕경 읽을 인연은 없으리.
►봉호蓬蒿 쑥.
►명명冥冥 드러나지 않고 으슥함. 아득하고 그윽함.
►기幾 시작하다. 곧.
►조령凋零 조락凋落. 차차 쇠하여 보잘것없이 됨.
►차막遮莫 분명 ‘차遮’ 가리다. 감추다. 숨기다. 속이다. ‘막莫’ 없다. 불가하다.
►교齩 깨물다. 깨물어 씹다.
“온종일 항상 취한 듯 지내는 사이
흐르는 해[年]는 잠시도 멈추지 않네.”는
사람들이 술에 취한 것처럼 이런 저런 욕망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는 사이에
한 해 두 해 세월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는 말이다.
이렇게 살다가 생을 다하면 죽어 쑥 우거진 땅속에 묻혀
새벽에 달이 떠도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그러다가
‘뼈와 살 삭고 흩어져 없어지면 혼백도 사라지기 시작’한다.
뼈와 살과 혼魂과 백魄의 인연이 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인가?
다음 생에 다시 어떤 인연을 만나 또 무엇인가로 태어날 것이다.
일생을 욕망으로 취해 산 사람이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사람의 혼백은 맑고 밝게 깨어 있지 않고
어둡고 혼미한 상태이기 때문에 축생으로 태어나기가 쉬울 것이다.
그래서
“분명 쇠 씹는 입 지닐 테니
도덕경 읽을 인연은 없으리.”라고 노래한다.
‘쇠 씹는 입’은 재갈을 문 입으로 말 같은 짐승을 가리킨다.
그런 축생으로 태어나면 어떻게 노자의 도덕경을 읽고
다시 혼백을 맑고 밝게 깨우쳐 다음 생에 더 나은 생명으로 태어날 수 있겠는가?
한산은 이 시로써 윤회의 법칙을 말해주고 있다.
인간으로 살 때 욕망에 취해 일생을 보내면 다음 생엔 축생으로 태어나니
인간이 되었을 때 노자의 도덕경을 읽는 등
수도하여 내생에 더 나은 생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법화경法華經>에
“온갖 욕망 때문에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지고
육취六趣 속을 윤회하여 고루 여러 고통을 받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욕망에 취해 사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한 마디로 대변해 준다.
►삼악도三惡道 지옥, 아귀, 축생
►육취六趣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天上
/innerlight34님의 블로그
유불도의 논쟁은 권력과 맞물려 그 성쇠를 거듭하고
거기에 갇힌 이들 또한 진흙 속의 싸움에 몰두한다.
도교는 민중 속의 종교로써 그 이론적인 면에서 늘 불교 이론에 밀렸다.
그래서 도교도 불교의 이론에 걸맞는 책들을 양산한다.
이런 것들은 지식인들의 머리에서 그대로 답습된다.
宋에 이르면 유불도의 이론들은 거의 대동소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