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寒山詩

寒山詩 51

空空 2024. 7. 11. 12:30

寒山詩 51

수류암여연垂柳暗如煙 늘어진 버들가지 안개처럼 어둑하고

비화표사산飛花飄似霰 날리는 꽃잎은 바람에 싸락눈 같이 날린다

부거리부주夫居離婦州 사내는 아내 떠나 다른 고을에 있고

부주사부현婦住思夫縣 아내는 집지키며 지아비 있는 고을을 생각한다.

 

각재천일애各在天一涯 각자는 하늘가 아득한 곳에 사니

하시부상견何時復相見 어느 때에야 다시 만나보게 될까나(復↔得)

기어명월루寄語明月樓 달 밝은 누대에게 말을 전하노니

막저쌍비연莫貯雙蜚鷰 쌍쌍이 나는 제비나 깃들지나 말게 하여라(蜚鷰↔飛燕)

 

 

늘어진 버들은 안개처럼 어둑하고

흩날리는 꽃잎은 싸락눈처럼 나부끼네.

남편은 이부주離婦州에 살고

아내는 사부현思夫縣에 사네.

 

각자 하늘 끝에 있으니

어느 때나 서로 만나리?

명월루明月樓에 한마디 전하노니

쌍쌍이 나는 제비 깃들지 못하게 하라.

 

►표飄 나부끼다. 떨어지다.

►산霰 싸라기눈.

►이부주離婦州 아내를 떠나 사는 주州. 피안彼岸의 세계를 상징.

►사부현思夫縣 남편을 그리워하는 현縣. 차안此岸의 세계를 상징.

►애涯 끝. 한계. 물가.

►비연蜚鷰 ‘비연飛燕’으로 된 본도 있음. 바퀴 비/날 비蜚. 제비 연鷰=燕

 

 

죽죽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의 색이 짙푸르니 마치 짙은 안개가 낀 듯이 어둑어둑하고,

떨어져 흩날리는 꽃잎은 싸락눈처럼 나부낀다.

이렇게 나무색 짙고 꽃이 만발한 시절에

‘남편은 이부주離婦州에 살고

아내는 사부현思夫縣에’ 살고 있어 서로 만날 수가 없다.

 

‘이부주離婦州’와 ’사부현思夫縣’은 가상의 고을 이름으로 둘 다 이별을 상징한다.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나 너무나 멀리 떨어져 만날 수 없기 때문에

“각자 하늘 끝에 있으니

어느 때나 서로 만나리?”라고 한다.

 

‘各在天一涯 각자 하늘 끝에 있으니’는 중국 한나라 말기 무명시인들이 지은

일련의 서정시 <古詩十九首> 중 제1수에 나오는 시구와 같다.

 

<고시십구수> 중 제1수는 남편이 집을 떠난 지 오래 되었는데 돌아오지 않고 있어

아내가 남편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그 가운데 처음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행행중행행行行重行行 가고 가고 또 가서

여군생별리與君生別離 그대와 생이별하였네.

 

상거만여리相去萬餘里 서로 만 여리 떨어져

각재천일애各在天一涯 각자 하늘 끝에 있네.

 

도로조차장道路阻且長 길은 멀고 또 험하니

회면안가지會面安可知 만날지 어찌 알 수 있으리.

 

한산이 이렇게 시상이 비슷한 古詩에서 한 시구를

그대로 차용함으로써 시적 감흥을 한결 높인 결과를 가져왔다.

 

‘명월루明月樓’는 중국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시인 조식曹植이 지은

<칠애시七哀詩>에 나오는 말로 상사相思의 정情을 상징한다.

<칠애시七哀詩>는 남편과 오랫동안 이별해 있는 여인의 정을 묘사한 시이다.

 

그 중 처음 몇 구절을 보면 다음과 같다.

명월조고루明月照高樓 밝은 달이 높은 누각을 비추니

유광정배회流光正徘徊 흐르는 빛이 배회하기 시작하네.

 

상유수사부上有愁思婦 그리움에 수심 찬 누각의 부인

비탄유여애悲歎有餘哀 비탄으로 슬픔이 넘치네.

 

차문탄자수借問歎者誰 탄식하는 이 누구냐고 물으니

언시탕자처言是宕子妻 집 떠난 나그네의 아내라 하네.

 

이렇게 부부간의 애타는 그리움을 나타내는 ‘명월루’에 한산은 한마디 부친다.

"쌍쌍이 나는 제비 깃들지 못하게 하라."

 

고향집을 떠나 객지에서 혼자 사는 남편의 집에서나 남편이 객지로 떠나고

아내 홀로 사는 집에 제비가 둥지를 틀고 살면서 무시로 쌍쌍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아내나 남편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짙게 사무칠 것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내가 함께 살 때는 잘 모르나 어떤 불가피한 사정으로 서로 오랫동안

떨어져 살게 되면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견디기 어려운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이 시는 그런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끈끈한 부부애夫婦愛와

부부간의 애틋한 정을 노래했다./innerlight34님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