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57
寒山詩 57
아견백십구我見百十狗 열 마리의 개를 내가 보았네
개개모쟁영個個毛●鬡 한 마리 한 마리가 털이 흉악했다.(●●↔猙獰)
와자거자와臥者渠自臥 누운 놈은 도랑에 자빠져있고
행자거자행行者渠自行 어슬렁거리는 놈은 도랑을 제 마음대로다
투지일괴골投之一塊骨 뼈다귀나 하나 던져주면
상여애재쟁相與啀喍爭 서로가 달려들어 물어뜯고 싸운다.
량유위골소良由爲骨少 먹을 뼈다귀의 수가 적고
구다분불평狗多分不平 개들이 많아 나눔에 공평하지 않기 때문이네
내가 본 개 수백 마리
털 낱낱이 흐트러져 있었다.
누워있는 놈은 혼자 누워있고
걷는 놈은 혼자 걷고 있지만
뼈 하나 놈들에게 던져주니
서로 물어뜯고 으르렁대며 싸우네.
진실로 뼈는 적고 개는 많아
공평하게 나눌 수 없는 까닭이네.
►쟁영(●鬡↔猙獰) 터럭 발髟(늘어질 표, 처마 삼)
‘헝클어진 모양 녕(영)鬡’ (俗字)𨲸 (머리카락이)헝클어진 모양
‘쟁영猙獰’ 험상궂다, 흉악하다
►거渠 그(3인칭).
►애嘊 (개가 물려고)으르렁거리다. 개 싸움하다. 물어뜯다.
►재喍 개가 싸움을 하다.
►양良 진실로. 참으로.
“누워있는 몸은 혼자 누워있고
걷는 놈은 혼자 걷고 있지만
뼈 하나 놈들에게 던져주니
서로 물어뜯고 으르렁대며 싸우네.”는
<전국책(戰國策 진책편秦策篇>의 고사에서 연유된 부분이다.
그 고사는 아래와 같다.
합종책을 따르는 천하의 책사들이 조나라에 모여 秦나라를 공격하려고 했다.
진나라 재상 범수范睢가 진나라 소양왕昭襄王에게 말했다.
“전하, 그들이 모인 것은 자신들의 부귀를 위해서일 뿐입니다.
전하의 개들을 보십시오.
누워 있는 개는 누워 있고, 일어서 있는 개는 일어서 있고, 걸어 다니는 개는 걸어 다닙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뼈를 하나 던져주면 서로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싸웁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다툼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는 당수에게 오천 금을 주어 연회를 베풀고
진나라에 호의를 가진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의형제를 맺게 했다.
그가 삼천 금도 채 쓰기 전에 책사들은 서로 싸우더니 합종은 깨지고 말았다.
‘개’들이 서로 싸우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뼈’ 하나 때문이다.
‘합종책을 따르는 천하의 책사들이’ 서로 싸운 이유는 무엇인가?
돈 때문이다.
개들이 싸우는 이유를 한산은 ‘뼈는 적고 개는 많아 공평하게 나눌 수 없는 까닭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재물은 적고 사람은 많아 분배가 공평치 못하면 싸움이 벌어진다.
그 싸움이 개인들 간에 일어날 수도 있지만 크게는 국가 간의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특히 한 나라의 국민들에게 국가의 재정과 혜택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으면
국민의 불만과 원성이 높아져 행복지수는 낮아지고 불행지수는 올라간다.
또 한편으로는 개는 많고 뼈는 하나밖에 없다는 것은
공평한 분배에 앞서 개들의 먹이가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의미한다.
절대 빈곤 국가의 상황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내가 본 개 수백 마리
털 낱낱이 흐트러져있었다.”에서
‘털이 흐트러져있는 개’는 빈곤하여
구차하게 살고 있는 중생을 상징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게 보면
‘뼈 하나 놈들에게 던져주니
서로 물어뜯고 으르렁대며 싸우네.
진실로 뼈는 적고 개는 많아
공평하게 나눌 수 없는 까닭이네.’는 중생들의 참담한 삶의 모습을 상징한 것이다.
모든 것들이 부족하여 서로 아귀다툼할 수밖에 없는
비참한 중생의 현실을 개들의 싸움에 비유해서 말한 것이리라.
한산은 이 시로써
‘모든 것이 풍족하여 다툼이 없는 삶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져 주고 있는 것이다./innerlight34님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