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山詩 64
寒山詩 64
승자후목선乘玆朽木船 이미 다 썩어진 나무배 타고
채피임바자采彼紝婆子 저 임바紝婆 열매를 따려 하는 사람들.
행지대해중行至大海中 나아가 큰 바다 복판에 이르자
파도부부지波濤復不止 파도가 겹겹이 이어지네.
유재일숙량唯齎一宿糧 오직 하룻밤 양식 가져왔는데
거안삼천리去岸三千里 바다 언덕 떠나기 이미 삼천리.
번뇌종하생煩惱從何生 번뇌는 무얼 좇아 일어나는가?
수재록고생愁哉綠苦生 아아, 어쩌리 괴로움 좇아 일어나네.(綠苦生↔緣苦起)
이 썩은 나무배 타고
저 임파나무 열매를 따러 가네.
나아가 큰 바다 한가운데 이르자
물결 또한 그치지 않네.
하룻밤 식량만 가져왔는데
해안海岸까지는 삼천리!
번뇌는 무엇 때문에 이는가?
슬프구나! 인연 따라 괴로움이 일어나네.
►이茲 더욱. 이.
►임바자紝婆子 임파수紝婆樹의 열매. 임파紝婆는 nimba의 음역.
인도에서 생산되는 교목喬木으로 약용으로 쓰임. 껍질 · 꽃 · 잎이 매우 씀.
►제䝴 가져오다.
임바나무의 열매를 따려고 하는 사람이란 오욕을 탐하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五欲은 財物·色事·飮食·名譽·睡眠의 다섯 가지에 대한 욕심.
이 오욕을 탐함은 결국 고통의 원인이 된다.
<涅槃經 가섭품>에
"번뇌에는 곧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因이고 하나는 果이다.
因이 惡하면 곧 果도 惡하다. 果가 惡하면 곧 그 種子도 악하다.
임바 열매와 같이 그 종자가 쓴 까닭에 꽃도 열매도 줄기도 잎도 모두 쓴 것이다."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에 임파나무 열매에 대한 비유가 나온다.
“일체의 중생은 번뇌를 좇기 때문에 그 과보를 받는다.
번뇌를 악惡이라 이른다.
악을 좇다가 번뇌가 번뇌를 낳으니 그 이름 역시 악이다.
이런 번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인因이요 둘째는 과果이다.
인因이 악하기 때문에 과果도 악하다.
과果가 악하기 때문에 그 씨도 악하다.
그것은 마치 임파나무의 열매가 쓴 것과 같다.
씨가 쓰기 때문에 그 꽃, 열매, 줄기, 잎이 모두 쓴 것이다.
이와 같이 비유하건대 독毒이 있는 나무는 그 씨에 독이 있기 때문에 열매도 독이 있는 것이다.
인因 또한 중생이니 과果 역시 중생이요, 인因 또한 번뇌이니 과果 역시 번뇌이다.
번뇌와 인과가 곧 중생이요, 중생은 곧 번뇌와 인과이다.”
이런 불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 시를 감상해 보기로 하자.
‘썩은 나무배’는 중생의 몸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썩은 나무배’가 오래 가지 못하듯이 중생의 몸은 곧 사라지기 때문이다.
‘임파나무 열매를 딴다’는 것은 ‘중생이 번뇌를 쫓는다’는 것을 상징한 말로 볼 수 있다.
임파나무 열매가 쓰기 때문에 ‘그 꽃, 열매, 줄기, 잎이 모두 쓴’ 것처럼,
번뇌는 악惡이기 때문에 그 과보 역시 악이다.
따라서
“이 썩은 나무배 타고
저 임파나무 열매를 따러 가네.”는
‘무지한 중생이 곧 썩어 사라질 몸을 이끌고 온갖 번뇌를 좇아
고통의 인因을 짓고 그 과果를 받는다.’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큰 바다 한가운데에 이르’렀다 함은 번뇌의 바다 한 복판에 와 있음을 말하며
‘물결 또한 그치지 않네’는 끊임없이 번뇌가 번뇌를 낳음을 뜻한다.
‘하룻밤 식량만 가져왔는데’는 중생의 빈천한 삶을 상징하며
‘해안까지는 삼천리’는 피안(해탈, 성불)까지는 너무나 먼 거리임을 나타낸다.
큰 바다에서 물결이 끝없이 일 듯
번뇌가 끝없이 일고 있는 상황에 깊숙이 빠져 있는 중생으로서는
해탈이나 성불하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말이다.
‘썩은 나무배 타고 임파나무 열매를 따러 가’
물결이 그치지 않는 큰 바다에 이른 사람들처럼
악의 인과를 낳는 온갖 번뇌를 좇아 헤매는 사람들의 삶을 노래한 것이다.
번뇌를 좇아 악의 인과를 지으니 물질적으로나 영적으로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어 해탈·성불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그런데 그 번뇌는 어디서,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가?
“슬프구나! 인연 따라 괴로움이 일어나네.” 하고 노래한다.
번뇌는 곧 괴로움이다. 중생을 괴롭히는 그 번뇌는 ‘인연 따라’ 인다는 것이다.
결국 중생의 삶은 악순환이다.
‘인연 따라’ 살다 보니 번뇌가 일고
번뇌 속에 살다 보니 인과를 짓고
인과는 또다시 중생을 구속한다.
그러니 언제 피안彼岸에 도달하겠는가?
그래서 한산은 “해안海岸까지는 삼천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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