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寒山詩

寒山詩 92

空空 2024. 7. 14. 06:26

寒山詩 92

홍홍매어육嗊嗊買魚肉 바쁘게 돌아다니며 생선과 짐승의 고기를 사서

담귀위처자擔歸餧妻子 둘러매고 돌아와 아내와 자식에게 먹이네.

하수살타명何須殺他命 어찌 꼭 남의 목숨을 죽여야만 하는가.

장래활여이將來活汝已 다가올 앞날 네 몸만 살리려는 것인가.

 

차비천당연此非天堂緣 이런 짓은 천당天堂에 태어날 인연이 아니라

순시지옥재純是地獄滓 순전히 지옥地獄으로 가는 길의 찌꺼기라네.

서륙어파대徐六語破碓 명의名醫 서지재徐之才도 부서진 흙무더기라 했으니

시지몰도리始知沒道理 비로소 도리道理가 없다는 것을 알리라.

 

 

분주히 쏘다니며 어육을 사서

집으로 가져가 처자에게 먹이네

어째서 꼭 그 목숨을 거둬야 하는가

네 몸 살자고 그러는 것 아닌가

 

이 몸은 절대 하늘에 날 인연 아니라

순전히 지옥 갈 앙금인 것이라네

명의 서육도 부서질 무더기라 말했으니

그 안에 도리 없음을 먼저 알아야 하리

 

 

와글와글 소음 속에 어육을 사서

메고 돌아와 처자에게 먹이네.

어찌 꼭 남의 목숨 앗아야만 하는가?

앞날 네 몸 살려고 그러는가?

 

이는 천당에 날 인연 아니요

순전히 지옥으로 가라앉을 앙금이네.

서육이 부러진 절굿공이에 말하듯

도리 없음을 비로소 알리라.

 

►홍嗊 노래. 가곡. ‘공嗊’ (향하여) 나아가다.

►어육魚肉 생선의 고기. 물고기와 짐승의 고기.

►담擔 메다. 들다. 짊어지다.

►위餧 위喂. 먹이다.

►재滓 찌꺼기. 때. 앙금.

 

►서육徐六 촌 늙은이로 의역됨.

남북조시대의 명의名醫 서지재徐之才의 별명.

서웅徐雄의 여섯 째 아들이라 그런 별명이 생겼다.

<약대藥對> <소아방小兒方>을 비롯한 많은 의서를 썼다.

 

<무문관 제39칙 조주세발趙州洗鉢

스승께서 이르시다.

 

영운靈雲이 복사꽃을 보자 도를 깨닫고 위산에게 게송을 바치니 위산이 이르되

"반연을 좇아 들어온 자는 영원히 물러나지 않으리라" 하였는데

 

현사玄沙가 전해 듣고 이르되

"매우 매우 당연하신 분부이나 감히 말씀드리는 바는

老兄(영운)은 아직 사무치지는 못했습니다." 하였다.

 

영운이 이 말을 전해 듣고 이르되

"화상은 깨달으셨습니까?" 하니

현사가 이르되 "그렇게 해야 된다" 하였다.

 

천동은 그 승이 깨달음을 얻어 마음바탕이 서로 계합한 경지를 송한 것이다.

그 승은 처음으로 총림에 들어와서 크게 깨닫고 크게 사무치겠다고 외쳤으니

오래 참구한 총림의 선객들은 일러보라.

깨달음이 있는가 없는가 하였으니 이런 것을 징문徵問이라 한다.

 

설두는 이르되

"본래 미혹도 깨달음도 없다고 하는 이가 삼대[麻] 같이 수도 없건만

오직 영운만을 作家라고 허용한다" 하였는데

 

현사는 이르되

"아직 사무치지는 못했다" 하였고

설두는 "홀로 작가라고 허용한다" 하였으니

서씨네 여섯째[徐六]가 송판을 지고 솔밭을 지나는 격이라

제각기 한 쪽만 보는 꼴이다.

일러보라. 바리때를 씻는 승이 깨달음이 있었느냐?

 

태평은 본래 장군이 이룩하는 것이지만

장군이 태평스러워지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파대破碓 부서진 방아. 개어진 절구. ‘대碓’ 방아. 디딜방아. 망치. 방망이.

►몰沒 없다.

►도리道理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바른 길. 사물의 정당한 이치. 방도와 사리.

 

 

예나 지금이나 세상 사람들 대다수가 물고기와 짐승 고기를 즐겨 먹는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고기 요리가 무수히 발달해 있다.

오늘날 축산업이 야기하는 환경오염 문제 또한 그 심각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만큼 고기 먹는 사람 수가 많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물고기나 새 · 짐승 고기를 먹는 것은 살아있는 생명의 목숨을 빼앗는 행위이다.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할 짓이 못된다.

불경佛經에서도 고기 먹는 것을 금하는 내용이 있는데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대혜여,

일체의 모든 고기에는 한량없는 연이 있으니

보살은 그에 대해 응당 연민을 내어서 먹지 않아야 한다.

내 이제 그대를 위해 그 일부를 말하리라.

 

대혜여,

일체 중생은 시작 없는 때로부터 생사 중에 있으면서 윤회함이 그치지 않아서,

일찍이 부모·형제·아들·딸과 권속에서 나아가 친구, 친애하는 사람,

모시고 부리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되지 않은 적이 없고

생을 바꾸어 새나 짐승 등의 몸을 받았으니 어떻게 그 중에서 이를 취해서 먹겠는가.

 

대혜여,

보살마하살은 모든 중생을 자기의 몸과 같이 보고

고기는 다 생명 있는 것 중에서 온 것임을 새길 것이거늘 어떻게 먹겠는가.

/<보신의 주에 의한 대승입능가경>

 

석가모니부처가 대혜보살에게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이 시에서 볼 수 있듯 한산도 어육을 먹는 것은 남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요,

그로 인해 지옥에 떨어진다고 경각심을 불어 넣고 있다.

 

고기를 많이 먹을수록 나를 ‘지옥으로 가라앉게 하는 앙금’은 더 크고 무거워진다.

고기 맛의 쾌락을 즐기다 한번 지옥에 떨어지면 벗어날 기약이 없다.

 

중국 고대의 명의名醫 ‘서육徐六이 부러진 절굿공이에 말하듯

도리 없음을 비로소 알’ 것이다.

그러므로 자비로운 마음을 내어 고기 먹는 것을 그만 두어야 마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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