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寒山詩

寒山詩 98

空空 2024. 7. 15. 09:30

寒山詩 98

심사소년일尋思少年日 젊은 시절을 깊이 생각해 보니

유렵향평능遊獵向平陵 드넓은 언덕에서 놀러 다니며 사냥했었지.

국사직비원國使職非願 나라에서 시키는 일은 원하지 않았고

신선미족칭神仙未足稱 신선神仙이라 일컬어도 마음에 들지 않았네.

 

련편기백마聯翩騎白馬 흰 말을 타고 끝없이 날듯이 달리고

갈토방창응喝兔放蒼鷹 토끼를 으르며 매를 풀어놓았네.

불각대류락不覺大流落 이토록 힘들게 타향살이 할 줄 몰랐으니

파파수견긍皤皤誰見矜 허옇게 센 머리털을 보고 누가 불쌍히 여길 것인가.

 

 

내 젊은 날 곰곰 생각해보네

드넓은 언덕을 넘나들며 사냥하던 일

나라에서 시키는 일 바라는 바 아니었고

신선의 칭호조차 맘에 차지 않았네

 

흰 말 위에 올라 끝없이 달리고

호통 치며 토끼 쫓고 매를 풀어놓았네

어떻게 알았으랴 오늘의 내 모습

하얗게 센 머리 그 누가 볼만하다 하리

 

 

젊은 날을 깊이 생각하니

넓은 언덕으로 사냥놀이 갔었네.

나라의 사신 자리 원하지 않았고

신선은 말할 필요도 없었네.

 

백마 타고 날듯이 달리며

토끼에게 호통치고 푸른 매를 놓았었지.

이토록 크게 쇠락할 줄 몰랐었네.

허연 머리 누가 보고 불쌍타 하리?

 

►심사尋思 마음을 가라앉혀 깊이 사색함

►유렵遊獵 놀러 다니면서 하는 사냥. 놀이삼아 하는 사냥.

►연편기聯翩騎 끊이지 않고 이어서 말을 탐. 곧 말을 달림. ‘편翩’ 나부끼다. 훌쩍 날다.

►갈喝 외치다. 고함치다. 으르다. 꾸짖다.

 

►방창응放蒼鷹 사냥을 위해 하늘로 매를 날림. 응鷹’ 매. 송골매.

►파파皤皤 허옇게 센 모양. 풍부한 모양. ‘파皤’ 희다.

 

파파원로皤皤元老 백발의 원로

포의박대褒衣博帶 정승들이 소매 큰 옷과 폭 넓은 띠의 복장으로

내헌기침來獻其忱 그 정성을 드리니

연백여세年百餘歲 연세는 백여 세러라.

/김수온金守溫 <길창권공영친시吉昌權公榮親詩>

 

<추야감회秋夜感懷 가을밤의 감회>/이숭인李崇仁

其三

파파주하사皤皤柱下史 백발의 주나라 말단 관리 노자가

적조대도렬適遭大道裂 마침내 대도를 무너뜨리려고 나섰네.

구토오천문口吐五千文 노자는 오천 글자로 된 도덕경을 내놓아

흔파조화굴掀簸造化窟 조물주의 능력까지 뒤흔들어 놓았다네.

청담이오인淸譚已誤人 허무맹랑한 말로 이미 사람들을 해쳤고

 

가국수이멸家國隨以滅 자기 집안과 나라가 그에 따라 멸망했네.

황내잡부축況乃雜符祝 하물며 잡다한 부적과 주문이 넘쳐나니

신괴불용설神怪不容說 신출귀몰한 그 재주가 이루 말할 수도 없다네.

안득화기서安得火其書 어떻게 하면 그 책들을 불 질러 버리고

좌령심폐거坐令深弊祛 쓸데없는 그 깊은 폐해를 뿌리 뽑을까.

<대원중로인代園中老人>/경위耿湋(763년 전후)

밭일 중인 늙은이를 대신해서 적는다.

 

용임난감일로신佣賃難堪一老身 품삯 받고 일하는 건 늙은 한 몸이 견디기에 어려운데

파파력역재청춘皤皤力役在青春 머리 허옇게 세도록 힘써 일해 온 게 청춘부터라네.

림원수종유오사林園手種唯吾事 숲과 밭에서 손수 심는 건 오로지 내 일이었음에도

도리성음귀별인桃李成陰歸别人 복숭아와 자두가 그늘지도록 우거지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간다네

 

►긍矜 불쌍히 여기다. 아끼다.

 

 

사실 한산자는 젊은 시절에 이미

련편기백마聯翩騎白馬 소매를 펄럭이며 백마를 타고

갈토방창응喝兎放蒼鷹 토끼를 쫓으며 매를 풀어놓다.

 

위풍당당하고 질풍노도와 같은 시절을 보냈다.

그는 문무를 겸비한 인물로 당태종과 같은 성군의 시대를 만났으나

정치적으로는 인연이 없어 이룬 공이 없었다.

 

동수문불상東守文不賞 동쪽에서는 글을 써먹었으나 내세울 게 없었고

서정무불훈西征武不勛 서쪽으로 나선 정벌에서도 무공을 세우지 못했다

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나중에 집을 떠나(함양咸陽 일대가 고향)

장강長江과 회하淮河 유역, 월越 땅을 돌아다니다가 천태산에 이르러서

산세와 풍광에 마음이 끌려 은거하여 생을 마치기로 결정하였다.

 

일왕한산만사휴一往寒山萬事休 한산에 한번 간 뒤로 온갖 일을 쉬었고

경무잡념괘심두更無雜念掛心頭 잡념이 마음에 생기지 않았다.

 

한거석벽제시구閑居石壁題詩句 한가로이 지내며 석벽에 시구를 적었고

임운환동불계주任運還同不繫舟 나아가는데 걸림이 없어 배처럼 묶이는 일이 없었다.

라고 한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로부터 한산寒山을 호로 삼았으며

은거 이후로 원래의 이름은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들돌